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본관과 MBC, 한나라당 당사 앞 등 서울 여의도 일대가 '공영방송 수호' 촛불로 뒤덮였다.
다음 아고라 누리꾼 등 1천 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13일 오후 7시 KBS 본관 앞에서 '공영방송 장악 반대 촛불 인간띠 잇기' 3일째 행사를 시작한 가운데 광화문에서 촛불집회를 하던 1만 여명의 시민들도 "보수단체 회원들이 KBS와 MBC로 몰려가 실력 행사를 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고 여의도로 합류, 언론탄압을 규탄하는 촛불을 함께 밝혔다.
▲ 아고라 네티즌의 손팻말 ⓒ곽상아
이날 KBS 본관 주위를 가득 메운 시민들은 '모든 언론은 권력과 자본 앞에 당당해야 합니다'라는 내용의 현수막을 들고 "이명박은 물러나라" "최시중은 물러나라" "유인촌은 양촌리로 돌아가라" 등의 구호와 자유발언을 하며 현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자유발언 시간을 얻어 무대에 올라간 KBS 노조위원장 출신 현상윤 PD는 "이명박 정권의 언론탄압에 맞서 싸우는 가장 첨예한 전쟁터가 바로 KBS"라며 "절망의 끝에서 거대한 촛불이라는 희망을 봤다. 서민, 노동자, 비정규직의 이익과 생존권을 위해, 모두 잘 사는 대한민국을 위해 KBS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지도편달해 달라"고 말해 시민들의 박수를 받기도 했다.
▲ 다음 아고라 네티즌 등 시민 1000여명은 13일 KBS 공영방송을 지키자며 KBS 본관 앞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곽상아
이명박 대통령과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의 언론장악 시도를 강력히 규탄하던 시민들은 밤 11시가 넘어서면서 여의도 한나라당 당사 앞으로 행진했다. 그러나 미리 대기하고 있던 경찰버스와 전경들에 가로막혔고 시민들은 '불법주차 차빼라' '평화시위 보장해라' '한나라당은 해체하라'며 항의했다. '임을 위한 행진곡' '아침이슬' '바위처럼' 등을 함께 부르며 "무능하고 부패한 한나라당과 같이 살 수 없다. 이명박과 한나라당은 물러나라"고 외쳤다.
한때 전경들이 일부 빠지면서 시위대 일부가 당사 건물로 진입하기 위해 몰려들어 대치 상황이 벌어지기도 했다. 시위대는 "한나라당과 평화적으로 대화하고 싶다, 왜 국민의 앞을 가로막느냐"며 거세게 항의했다. "돈나라당, 차떼기당은 물러나라"며 준비한 계란을 한나라당 당사를 향해 던지기도 했다.
▲ 서울시청 앞 시위대 1만여명이 누리꾼의 대열에 동참해 한나라당 당사 앞에서 시위를 벌였다. ⓒ곽상아
시민들은 14일 새벽까지 한나라당 당사 건물 앞 도로에 앉아 "이명박은 물러나라" "한나라당 꺼져버려" "공영방송 사수하자" 등을 외치며 촛불집회를 이어가다 새벽 1시경 자진 해산했다. 하지만 일부 시위대 수천여명은 KBS 본관 앞으로 다시 옮겨와 촛불을 밝혔고, 3백여 명의 시위대는 MBC쪽으로 이동해 '공영방송 사수' 등의 구호를 외쳤다.
광화문에서 여의도로 번진 촛불집회는 언론, 특히 공영방송을 장악해 국민의 눈과 귀를 가로막으려는 정부와 한나라당을 규탄하는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