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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당수 컴퓨터, 여전히 먹통" "채팅방으로 소통"해킹사태 이틀째, KBS MBC YTN 내부 "북한 추정보도 신중해야"
김도연 기자 | 승인 2013.03.21 14:32

20일 오후 해커의 공격을 받아 전산망 마비 사태를 겪고 있는 방송사들의 정상화는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전산망 마비 첫 날인 20일 오후, 혼란을 겪고 있는 KBS 내부 모습 (출처: KBS)

전산망 마비 이틀째인 21일 KBS와 MBC, YTN은 방송에 큰 차질이 없으나 사내 네트워크 시스템이 여전히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다. 구성원들이 보유하고 있는 PC가 악성코드에 의해 심각하게 손상돼, 훼손된 자료와 기록의 규모도 상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21일 오전 11시 현재 KBS의 경우, 내부 보도정보시스템을 비롯한 일부의 프로그램들은 복구가 됐으나 회사 이메일은 연결이 되지 않고 있다. 보도국 기자들이 일상적으로 보도정보시스템을 통해 기사 송고와 편집을 담당했던 걸 고려하면 대규모 마비 사태는 '혼돈'에 가깝다.

KBS 기자는 "출입처를 비롯해 외부에서 KBS 보도정보시스템에 접속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출입처에서 기사를 쓰려면 따로 이메일을 이용해야 한다. 여전히 상당수 컴퓨터들은 아직 먹통"이라고 말했다.

또, '전산망 마비 상태'로 인해 기존 자료가 통째로 날아갔는지 여부는 아직 확인할 수 없다. 이 기자는 "손상된 PC가워낙 많아서, 개별 PC 복구까지는 며칠 걸릴 것"이라며 "복구 방법을 찾더라도 일일이 프로그램을 설치를 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고 토로했다.

MBC에서 현재 악성코드에 감염된 PC는 700~800대 수준이다. MBC 기자들 역시 사내 이메일을 비롯해 기사 처리 시스템인 '뉴스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외부 메일과 한글 프로그램, 컴퓨터 메모장 등을 이용하고 있다. 개인 PC를 쓰지 못하는 상황인데다, 취재 자료까지 잃어버린 기자들은 '멘붕'에 빠졌다.

MBC 내부의 한 기자는 21일 오전 11시경 "유선랜으로 연결된 컴퓨터의 일부는 인터넷이 가능하나, 회사의 와이파이는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며 "개인 노트북을 가져와 핸드폰과 연결해 인터넷을 하는 친구들도 있다. 마비된 컴퓨터가 많아서 복구는 일부에 그치고 있다"고 밝혔다.

또 다른 MBC 기자는 "개인 노트북으로 회사 '뉴스시스템'에 접속한 사람들의 하드는 다 손상 입었다"며 "저장돼 있던 취재 기록과 사진들이 전부 삭제됐다. 어제는 손으로 기사를 작성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뉴스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구글 메일을 통해 문서를 주고받고 있고 그룹 채팅방을 임시로 만들어서 소통하고 있다. 마치 몇 십년 전으로 돌아간 것 같다"며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YTN은 현재 방송 관련 기기는 대부분이 복구됐으나 PC 300대 정도는 아직도 복구 상태에 있다. 21일 정오에 2차 공격이 있을 것이라 예상하고, 인터넷을 잠시 꺼놓기도 했다.

YTN 관계자는 "방송의 메인 라인에는 큰 이상이 없다"며 "하드가 얼마나 손상됐는지 확인하기 위해서는 부팅이 가능해야 하나 부팅이나 인터넷 접속도 불가능한 상태"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담당 전산 팀에도 확인을 해 봤지만 구체적인 원인을 규명하기는 어려운 상태"라며 "100퍼센트 회복을 위해서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전했다.

한편, 방송사 내부 관계자들은 마비 사태의 원인을 북한에서 찾는 보도에 대해서는 신중한 입장을 표했다.

KBS 기자는 "사람들의 이목을 끌 수 있는 방송사와 금융권이 공격을 당했다. 다소 보도들이 오버스럽게 보여도 대대적으로 보도할 사안"이라면서도 "(어제 상황에서는 악성코드 유포방식이나 경로가 파악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근거도 없이 북한 소행으로 추정된다고 보도하는 것은 게으르거나 무식하거나 둘 중 하나 아니겠는가"라고 말했다.

MBC 기자는 "구체적으로 원인을 파악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모든 뉴스들이 북한을 지목했다"면서 "북한이 성명을 내며 경고했던 일과 과거 실제로 공격했던 적이 있었지만 지금 상황에서 북한 소행으로 바라보는 것은 최대한 신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 기자는 "특히 어제 5시 뉴스에서 한 전문가가 너무나 단정적으로 북한의 소행이라고 하더라. 뉴스특보라는 급박한 상황 속에서 정신이 없었을 수 있겠지만, 대놓고 기정사실화한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며 "북한이 MBC에 소송을 걸지 않는다고 해서 이렇게 단정적으로 보도하면 안 된다"고 설명했다.

YTN 관계자 역시 "반사적으로 북한을 거론하는 보도를 보며 타성에 젖은 것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며 "원인이 파악이 되지 않은 상황에서 습관에 젖어 반복적으로 북한을 꺼내는 건 스스로 반성해야 할 지점이라고 생각한다. 물론, 북한이 주체일 수도 있겠지만, 언론이라면 보다 면밀하게 취재하고 검토해서 보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김도연 기자  riverskim@mediau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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