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일 아침,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8시 50분 서울 강남 코엑스 동문 앞에 한 청년이 나타났다. 펼쳐든 손팻말에는 "KBS 표적감사 뉴라이트 너네나 해"라고 적혀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주최로 'OECD 장관회의'가 열리고 있는 서울 코엑스 동문 앞에서 네티즌 '효지니'님이 감사원의 KBS 표적감사를 규탄하며 1인시위중이다. ⓒ 정영은
유학을 준비중인 김효진씨(29)는 자신을 인터넷 포털 다음의 안티 이명박까페 회원 '효지니'라고 밝혔다. 한달넘게 거의 매일 촛불집회에 참석하면서 유학준비 시험도 병행하느라 너무 바쁘다고 했다.

"너무 답답해서 나왔어요"

16일 저녁에도 코엑스 앞 촛불집회에 참석했다는 김씨는 "오늘 방통위원장 최시중씨가 여기서 개회사를 한다기에 답답한 마음에 아침 일찍 나왔다"고 말했다. 그를 답답하게 만드는 것은 이명박 정부다. 국민이 아무리 외쳐도 귀닫고 있기 때문이란다. 그 덕분(?)에 처음엔 촛불들고 앉아만 있던 자신이 거리행진부터 이제는 1인시위까지 하게 됐다면서 쓴 웃음을 지었다.

김씨는 "이명박 정부에 대해 반대할 게 너무 많지만 오늘은 일단 최시중에 반대하겠다"면서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하려 애쓰는 MBC와 KBS 같은 언론을 타겟으로 정해 압력을 가하는 건 정말 너무하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혼자는 외로울까봐 나왔어요"

곧 이어 오전 10시경 한국전력 맞은편 코엑스 앞으로 또다른 40대 남성이 작은 현수막을 들고 등장했다. 압구정 근처에 근무하는 박철훈 씨(48)는 "출근해서 다음 아고라에 들어가봤더니 어떤 분이 홀로 코엑스 앞 1인시위를 한다는 글이 있길래 급히 나왔다"고 밝혔다.

▲ 오전 10시경 서울 코엑스 앞으로 '효지니'님을 응원하러 등장한 또 다른 네티즌 1인시위자 '잠실늘푸름'님 ⓒ 정영은
인터넷 포털 다음 아고라에서 '잠실늘푸름'으로 활동하는 박씨는 "미디어를 통제해 국민의 눈과 귀를 막으려는 이명박과 최시중은 국민앞에 무릎꿇고 물러나야 한다"면서 "일단 오전까지는 있는데 오후에는 일하러 들어가봐야한다"고 안타까워 했다. 이어 "퇴근해서 저녁 때 다시 아내와 함께 촛불 들고 나올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어제(16일)에도 자정무렵까지 코엑스와 강남역, 테헤란로에서 촛불행진을 벌였다"면서 "사실 시청광장이나 여의도 촛불집회는 멀어서 오가기에 힘들었는데 강남 쪽에도 촛불집회 장소가 생겨 좋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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