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사 학위 논문표절로 여·야 이사들로부터 강한 사퇴 압박을 받던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아래 방문진) 이사장이 13일 사임했다.

▲ 사퇴 의사를 밝힌 김재우 방송문화진흥회 이사장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임시이사회에 참석하고 있다. ⓒ뉴스1

김 이사장은 13일 오전 방문진 이사회에 참석해 '새 정부 출범부터 국정 철학에 맞는 운영을 위해 사임할 생각이 있었다'는 입장과 함께 자신을 향한 여·야 이사들의 압박에 대한 불편함을 드러냈다. 이날 이사회는 여당 추천 김용철 이사가 불참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 시작 30여 분 뒤 방문진을 떠났다.

김 이사장은 이사회 전후로 기자들과 가진 대화에서 "논문표절과 나의 사퇴는 상관없는 일"이라며 "박사 학위가 이사장의 자격 요건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이사장) 직무 수행을 8기 이사회에서도 했는데 박사학위 여부는 문제된 적 없다. 갑자기 9기 이사회에서 문제를 삼았을 뿐"이라며 자신을 압박한 이사들에 대한 불쾌감을 우회적으로 표했다.

또, 김 이사장은 "공영방송은 공정성을 위해 노력해야 하며 이념적으로 치우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다. 지난 1월 말 옥스퍼드대학과의 펠로우십 일환으로 영국을 방문했을 때, BBC에서도 공정성 논란과 시비가 늘 있다는 걸 알게 됐다"며 "공영방송은 끊임없이 공정성과 공공성 확보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것을 한 번 더 깨닫게 됐다"고 말했다.

'본인의 사퇴가 MBC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 이사장은 "그건 아니다"라고 잘라 답했고, '그렇다면 여·야의 이념 갈등으로 사퇴하게 된 것이냐'라는 질문에도 묵묵부답으로 일관했다.

김재우 이사장직 사퇴와 관련해 여·야 방문진 이사들은 상이한 시각을 나타냈다.

야당 추천 최강욱 이사는 "이사회 석상에서도 공식적인 반성이나 사과, 책임있는 발언이 전혀 없었다"면서 "김재우 이사장은 '개인적인 배경을 떠나서 새 정부 출범부터 사임 의지가 있었고 지금이 가장 적절한 시기라고 생각한다'는 말을 덧붙였다"고 전했다.

최 이사는 "(김 이사장이) 어이없는 발언만 하고 떠났다"며 "(김 이사장이 말한 바를 종합하면) 새 정부가 출범한 뒤 (방문진 이사들의) 이념적 갈등으로 사임하게 됐다는 얘기냐"고 강하게 비판했다.

여당 추천 김광동 이사는 "학위취소 결정이 나온 것과 관련해서는 부인할 수 없이 (이사장) 본인이 책임을 져야 하는 것"이라면서도 "하지만 김 이사장은 1월부터 새 정부의 국정 철학에 맡는 인사와 운영 거버넌스를 위해 사퇴 의사를 피력해 왔다. 김 이사장은 3년의 임기를 다 채우기보다 정부 이양기에 맞는 역할을 한 것이라고도 볼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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