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서울 노원구 병 국회의원 예비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의 회동에 논란이 뜨겁다. 안철수 예비후보와 박원순 시장은 17일 저녁 8시 서울 중구 정동 달개비식당에서 만남을 갖고 약 40분 간 대담을 나눈 것으로 알려졌다.

▲ 4월 재보선 서울 노원병 지역에 출마한 안철수 예비후보와 박원순 서울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중구 정동의 한 식당 앞에서 회동을 갖기 전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이번만남은 안 후보가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지난 11일 귀국한 이후 첫 회동이자 대선 출마 직전인 지난해 9월 13일 회동 이후 6개월만이다. ⓒ뉴스1

이 자리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은 ‘정치적 의미는 없다’며 건강 관리하는 방법을 나누는 등 사적인 자리였음을 강조했으나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이라 두 사람의 만남에 대한 정치적 해석이 나오는 것은 피할 길이 없어 보인다.

안철수는 왜 박원순을 만났나?

안철수 후보 측이 굳이 박원순 시장을 만난 것에 대해 이미 여러 측면에서의 해석이 나오고 있다. 정치권 소식에 밝은 한 관계자는 “선거운동 하기도 바쁜데 잡담이나 하려고 만난 것은 아니지 않겠느냐”고 반문했다. 사적인 자리였다는 안철수 후보 측의 설명은 선거법 위반 등의 잡음을 고려한 것일 수 있다는 이야기다.

특히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시장을 만나 거둘 수 있는 정치적 효과가 분명하다는 점에서도 정치적 해석은 피할 수 없다. 이러한 효과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누어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첫 번째 효과는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에서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시장에게 후보직을 양보했던 사실을 다시 상기시키는 것이다. 당시 여론조사에서 50%에 가까운 지지율을 보였던 안철수 후보가 지지율이 5%에 불과했던 박원순 당시 후보에게 전격적으로 후보직을 양보해 ‘아름다운 양보’라는 평가를 듣기도 했다.

▲ 2011년 서울시장 재보궐 선거 야권단일후보 경선 당시 시민후보 박원순 후보와 박영선 민주당 후보, 최규엽 민주노동당 후보. 이 경선에서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지원으로 무소속으로 돌풍을 일으켜 승리했다. ⓒ뉴스1

당시 박원순 후보는 안철수 후보의 양보 덕분에 민주당 박영선 후보를 꺾고 경선에서 승리해 야권단일후보가 됐다.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는 박원순 시장에게 양보를 한 이후 문재인 대선 후보에게 또 양보를 해 결과적으로 민주통합당 측에 빚을 남긴 셈이다. 이러한 사실을 강조하는 것으로 민주통합당 일각을 압박하는 효과를 낳을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두 번째 효과는 노원 병 지역의 현안을 해결할 수 있는 능력을 안철수 후보가 갖추고 있다는 점을 지역민들에게 부각시키는 것이다. 노원구의 경우 뉴타운 추진 문제와 창동 지하철 기지 이전 등의 현안을 해결해야 하는 상황에 놓여있다. 두 문제 다 부동산과 얽혀있기 때문에 쉽게 해결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때문에 지역 주민들의 입장에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적임자가 누구인지에 대한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안철수 후보가 박원순 시장을 만나 양자의 ‘우애’를 강조한 것은 지역민들이 이 문제의 해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하게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서울시장을 만나서 속된 말로 ‘쇼부’를 볼 수 있는 사람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킬 수 있지 않겠느냐”고 조심스럽게 주장했다. 서울시장과 친분이 있는, 안철수 후보 정도의 거물이 나서야 문제가 해결될 수 있다는 여론을 환기시킨다는 것이다.

민주당에 대한 견제구?

세 번째는 두 사람의 만남이 민주통합당에 일정한 메시지를 보내는 효과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안철수 후보와 박원순 시장이 만남을 가졌다는 이유로 ‘신당창당’을 예측하는 전망도 쏟아지고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그렇지 않아도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창당하는 것에 대한 여론이 있었는데 이번 만남이 일정 정도 영향을 미치지 않을 수 없게 됐다”고 평가했다. 안철수 후보가 민주통합당 일부를 떼어 내 신당을 창당하지 않겠느냐는 추측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부의 오랜 계파싸움 때문에 안철수 후보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이에 합류하는 흐름이 커질 것이라는 예상은 오래 전부터 있어왔다. 때문에 민주통합당 주류 입장에서는 이러한 상황을 더욱 경계하지 않을 수 없는 입장이 됐다는 것이다. 친노그룹에 속하며 당 내 주류로 분류되는 김태년 의원이 “노원 병에 공천을 하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을 공개적으로 피력한 것은 당 내의 이러한 흐름을 감안한 것으로도 읽을 수 있다. 김태년 의원은 이해찬 대표 비서실장 지냈고 문재인 대선후보 캠프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담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주류 일각에서는 여전히 이런 비상한 상황에 걸맞지 않는 메시지도 나오고 있다. 동아일보는 18일 보도를 통해 문재인 의원의 안철수 후보 출마에 대한 발언을 보도했다. 민주통합당의 전 대선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이 최근 당내 친노계 인사들을 만난 자리에서 “안 전 교수가 부산에서 나왔더라면 지역주의 극복을 통한 정치발전에 함께 이바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발언했다는 것이다.

▲ 안철수 후보와 박원순 시장의 만남을 보도한 기사 바로 옆에 문재인 의원의 발언을 배치한 동아일보 18일자 10면.

민주당 주류는 아직도 안이하다

물론 선의로 받아줄 수 있는 측면이 분명히 있는 발언이라고 해석할 수도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후보가 부산 영도에 나왔더라면 문재인 의원이 함께 다니면서 선거운동을 하는 아름다운 그림을 만들 수 있었다는 얘기다”라며 긍정적으로 평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문재인 의원의 지역구가 부산 사상구이기 때문에 상대적으로 선거운동에 개입하기가 더 수월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문재인 의원의 발언이 ‘영남후보론’이라는 큰 틀에서의 사고를 고집하고 있는 것처럼 해석되는 것처럼 보이는 점은 여전히 문제라는 지적도 있다. 한 관계자는 “지역주의 극복 등을 언급한 것을 보면 부산에서 당선되고 이후 대선 행보를 해야 한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하지만 영남후보론은 이번 대선으로 그 한계가 명확해진 것”이라고 혹평했다. 호남에 근거지를 갖고 있는 전통적인 민주당 세력의 지지를 바탕으로 영남 출신의 후보를 세워 호남 고립을 돌파해보자는 전략이 이제는 무력화됐다는 얘기다.

발언 자체가 이해가 안 된다는 반응도 있었다. 한 정치평론가는 “지역주의 극복을 위해 부산 영도에 나가란 이야기가 말이 되려면 세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면서 “첫째는 안철수 후보가 부산에서 당선이 되는 것이고, 둘째는 다음 대선 때까지 민주당이 살아남는 것이며, 셋째는 안철수가 그 민주당의 대선 후보 경선에서 이기는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어서 그는 “이 세 가지 과정 전부를 문재인 의원이 책임질 수도 없고 책임져서도 안 된다”며 “왜 그런 고려 없이 이런 안이한 발언을 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안철수 후보를 통해 다가오는 민주통합당을 향한 위기의 성격은 매우 중대한 것일 수 있는데, 여전히 민주통합당 주류가 안이한 대응만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꼬집은 것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