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는 미디어 다음 아고라 네티즌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다. 16일부터 18일까지 열리는 OECD 장관회의에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300여 명의 네티즌들은 코엑스 동문쪽과 회의장쪽 두 군데로 나뉘어 '최시중은 물러나라' '방송탄압 중단하라' '공영방송을 지켜내자' '뉴라이트 해체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집회를 진행했다. 또 이들은 외국인들도 알아볼 수 있도록 'No Control Over Media'(언론탄압을 중단하라) 'Media is not your slave'(언론은 당신의 노예가 아니다) 'Democracy-Yes, Dictatorship-No'(민주주의-네, 독재정치-아니오) 'Freedom of press'(언론의 자유) 등 영어 손팻말도 내걸었다.

▲ 다음 아고라 네티즌 300여 명은 17일 오후 7시부터 서울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최시중 방통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KBS 표적감사 등 최근 벌어지는 일련의 사태를 보고 시민들은 이명박 정권의 언론장악 음모가 얼마나 파괴적인 지 깨닫고 나온 것"이라며 "이 사람들은 지시 받고 나온 것도 아니고 배후 세력도 없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이 촛불의 의미를 아직도 깨닫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유감"이라고 밝혔다.

▲ 손팻말을 든 네티즌 ⓒ언론노보 이기범 기자
30대 남자는 "최시중 위원장이 임명됐을 때에는 시민들이 방송 분야에 대해 잘 몰라서 문제의식이 별로 없었는데 이제는 많이 알려져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오는 것 같다"며 "조금씩 언론장악의 전모가 드러나고 있는데 현재 우리나라 언론은 정말 조금만 더 나아가면 정부에 의해 완전히 장악될 것 같아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40대 배모씨는 "이명박 정권의 2인자, 3인자로 지목되는 최시중씨가 방송과 통신을 관장하는 자리에 오른다는 것은 공정성이나 언론의 독립성 측면에서 옳지 않은 것 같다"고 꼬집기도 했다.

한편 집회 도중 코엑스 동문에서 회의장쪽으로 이동하려는 시위대를 경찰이 '집시법 위반'을 이유로 막자 시민들과 실랑이가 벌어지기도 했다. 길을 지나가던 한 대학생은 "법의 잣대를 너무 엄격하게 적용하는 것 같다. 지금 집회에 참석한 사람보다 경찰이 10배는 더 많은데 과잉진압이 아니냐"며 "정부는 시민들이 의사를 표현할 수 있는 작은 구멍조차 막아버리는 것 같아 씁쓸하다"고 말했다.

집회를 마친 네티즌들은 거리행진을 위해 밤 9시 30분경 강남역으로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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