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안철수가 돌아왔다. 그는 여전히 차분했지만, 조금 더 단호해보였고 그래서 한층 정치인같은 모습으로 돌아왔다. 첫 등장 이후 그는 지금까지 개인 안철수보다는 그를 휘감고 있는 어떤 '상징성'으로 그리고 현재보다는 미래적 의미의 '잠재력'으로 정치적 '지점'을 확보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대선 무대에서 석연치 않게 퇴장한 이후에도 여전히 그가 그렇게 존재하고, 그런 방식으로 소비된다는 것은 매우 불가사의한 정치적 현상처럼 보일 정도다.

승부수를 던졌지만, 정치인 안철수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현재로선 알 수 없다. 다자구도가 유력해보이는 노원병 재보선 구도에서 그는 '패잔병'의 멍에를 쓰고 쓸쓸히 퇴장할 수도 있다. 행여 그게 아니라면 민주당 중심의 야권 질서를 완전히 재편해내는 괴력의 '메시아'가 될지도 모른다. 대선 이후, 야권은 여전히 지지부진하고 박근혜 대통령과 새누리당은 예상을 전혀 벗어나지 않는 전형성을 보여주고 있다. 그 지지부진과 전형성을 일격하는 '카드'로서 안철수에 대한 관심과 기대는 여전히 존재한다.

<미디어스>는 4회에 걸쳐, 안철수의 현재성을 묻는 기획을 진행한다. 안철수에 대한 열광과 안철수에 대한 회의를 넘어 안철수를 '매개'로 불변하는 정치 현실의 갑갑함을 진단해보는 기회가 되길 바란다.

<기획연재 순서>

1. 안철수가 돌아왔다, 그런데 왜?

2. 노원병 선거 구도의 공학과 안철수의 정치적 생존 가능성

3. 안철수는 안철수 '현상'은 우리에게 무엇이었나?

4. [좌담]'멘토' 이후의 시대, 안철수와 한국 정치

‘안철수의 귀환’으로 정국이 요동친다. 그가 돌아옴으로 인해 그다지 관심받지 못할 것처럼 생각됐던 4월 재보선이 향후 정국을 결정할 핵심적 키(key)로 작용하게 됐다. 4월 재보선에서 누가 승리하고 누가 몰락하느냐에 따라 야권의 일대 재편까지도 좌우할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치에서 일어나는 일은 우리의 삶에도 늘 영향을 미친다. 따라서 중요한 정치적 국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질 것인지를 예측할 필요도 있다. 안철수 서울 노원구 병 국회의원 보궐선거 예비후보의 행보에 따라, 그리고 이에 호응하는 각 정치세력의 결정에 따라 커다란 변화가 일어날 수 있다는 사실은 어떤 상황이 벌어질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보자는 것이다.

▲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예비후보등록을 마친 안철수 전 서울대교수가 13일 오전 서울 노원구청에서 등록 소감을 말하고 있다. ⓒ뉴스1
노원병, 그야말로 혼란의 도가니

우선 혼란스러운 선거판부터 정리해보자. 노원병은 진보정의당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이다. 애초 진보정의당에게 ‘우선권’(?)이 있다는 이유로 민주통합당이 이 지역구에 대한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주장이 일각에서 제기되기도 했다.

하지만 안철수 전 교수가 출마를 선언하면서 민주통합당 입장에서는 손 놓고 있을 수 없는 상황이 됐다. 안철수 전 교수가 노원병에서 승리할 경우 ‘안철수 신당’으로 불리는 프로젝트가 가동될 것이고 이것이 민주통합당에 치명타를 입힐 수 있다는 데 모두가 공감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지난 대선에서 양보하기까지 한 안철수 전 교수의 뒷다리를 걸어 넘어뜨릴 수도 없다는 것이 민주통합당의 딜레마다. 따라서 남은 선택지는 최대한 이 상황이 자신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하지 않도록 하는 ‘출구전략’을 수립하는 것뿐이다.

진보정의당 역시 이 지역을 포기할 의사가 전혀 없다. 지난 총선에서 그야말로 간신히 지킨 의석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논란을 상당 부분 감수하고 지역에서 유리한 구도를 짤 수 있는 노회찬 전 의원의 부인인 김지선 후보를 출마시킨 것 역시 확실한 승부를 걸어보겠다는 제스츄어로 보인다.

