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6일 오전, 방문진을 찾은 김재철 MBC 사장 ⓒ곽상아

김재철 MBC 사장의 해임안이 26일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회를 통해 가결됐다. 이번 해임안은 상법상 주주총회 결의사항을 규정한 'MBC관리지침 제4조 2호'와 해임 관련 '상법 제385조'에 근거해 결의됐다.

김재철 사장의 해임 사유는 △방문진의 문화방송 임원 선임권에 대한 중대한 침해 △문화방송 이사회의 구성 및 운영제도 위반과 공적 책임의 방기 △관리감독 기관인 방문진에 대한 성실의무 위반 △대표이사 직위를 이용한 문화방송 공적 지배제도 훼손 등이다.

방문진 결의를 통해 김 사장의 해임이 사실상 확정됐지만, 당장 사장의 직무를 잃게 되는 것은 아니다. MBC 주주총회에서 MBC 대주주인 방문진과 정수장학회의 해임안 '합의'가 있어야 사장의 법적 지위가 소멸된다. 주총을 통한 '합의' 과정에서 MBC 주식의 70%를 가지고 있는 방문진의 의견에 무게가 실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결과가 뒤집힐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게 방문진의 입장이다.

최창영 방문진 사무처장은 이사회가 끝난 뒤 공식적인 브리핑 자리에서 "법적인 면을 고려해도 MBC 주총에서 김 사장 해임안이 되돌려질 가능성은 없다"고 밝혔다.

김재철 사장 해임이 주총에서 최종 확정될 경우 곧바로 방문진은 사장 공모 절차에 돌입하게 되고, 공석인 MBC 사장의 직무는 안광한 MBC 부사장이 대행한다. 방문진 이사들은 이날 이사회 자리에서 주총을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열어 MBC 정상화 후속 조치에 힘쓸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후속 조치 논의를 위한 방문진 이사회는 29일 오전 10시에 열린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이사회가 끝난 뒤, "만시지탄이지만 다행이다. 어제까지만 해도 정치권의 개입, 주문, 명령, 지시가 있어 이사들의 입장이 변화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있었는데 결과적으로 23일 이사회 결론과 다르지 않게 나왔다"며 "(김재철 사장 한명이 나간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앞으로 할 일이 많다"고 밝혔다. 이어, "(후임 사장 선임에 있어서) 최대한 방문진이 확실한 경영지침을 내려, MBC가 1등방송의 길을 되찾는 데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표결 결과를 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소명을 들어보아도, 김 사장이) 공영방송의 공적 통제 시스템이 확립되는 데 기여하기에는 미흡하다고 판단한 것"이라며 "이번 임원 인사 기습 내정 뿐만 아니라 그동안의 잘못까지 모두 책임을 물은 것이다"고 말했다. '반대표를 던졌느냐'는 질문에는 "답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MBC 노조는 해임안이 가결된 뒤 성명을 통해 "방송문화진흥회의 김재철 '前' 사장 해임 결정을 환영한다. 늦었지만 너무도 당연한 결정"이라며 "지난 1988년 방문진 설립 이래 처음으로 자진 사퇴가 아닌 방문진에 의해 '해고'된 사장으로 기록되게 됐다"고 밝혔다.

MBC 노조는 "지난 3년, 김 전 사장이 MBC에 끼친 해악은 일일이 열거하기조차 힘들다"라며 "군사정권 시절에서나 볼 수 있었던 편향적인 뉴스가 부활했고, 신뢰도는 끝을 모르고 추락했다. 이에 저항한 170일간의 장기 파업 이후에는 무자비한 보복인사가 자행돼 8명이 해고되고, 2백여 명이 자신의 일을 빼앗겼다"고 말했다.

MBC 노조는 "방문진은 방송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 차기 사장을 물색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라면서 "벌써부터 '朴心'이니 '청와대의 뜻'이니 하는 구시대 용어가 난무하고 있다. 우리는 방문진이 차기 사장 선임에서부터 이같은 정치권으로부터의 독립을 이룰 수 있는지 주시할 것"이라고 전했다. MBC 노조는 26일 오후 2시 중앙집행위원회를 열어 이 문제를 논의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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