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 정통부(현재 방송통신위원회) 산하 통신위원회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결과 사업자 관리규제 기관이 오히려 사업자 봐주기에 앞장서온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해 소비자단체인 녹색소비자연대는 "방송통신위원회가 서둘러 내부조사를 실시할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이통요금 인상과 개인정보 유출을 방치해온 규제당국의 '민관 유착' 행태를 즉각 바로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 12일 감사원은 지난해 10월 실시된 '옛 정통부 통신위원회의 통신사업자 불공정행위 규제실태'에 대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의 불합리한 통화료 과금체계로 인해 사업자들이 연간 8700억원의 추가 수입을 올린 것으로 드러났다. 현행 제도는 이용자의 1회 통화 사용량을 10초 단위(1도수)로 계산하고 있다.

▲ 방송통신위원회 홈페이지
예를 들어 33초 통화시 4도수로 집계해 실제 통화에 사용되지 않은 통화시간에도 요금이 부과되고 있는 반면 소비자들에 대한 10초 단위 과금체계와 달리 이동통신 사업자들끼리는 상호접속료 정산을 0.1초 단위로 집계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옛 정통부 통신위원회는 사업자들의 요금제 책정관련 약관변경 신청에도 적정성 여부에 대한 검토 없이 그대로 인가해준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지난 2001년에서 2007년 사이 문자메시지나 화상 전화 등에 부과하는 데이터 요금제도를 시간제(서킷) 혹은 용량제(패킷)로 변경함에 따라 적정 요금보다 최대 91배나 초과 인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낙전((落錢)수입을 제외하더라도 2006년도 이동통신사업 3사의 초과이익은 1조 2264억원에 달하기 때문에 현행 요금인하의 여력이 있다"면서 방통위 측에 요금인가의 철저한 기준 마련과 통화료 과금단위의 개선을 통보했다.

또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개인정보 유출에 대해서도 옛 정통부가 안이하게 감독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감사보고서는 옛 정통부가 지난 2005년에서 2007년 9월말까지 한국정보보호진흥원(KISA)을 통해 2643건의 '개인정보 유용 행위' 신고를 접수했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결과 이 중 2005년 2건, 2006년 5건, 2007년 2건 등 단 9건에 대해서만 수사기관에 수사의뢰를 하는 등 미온대응으로 일관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개인정보 유용'으로 신고된 2643건 모두에 대해 별도의 사실조사와 시정조치도 전혀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충격을 주고 있다. 감사원은 "옛 정통부 통신위는 관련 신고를 상담종결, 분쟁조정,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로 이관 처리했다"면서 "특히 KT와 하나로텔레콤에 대해서 2005년부터 2007년까지 2백여 차례나 개인정보 유용행위 신고가 있었지만 옛 통신위는 이에 대한 사실조사를 하지 않고 기술적, 관리적 사항에 대한 점검이나 개선조치도 취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서울경찰청 수사자료에 따르면 △KT는 2004년부터 초고속인터넷 가입고객 730만명을 자사가 운영하는 포털사이트에 무단가입시키고 △하나로텔레콤은 텔레마케팅업체에 5000만건의 고객정보를 판매하고 구입업체들이 이를 이용하여 1300억 상당의 상품을 판매한 뒤 수익을 나눠가졌으며 △유출된 개인정보는 인터넷 게임사이트 가입이나 소액결제에 동원되어 피해자들이 요금결재를 하거나 신용불량자로 등재됐다.

16일 녹색소비자연대는 이번 감사원 보고서와 관련해 성명을 내어 "그간 옛 정보통신부가 통신서비스사업자들에 대해 규제기관으로서의 공정성과 형평성을 잃고 적극적으로 사업자의 이익보호를 위한 정책을 수행해 왔다는 의혹이 대부분 사실이었다"면서 "놀라움과 충격을 주고 있다"고 밝혔다.

소비자연대는 "비정상적으로 높은 이동통신요금 유지와 개인정보 유용 급증의 이유는 규제당국의 '민관유착'이라는 그릇된 규제행태에 기인한 것"이라면서 "방송통신위원회는 철저하게 내부조사를 실시해 책임을 물어야 하며 이동통신 요금체계나 요금수준에 대한 평가내용과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용행위와 관련한 조사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한편 방송통신위원회는 감사원 결과와 관련 별다른 입장표명 없이 지난 13일 홈페이지를 통해 "일부 언론이 보도한 '이동통신 통화요금 감사원 감사'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가 감사원의 지적사항에 반박·반발하고 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는 해명자료를 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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