통합진보당도 선거전 채비를 꾸리고 있다. 새누리당과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 합의 과정에서 통합진보당 김재연, 이석기 의원에 대한 자격심사를 진행할 것을 합의하자 곧바로 정태흥 서울시당 위원장이 노원병 선거에 출마를 선언했다. 출마를 강행한 후 후보단일화 등을 지렛대로 하여 앞·뒤로 막힌 정국을 풀어보자는 의도를 읽을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야권에서만 최대 4명의 후보가 난립할 수 있다는 결론이 나온다. 새누리당 역시 안철수 후보의 출마에 대응할 뾰족한 수를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후보 난립은 호재일 수 있다. 어느 정도 이름값 하는 후보를 찾아 출마시킬 수만 있다면 요행을 바라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이기 때문이다.

▲ 4·24 재보궐선거 서울 노원병 출마를 선언한 새누리당 허준영, 무소속 안철수, 진보정의당 김지선, 민주통합당 이동섭 예비후보(왼쪽부터)가 17일 오전 서울 노원구 상계동 마들스타디움에서 열린 험멜코리아 회장기 축구대회 개회식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안철수 전 교수가 승리한다면…

그래도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안철수 전 교수가 이 지역에서 당선되는 것이다. 물론 어떻게 당선되느냐에 따라 이후 정국에 변수가 생긴다. 따라서 몇 가지 변수를 나누어서 생각해보고자 한다.

일단 5파전에서 안철수 전 교수 혼자 자력갱생하게 되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전 교수 입장에서는 향후 정치를 본격적으로 시작할만한 가장 큰 자산을 얻게 된다. ‘조직이 없는 안철수가 단기필마로 기성 정치를 뒤집었다’라는 평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안철수 전 교수는 신당을 꾸리게 되고 민주통합당 내부는 선거 국면에서 아무것도 못했다는 이유로 분열될 것이다. 일부 정치인들이 민주통합당에서 이탈하는 경우를 가정하면 안철수 신당이 올해 안에 제1야당이 되는 시나리오도 예상할 수 있다. 경우에 따라서는 최근 만남이 성사된 박원순 시장 등 안철수 전 교수에 우호적인 세력이 이러한 구상을 거들게 될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안철수 신당은 유력 대선후보와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을 보유한 정당으로서 탄생하게 된다. 그야말로 안철수 발 정계개편이 현실화되는 것이다.

민주통합당이 무공천을 하거나 후보단일화 등의 절차를 통해 안철수 전 교수를 지지해 당선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이렇게 되면 민주통합당과 안철수 전 교수 측과의 ‘정치적 연대’가 다시 한 번 재확인되면서 서로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된다. 이 경우 선거 이후 첫 번째 터닝 포인트는 민주통합당 측의 전당대회가 될 것이다. 지도부 선거에서 안철수 전 교수 측 세력에 대한 입장이 논란이 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갖가지 의견이 분분하겠지만 결국 안철수 전 교수 측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지 않은 세력이 당권을 잡게 되면 안철수 전 교수 측의 신당 창당 프로젝트는 다시 속도를 내게 될 것이다. 안철수 전 교수 측에 상대적으로 우호적인 세력이 당권을 잡을 경우 야권 재편에 대한 논의를 공동으로 하는 그림이 만들어질 가능성도 있다. 모든 논의가 안철수 전 교수 측에 유리하게 흘러갈 경우 안철수 교수 측과 현재 민주통합당 측이 세력을 합치는 상황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다.

확률은 낮지만 안철수 전 교수가 진보정의당까지 포괄하는 범야권 단일후보로 추대되는 경우도 가정해볼 수 있다. 이 경우 이 상황을 매개로 안철수 전 교수, 민주통합당, 진보정의당 간의 ‘빅 텐트 구상’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가능성이 있다. 물론 안철수 전 교수의 지지층은 중도적 지향을 가진 경우가 대다수이며 최근 민주통합당도 자신들의 지향이 ‘중도개혁노선’이라는 점을 재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상이 실질적으로 실현될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실한 판단을 내릴 수 없다.

