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의 지지율이 저조하다는 소식이 전해져 화제다. 매일경제가 한길리서치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는 39.7%에 그쳤다. 해당 여론조사가 ‘잘한다’, ‘잘 못한다’, ‘그저 그렇다’, ‘잘 모른다’의 4가지 선택지로 이루어져 5가지 선택지로 이루어진 여론조사와 비교해 다소 낮은 수치가 나왔다. 그러나 그러한 점을 고려하더라도 30%대 지지율은 지나치게 낮은 수치라는 평가다.

▲ 여론조사 관련 보도에 한 면을 할애한 매일경제의 19일자 4면.

박근혜 대통령의 저조한 지지율은 취임 당시에도 화제가 됐다. 취임 직후 실시된 여러 여론조사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50%대 초·중반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이는 김영삼, 김대중 전 대통령의 70%에 육박하는 지지율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60%대 지지율과 비교하면 현저히 낮은 수치이며 이명박 정부 출범 시 지지율과 비슷하다는 이야기도 있다. 이명박 정부 출범 당시에 불거졌던 여러 잡음들을 상기해보면 이런 상황은 박근혜 정부 입장에서 결코 좋은 신호가 아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문제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박근혜 대통령의 스타일이 문제”라는 진단을 내놓았다. 취임 초기 대통령의 리더십을 보여주는 이슈 파이팅이 필요했으나 야당과 대립하고 부적절한 인사 문제에 휘말리는 모습만을 보여주었다는 것이다. 실제 인수위 시기부터 편향된 시각을 갖고 있는 것으로 평가되는 윤창중 대변인을 기용하고 총리 후보로 지명됐던 김용준 인수위원장이 낙마하는 등의 문제에 휘말리면서 시작부터 ‘스타일을 구기’는 우를 범하게 됐다는 것이다.

또, 이 관계자는 “위기를 극복하고 국가를 개혁하겠다는 메시지를 담는 전략을 취하면서 자신을 지지하지 않은 층에게 기대감을 심어줘야 했다”면서 “인사 문제와 정부조직법 문제 등에서 독선적이라는 모습만 부각된 상황을 평가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취임 초기 국가적 과제를 함께 해결해 해보자는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했지만 불필요한 대립만 여론에 드러난 상황이 문제였다는 것이다. 대통령 취임 직후 야당이 일정 정도 이상의 전향적인 자세를 보일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조성되는데 이를 적절히 이용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실제 박근혜 대통령 취임 직후 야당과의 ‘허니문 기간’은 없다시피 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8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2013 장교 합동임관식에 참석하여 경례를 하고 있다. (청와대 제공) ⓒ뉴스1

박근혜 대통령이 모든 일을 직접 챙기려고 해 문제가 발생하는 것이라는 진단도 있다. 취임 초기에는 이벤트를 해서라도 지지세를 유지하고 이를 통해 국정운영동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한데, 박근혜 정부의 경우 그런 고려 없이 해야 할 일만 소박하게 한다는 기조로 운영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든다는 얘기다. 여론을 다루는 전문가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이며 재치를 발휘해야 하는데 박근혜 대통령의 재가 없이는 담당자들이 움직일 수 없는 체계로 작동되고 있는 우려는 우려가 깔려있다. 이럴 경우 소극적이면서도 권위적인 청와대 리더십이 형성될 수 있다. 소위 ‘구중궁궐’을 떠올리게 된다.

결국 정치의 문제라는 지적도 있었다. 당 대표가 발휘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이 있고 대통령이 발휘해야 할 정치적 리더십이 있는데, 박근혜 대통령이 아직 대통령으로서의 정치에 대해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에게 지금 필요한 것은 의원들의 군기를 잡고 대통령과 야당 사이에서 주도권을 발휘하는 강력한 당 대표 리더십이 아니라 대다수 국민을 상대로 적극적인 정치를 펴는 대통령 리더십인데 이를 아직 체득하지 못하고 있다는 충고인 셈이다.

정치적 냉소주의의 팽배?

하지만 이러한 원인을 박근혜 대통령의 실책에서만 찾으면 시야가 협소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한 문화평론가는 “대통령에 대한 취임 초기 지지율이 점점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함께 보아야 한다”면서 직선제 실시 이후 나타난 일련의 현상을 묶어서 해석해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이 평론가는 “박근혜 대통령이 잘하고 있다고 볼 수 없는 것은 사실이나 대중들의 평가는 그런 디테일한 부분에 집중되지 않는다”며 “오히려 정치 전반에 대한 냉소가 수치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할 필요도 있다”고 주장했다.

2011년과 2012년을 관통하는 정국에서 정치적 냉소주의의 확대는 논란의 대상이 돼왔다. 특히 ‘안철수 현상’으로 불리는 대중적 열광은 이러한 정치적 냉소를 반영하는 현상으로 주목된다. 이 평론가는 “정치인 안철수에 대한 평가를 떠나 대중이 그런 사람에게 기대를 거는 현상 자체를 해석해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기성 정치에 실망을 느낀 대중들의 냉소가 안철수 현상을 만들어 냈다는 얘기다.

▲ 문재인 민주통합당 대선후보가 7일 오후 부산 진구 부전동 지하상가 분수대 앞에서 안철수 전 대선후보와 함께 손을 맞잡아 들어보이며 유권자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뉴스1

여론조사 수치는 이러한 해석을 수긍하게 한다. 매일경제와 한길리서치가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다시 보면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수행에 대해 '잘한다는 응답'이 39.7%, '그저 그렇다'는 응답은 35.3%에 달한다. 반면 '잘 못한다'는 응답은 15.2%에 그쳤다. 잘한다는 평가나 잘 못한다는 평가가 적극적인 의사표현이라고 한다면 ‘그저 그렇다’와 ‘잘 모른다’라고 대답한 대중들의 평가는 ‘소극적’이라고 볼수 있다. 대중들 사이에 광범위하게 퍼져있는 정치적 냉소주의가 반영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박근혜 대통령에 대해 소극적으로 평가하면서 민주당에 대한 평가는 가혹하다는 점도 이러한 견해를 뒷받침 한다. 새 정부 출범 이후 민주당에 대한 역할에 대해 응답자의 65.1%가 ‘잘못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이 역시 새로 취임한 대통령에 대해서도 미적지근하고 이에 맞서는 야당에 대해서도 염증을 느끼는 대중들의 냉소적 상태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해석에 좀 더 신중을 기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그저 그렇다’라는 답을 ‘관망’으로 해석하는 경우다. 물가, 민생안정 등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의 기대가 존재하는 상황이기 때문에 앞으로 박근혜 대통령이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개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는 시각이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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