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BS희망조합의 파업은 '먹구름'을 걷어내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

OBS노조는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에 따라 지난달 28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오늘로서 파업 8일째다. OBS노조는 최종 교섭에서 '임금인상 15%'요구를 '인상 3%'으로까지 대폭 축소했으나, 사측은 '임금동결'이라는 기존 입장만 고수했다.

▲ 언론노조가 6일 OBS 사옥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OBS를 규탄했다. ⓒ언론노조

2007년 OBS 개국 이후, 단 한 번도 OBS 구성원들의 임금이 인상된 적이 없다. OBS는 '공익적 민영방송사'로 어렵게 탄생했지만, 법에서 명시한 수당도 제대로 받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 OBS 구성원들이 힘을 내기란 어려운 일. 열악한 환경은 떠나는 동료를 잡을 수 없게 했고 회사는 점차 비전을 잃어 갔다. <미디어스>는 6일 경기도 부천 OBS 사옥 앞을 방문해 조합원들의 목소리를 직접 들었다.

"공채기수들이 거의 다 나갔다. 나갔던 사람 중 웃으며 나간 사람은 없다. 더 좋은 환경으로 이직하면서도, 너무나 안타까워하면서 나갔다. 2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임금을 받으면서 근무 시간은 주당 75시간이 넘는다. 이 곳에서 미래를 생각할 수 없고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도 찾기 어렵다. 이런 상황이 지속된다면 떠나는 동료들은 걷잡을 수 없이 늘어날 것이다. 이번 파업은 이 모든 걸 바로 세우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생각한다." (OBS 노조 A 조합원)

제작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는 A 조합원은 떠나가는 동료들에 대해 당연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회사가 무대책으로 일관하는 상황 속에선 결코 비전을 찾을 수 없다는 뜻도 전했다. 그는 "5년 간의 투자와 경영환경을 어렵게 만든 건 사측인데 모든 책임을 노동자들에게 전가하고 있는 상황이 문제"라며 "지역 언론인으로서, 지상파 언론인으로서의 존재 이유를 어떻게든 되찾고 싶다"고 밝혔다.

▲ OBS노조 조합원들이 OBS 사옥 앞에 모여 있다. ⓒ김도연

방송사에서 양질의 보도와 프로그램이 탄생하기 위한 최소한의 조건은 사측이 제공하는 안정적인 근무 환경일 것이다. 하지만 OBS에서는 모든 걸 구성원들이 감내해야 한다. 취재 진행비와 수당 등이 타사에 비해 터무니없이 낮아, 사비를 쓰면서 취재를 하는 경우도 빈번하단다.

OBS 기자인 B 조합원은 "취재비라는 명목으로 매달 받는 돈이 있지만 타사에 비해 매우 적다"며 "기자들에게 좋은 여건을 마련해 주면 열심히 뛰어 좋은 기사를 더 많이 쓸 수 있는 것인데, 그에 대한 보상이 전혀 없다. 또, 구성원이 적다 보니 많은 리포트를 생산할 수밖에 없고 과부하가 걸려 리포트의 깊이나 특종 등에서 밀리기 일쑤이다"고 말했다.

B 조합원은 "OBS는 경영상의 이유 때문에 신입사원을 뽑지 않고 있다. 새로운 이들이 들어오지 않아 조직의 활력이 떨어진다"며 "모든 것에 무책임한 회사를 볼 때마다 자부심과 비전이 무너진다. 참으로 속상하다"고 밝혔다.

▲ ⓒ언론노조

OBS 구성원 중 절반은 iTV 출신이다. iTV는 2004년 12월 31일 방송이 정파되기 전, 노사 간의 첨예한 갈등이 있었고 사측은 노조의 파업에 '직장폐쇄'로 맞섰다. 이는 iTV출신들이 유독 파업에 대한 트라우마가 강한 이유이기도 하다.

iTV 출신이면서 오랜 세월 방송계에 머문 C 조합원은 iTV때의 기억이 두려움이기도 하지만, 그만큼 다른 방송사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끈끈함이 존재한다고 했다.

C 조합원은 "(iTV가 중단된 이후) 만 2년 6개월 동안 직장이 없는 상태, 오갈 때가 없는 상태였다"면서 "당시 세차장에서 일을 하거나 아르바이트를 하는 등 풍찬노숙의 연속이었다. 혹여나 그런 절차를 또 밟게 될까 두려워하는 iTV 출신들이 있다. iTV출신들이 40대가 되고 가정이 생기다 보니 쉽게 나서지 못하거나, 누가 다칠까봐 염려하는 측면이 있다"고 전했다.

C 조합원은 "희망조합과 시민사회가 결합하고 2년 반이라는 시간을 투자해 탄생한 방송국이 OBS"라면서 "이번 파업이 잘 풀린다면 어느정도 트라우마가 해소될 것이다. 투쟁이 성공하면 우리도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커질 것이고 두려움을 다 떨치진 못해도 OBS를 바라보고 온 친구들과 함께 새롭고 건강한 방송사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 OBS노조 조합원들이 족구를 하고 있다. ⓒ김도연

"파업을 시작한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경인지역의 시민들의 반응이 뜨거울 거라곤 생각지 않는다. 더 중요한 건 파업의 주체들이 용기내 일어났다는 점이다. 어떠한 평가든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경인 지역의 시민들께서 크게 호응을 해 주시지 않는다면 지난 5년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 볼 계기가 되는 것이고 큰 호응을 해 주신다면 큰 감사를 드릴 수밖에 없다. 즐거운 소식을 전해야 하는데, 좋지 않은 소식을 전해 드리게 돼 참으로 죄송하다. 그러나 이 싸움은 분명 OBS 성장의 중요한 밑거름이 될 것이다. 애정을 갖고 끝까지 봐주셨으면 좋겠다. 반드시 들어가서 좋은 보도와 프로그램으로 보답할 것이다"(OBS 노조 D 조합원)

언론노조의 기자회견을 먼발치에서 지긋이 바라보던 D 조합원은 "후배들 볼 면목이 없다"면서 "창사 당시 기자 중 남아 있는 기자는 iTV 사람을 제외하면 단 한 명이다. OBS 보도국은 이별과 떠남이 일상이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그는 5년 간 권리를 내세우지 않은 구성원들의 침묵에 대해서도 말을 덧붙였다.

그는 "파업의 의미는 사람마다 다 다르지만, OBS가 저임금 구조가 고착화된 것 우리 탓이다"며 "내 노동력의 가치가 높다는 것을 5년 동안 한 번도 이야기하지 않았다. 스스로 가치가 낮다고 인정한 꼴이 됐기 때문에 회사도 그런 식으로 낮게 평가를 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번 파업은 우리가 정말 소중한 존재라는 것을 서로가 서로를 보면서 느끼는 자리"라면서 "늦었지만 지금에서라도 많은 이들이 참여해 다행이고 후배들에게 고맙고 대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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