▲ 지난 대통령 선거에서 안철수 당시 후보는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에 대한 지지를 표명하며 사퇴하고 선거운동을 도운 바 있다. ⓒ뉴스1
안철수 전 교수가 패배한다면…

물론 안철수 전 교수가 패배하는 시나리오도 가정해볼 수 있을 것이다. 이럴 경우 안철수 전 교수가 왜 패배했는지에 대한 논란이 필연적으로 벌어질 수밖에 없다. 5자 구도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패배하게 된다면 맨 먼저 민주통합당이 비난받는 처지가 될 가능성이 크다. 이전 대통령 선거에서 양보를 한 전력을 갖고 있는데도 끝까지 정치적 이해관계를 구실로 ‘몽니’를 부려 ‘새 정치’를 표방한 안철수 전 교수를 주저앉혔다는 얘길 듣게 되기 때문이다. 물론 민주통합당 후보가 경쟁력이 없을 가능성이 커 상당히 낮은 지지율을 얻는 상황이 발생하겠지만 그것과는 관계없이 정치적 관계들 때문에 민주통합당 측에 비난이 집중될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을 통해 안철수 신당 프로젝트는 여전히 동력을 유지한 채로 일정한 영향력을 행사할 가능성이 있다.

▲ 안철수 당시 후보의 사퇴 직후 안철수 측과 문재인 측이 '좋은 그림'이 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날카롭게 대립하기도 했다. ⓒ뉴스1
민주통합당이 무공천, 후보단일화 등을 통해 안철수 전 교수를 지지하였음에도 패배하게 되면 안철수 신당의 경쟁력에 의문이 생기게 된다. 도와줬는데도 못 이겼다는 얘기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향후 안철수 신당 프로젝트는 상당한 난국에 빠질 가능성이 높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동력을 잃은 안철수 전 교수 등이 민주통합당에 입당을 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예상해볼 수 있다. 다만 진보정의당과 민주통합당의 관계는 상당한 정도로 악화될 가능성이 크다. 원래 진보정의당의 지역구임에도 안철수 전 교수에 대한 배려를 보여줘 새누리당에 의석을 갖다 바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비판이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의 입장에서는 안철수 전 교수가 이기든 지든 단기적으로는 문제될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있다. 안철수 신당이 뜨면 민주통합당이 상대적으로 약화될 것이며 안철수 전 교수가 여기서 지면 유력한 야권의 지도자 한 명이 추락하는 셈이 되기 때문이다. 다만 당 내의 상황에 따라 소외된 새누리당 비주류 일부가 안철수 신당에 합류하는 등의 이변이 돌출될 가능성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므로 장기적으로는 안철수 전 교수의 신당 창당 동력이 소멸되는 상황을 원하고 있을 것이라는 추론도 할 수 있다. 때문에 이런 측면을 고려하면 안철수 전 교수가 여전히 기성정치에 상당한 위협을 가하고 있다는 평가도 가능한 것이다.

17~19대 총선과 대선으로 살펴본 노원병 재·보선 전망

지난 10년간의 선거 경향을 살펴보았을 때, 노원병은 전통적인 야권 우세 지역으로 분류된다. 17~19대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 성향 후보의 득표율은 항상 50% 이상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2004년 17대 총선 당선자는 임채정 열린우리당 후보이다. 한나라당 김정기, 자민련 송재호, 새천년민주당 이동섭, 열린우리당 임채정, 민주노동당 진상우 등 총 5명의 후보가 출마한 17대 총선에서, 임 후보는 임채정 후보는 45%(44만 923표)를 득표하면서 당선되었다.

임 후보의 표에 이동섭 후보(10%)와 진상우 후보(7%)의 표를 합치면 야권계 후보들의 득표율은 62%에 육박한다. 당시 투표율은 63.2%로, 총 유권자 15만 8338명 중 10만 66명이 투표했다.

2008년 18대 총선에서는 홍정욱 한나라당 후보가 43%(3만 4554표) 득표율로 당선되었다. 그러나 진보신당 노회찬 후보가 40%(3만 2111표)를 얻어 석패하였으며, 통합민주당 김성환 후보가 16%(1만 3036표)를 얻음에 따라 야권계 후보들은 56%를 득표했다. 당시 투표율은 51.0%로, 총 유권자 15만 8354명 중 8만 732명이 투표했다.

2012년 19대 총선 당선자인 통합진보당 노회찬 후보는 당시 유일한 야권 후보였으며, 57%(5만 2270표)를 득표했다. 새누리당 허준영 후보는 40%(3만 6201)표를 얻었다. 총 유권자 16만 2890명 중 9만 2116명이 투표함에 따라 투표율은 56.6%를 기록했다.

같은 해 18대 대선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의 노원 지역 득표율은 53.14%(19만 4546표)였다.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는 46.46%(7만 114표)를 얻었다. 노원구의 총 유권자 수는 47만 3741명으로 이 중 36만 8003명이 투표하면서 투표율은 77.7%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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