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의 정책 방향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현오석 내정자는 13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경기부양책 등 적극적인 재정정책의 실시를 예고하면서도 증세에 대해서는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오석 내정자는 단기적인 경기 활성화 대책이나 추가경정예산 편성 여부를 묻는 청문위원들의 질의에 “경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정한다”고 발언해 단기부양책 실시와 추경편성 등에 대해 긍정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을 드러냈다. 특히 “어떤 방법을 동원할 것인지는 세제, 금리, 부동산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발언해 사실상 확장적인 재정정책을 펼칠 것을 주장했다.

그러나 5년간 136조원이 필요한 복지재원 조달에 관해서는 “세출과 세량 측면에서 대책이 필요하다”며 “지하경제 양성화나 비과세 감면 등 현행 세입기반 확충이 불가능하지는 않다”고 말해 사실상 증세 외의 세출조정 수단을 통해 재원의 조달할 계획임을 밝혔다.

또 성장론자가 아니냐는 비판에도 “경제민주화와 복지를 우선하고 있으므로 성장론자는 아니다”라면서도 “일자리를 빨리 마련해 경제를 되살린다는 데에서는 성장론자라고 할 수도 있다”며 애매한 답변을 내놓았다.

좋은 것은 다 하겠다는 현오석 내정자

현오석 내정자는 인사청문회에서의 답변을 통해 그간 화제가 되어 왔던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을 거의 다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경제민주화 정책은 물론이고 ‘모럴 해저드’ 논란이 있어왔던 국민행복기금 실시와 복지정책 확대 등에 대해서도 무리 없이 추진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사실상 박근혜 대통령이 공약한 것은 다 하겠다고 주장한 것이다.

▲ 현오석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내정자가 13일 인사청문회에서 사실상 꿩도 먹고 알도 먹을 수 있다는 취지의 답변을 하고 있다. ⓒ뉴스1

그러나 그러면서도 재정건전성을 강조하는 등의 모순된 발언도 내놓았다. 현오석 내정자는 “재정건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침이 없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저출산·고령화 사회가 예견되고 있는 상황에선 재정건전성을 중요한 국정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말했는데, 이는 앞서 이야기 한 확장적 재정정책 시행과 일부분 모순될 수 있는 것이다.

현오석 내정자의 이러한 발언은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이 지난 해 12월 31일 서울경제신문 신년 기고를 통해 "재정이 건전하다는 것은 매년 재정 균형을 유지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견해와도 일정부분 배치되는 것이다. 조원동 경제수석의 글은 어디까지나 ‘중기적’인 측면에서 재정건전성 관리가 필요하다는 것으로 현재의 균형재정을 유지하자는 이야기가 아닌 것으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다.

한 전문가는 “좋은 건 다 하고, 증세는 안 하면서, 재정건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얘기나 마찬가진데 믿을 수 없다”고 말했다. 세출은 구조조정을 하고 세입은 현 세제 시스템 하에서 증대를 모색한다는 것인데 지금까지도 언제나 세입은 모자랐고 때문에 세출은 한계에 부딪쳐 왔다는 항변이다.

리더십 없는 ‘예스맨’의 운명

현오석 내정자의 이러한 발언들은 그가 ‘예스맨’으로 살아왔던 것과 관련이 있다는 시각도 있다. 본인의 철학을 가지고 어떤 일에 책임을 지기 보다는 윗사람의 계획을 그대로 시행하는 데에만 두각을 나타내왔다는 것이다.

▲ 현오석 내정자의 경제부총리 직책 적합성을 논한 13일자 한겨레 보도.

한겨레는 13일 보도를 통해 강봉균 전 장관의 말을 빌어 현오석 내정자의 역량에 의문을 표시했다. 한겨레 기사에 따르면 1999년 9월 현오석 내정자는 당시 재정경제부 핵심 부서였던 경제정책국장에서 국고국장으로 좌천됐는데 당시 강봉균 재정경제부 장관은 “무엇을 물어도 답이 없더라”는 말로 그 이유를 설명했다고 한다. 자기가 책임질만한 발언은 하지도 않고 자기 철학을 갖고 정책을 밀어 붙이려는 의지도 없었다는 얘기다.

경제정책국장은 전체 경제정책의 큰 그림을 그리는 핵심부서로 과거 경제기획원 라인들의 1급 공무원으로 가기 위해 반드시 커리어를 쌓아야 하는, 재무부 라인의 금융정책국장과 같은 위상의 직책이었다. 이러한 요직에 앉아있으면서도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은 경제부총리로서의 업무 추진에 큰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주장에 근거를 제공한다.

경제부총리는 다양한 부서들의 이견을 조율하고 큰 방향을 잡아 뚝심 있게 밀어 붙어야 하는 직책인데 일에 책임지는 것을 싫어하고 리더십도 부족한 현오석 내정자가 그러한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것이다. 쉽게 말하자면 경제정책의 전체적인 ‘키’를 잡을만한 재목은 아니라는 게 일반적 평가라는 것이다.

청와대 경제수석이 키를 잡더라도…

▲ 전형적인 경제기획원 출신 엘리트이자 유능한 일벌레라는 평가를 받는 조원동 청와대 경제수석. ⓒ뉴스1
이런 이유로 조원동 경제수석이 재정경제부 시절 좋은 평가를 받았다는 이유를 들어 청와대 경제수석이 방향을 잡으면 경제부총리가 이를 집행하는 그림이 되지 않겠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조원동 수석이 재정경제부 시절 강봉균 당시 장관에게 좋은 평가를 받아 ‘기라성’(?)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정책조정심의관으로 고속승진을 한 사실은 잘 알려진 바 있는데 이런 관계를 볼 때 실질적인 큰 그림은 결국 청와대가 그리는 것 아니겠냐는 거다.

하지만 경제부총리가 내각 전체를 움직이는 책임을 짊어져야 한다는 점에서 이러한 주장도 ‘답’이 되지는 않는다는 지적도 있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옛 말이 뜻하는 바가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현오석 내정자는 무능력, 무소신, 무책임, 무리더십의 ‘4無’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결국 경제부총리가 실권을 행사하지 못하고 위, 아래의 눈치만 보면 ‘정책 컨트롤타워’는 일을 하는 시늉만 하게 되고 실제로는 무엇도 되지 않는 지지부진이 현실화 될 가능성이 높다. 위기는 차라리 이런 상황에서 자라나게 되며 위기가 오는 줄도 모른 채 위기를 맞이하게 되는 ‘진정한 위기’가 도래할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 숙고해볼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정치권이 서로의 이해관계를 떠나 현오석 내정자가 정말로 경제부총리의 직책에 맞는 사람인지 정확히 평가해야 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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