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노총 지도부 선출이 투표 도중 정족수 미달로 무산돼 논란이 되고 있다.

민주노총은 20일 과천시민회관에서 임시대의원대회를 열고 ‘임원 선출의 건’을 상정해 7기 지도부를 선출하려고 했다. 하지만 1차 투표에서 예상을 깨고 이갑용-강진수 후보조가 전체 570명 대의원 중 272표(47.7%)의 지지를 얻으며 258표(45.3%)를 획득한 백석근-전병덕 후보조를 누르면서 일부 대의원들이 퇴장해 2차 투표를 진행하지 못한 채 지도부 선출이 무산됐다.

민주노총 선거관리위원회 측은 이후 법률적 자문을 통해 무산된 대의원대회가 유예된 것인지, 휴회된 것인지를 분명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박성현 민주노총 선관위원장은 “찬반투표 성원이 되지 안했기 때문에 선거 전반에 대해 논의할 수밖에 없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대의원대회를 휴회된 것으로 해석하면 다시 대의원대회를 재소집해 2차 투표를 진행하면 되지만 유예된 것이라면 이번 선거 자체를 무효화하고 재선거를 실시해야 하기 때문이다. 재선거가 실시될 경우 이번 선거에 출마한 양 측 후보조는 지도부 선거에 다시 출마할 수 없다.

▲ 민주노총 대의원대회. ⓒ참세상

하지만 일부 조합원들은 지도부 선출 무산이 정파적 이해관계 때문에 벌어진 것이라는 주장을 하기도 했다. 한 조합원은 “재선거를 하자는 건 민주노총을 깨자는 거나 다름이 없다”라며 “노동자를 대변한다는 사람들이 자기 정파 이해관계만 신경쓰고 있다”고 말했다. 과거 국민파, 중앙파, 현장파로 나뉘어 반목과 합종연횡을 거듭해온 민주노총 내부의 정파 질서가 파국의 원인이 됐다는 주장으로, 퇴장한 대의원들에 대한 비판인 셈이다.

애초 백석근-전병덕 후보는 소위 ‘국민파’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었고 이갑용-강진수 후보는 ‘현장파’ 진영의 지지를 받고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백석근 후보조의 경우 ‘산별대표자회의’라는 공식체계와 ‘현장실천연대’라는 의견그룹의 지지를 받고 있는 반면 이갑용 후보조는 소수 의견그룹인 ‘좌파노동자회’의 지지만을 받고 있어 백석근 후보조의 우위가 점쳐졌던 상황이다. 한 노동조합 활동가는 “중앙파 성향 대의원 일부와 국민파 성향 대의원 일부도 이갑용 후보조에 투표했다는 소문이 돌고 있다”며 “이에 반발한 국민파 성향 백석근 후보조 지지 대의원들이 퇴장한 것 아니겠나”라는 자신의 추측을 밝혔다.

한 노동조합 간부는 “그렇지 않아도 식물화 되고 있는 민주노총이 이번 일로 완전히 무력화되지 않을까 걱정”이라고 말했다. 지속적으로 영향력을 상실해가고 있는 민주노총이 내부 문제로 더욱 심각한 상황에 처하게 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다. 또 다른 활동가는 “새벽이 밝기 전의 어둠이 아니라 황혼 뒤의 어스름이라는 게 더욱 절망이다”라며 한탄하기도 했다. 민주노총이 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을지 의문을 표할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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