지난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서 열린 ‘촛불과 진보정당의 과제’ 토론회(경향신문과 진보신당 공동주최)에서 “진보정당은 촛불의 힘을 이명박 이후 대안 만들기 운동으로 확산시키는 역할을 해야한다”는 주장이 나왔다.

이날 발제를 맡은 장석준 진보신당 정책팀장은 촛불집회에 대해 "세계화의 공포에 당당히 맞선 새로운 정치 주체"라고 규정하고 "촛불 집회의 요구가 국회 등 제도 정치로 옮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 팀장은 “제도정치의 재편이 필요하다”면서 "87년 6월의 경우처럼 '거대한 대중 운동'이 '앙상한 제도정치'의 변화로 이어져서는 결코 안된다"고 말했다.

촛불의 "이명박 퇴진" 요구, 변화된 제도정치가 실현시켜야

▲ 17일 오후 여의도 진보신당 당사에서 열린 '촛불과 진보정당의 과제' 토론회에서 조국 서울대 법대 교수가 발언하고 있다. ⓒ 정영은
조국 서울대 교수도 “현재는 촛불의 요구를 대변할 제도권 정치세력이 부재하다”면서 “이 연결고리를 진보정치가 담당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명박 퇴진운동이 정권 압박의 역할이지만 실제 진보정치 영역이 포스트 이명박(정권퇴진 이후)의 국정운영을 감당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하승우 한양대 교수는 "이명박 퇴진운동만으로 현 정치구조가 바뀔지 의문"이라면서 "정부가 자꾸 국민 말을 무시하고 있으니까 이제는 국민이 정부를 거부하고 따돌리는 식으로 더욱 강력한 '시민불복종운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양심적 병역거부나 예전 부안군수의 핵폐기장 설립추진에 맞선 부안주민들의 직접민주주의적 대응 등을 예로 들었다.

정태인 진보신당 서민지킴이본부장은 "촛불집회는 쉽게 끝나지도 않겠지만 사회적 비용이 계속 발생하므로 무한히 할 수도 없다"면서 "사회적 비용이 커질 때 바로 제도가 만들어 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 본부장은 정치구조 개편을 위한 내각제 도입 등 개헌에 찬성하는 의견을 밝혔다.

박상훈 도서출판 후마니타스 대표도 "촛불이 얼마 모이느냐 혹은 끝나면 그 효과가 끝나느냐로 이해하는 것은 지나치게 단순하다"면서 "촛불현상이 주는 충격은 지속적으로 사회전반에서 다양한 형태의 '항의'로 구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박 대표는 "촛불의 요구를 바탕으로 정당정치와 운동정치가 각자의 역할과 실천과제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정치구조변화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촛불과의 소통으로 이명박 '이후'를 준비해야

앞으로의 진보정당이 풀어야 할 과제에 대해서도 다양한 주문이 나왔다. '촛불과의 소통'이 가장 큰 핵심 과제로 지적됐다.

조국 교수는 “이번 촛불 시위를 계기로 '손학규의 민주당'의 한계가 여실히 드러나면서 기대가 깨졌다"고 규정지으면서 "그렇다면 그 지지대가 어디로 이동할 것인지를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교수는 "정치는 더럽고 탈정치는 깨끗하다는 촛불집회 참여자들의 생각이 '정치는 즐겁고 재밌는 것'으로 바꿔낼 수 있도록 정당 차원에서 생활 속 다양한 의제를 가지고 소통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태인 본부장은 "진보정당들은 변혁의지 버리고 집권의지를 가져야 할 것"이라고 주장해 눈길을 끌었다. 정 본부장은 "활발한 토론의 장인 다음 아고라에 가면 진보신당이 여당 같다"는 얘기를 예로 들며 "국민들이 바라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또 "18대 국회에 못 들어간 진보신당은 촛불의 에너지를 흡수해 전국각지로 흩어져서 다양한 원외 활동을 기획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장석준 정책팀장도 "이명박 '이후'의 대안을 준비하지 않는다면 제2, 제3의 이명박이 반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하면서 "이명박 정권퇴진 운동을 이명박 이후 대안 만들기 운동으로 확산시켜야 한다"고 제안했다. 장 팀장은 이어 "18대 국회는 촛불 이전 시간대를 반영하지만 현재 시민들은 촛불 이후의 시간대를 살아가는 데서 나타나는 괴리가 발생한다"고 덧붙이면서 일종의 대안 의회의 장을 만드는 것을 실천 방법으로 제시하기도 했다.

하승우 교수는 "직접민주주의가 부각되면서 정치는 전문가만 하는 게 아니라는 생각이 확산됐다"면서 "이러한 국민들의 인식이 궁극적으로 정당정치를 강화시킬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 교수는 이어 "정당들은 큰 그림만 그리지 말고 장기적인 관점에서 생활정치의 강화를 고민해야 한다"면서 풀뿌리 정치의 구현에 대한 고민을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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