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이 단독으로 3월 임시국회 소집 요구서를 제출했다. 새누리당 신의진 대변인은 이에 대해 “정부조직개편안의 조속한 처리를 위해 국회 임시회의 소집 요구서를 함께 제출하자고 요구했으나 민주당이 이에 불응해 새누리당 단독으로 제출하게 됐다”며 “민주당이 정부조직법 개편안 처리를 무작정 지연시키거나 새 정부 출범의 발목을 잡으려는 태도가 드러난 것이 아닌지 우려된다”고 말했다.

과거 이런 상황에서 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일방처리가 자행됐으나 현재로선 그런 방법이 동원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새누리당이 152개 의석으로 국회 과반을 차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일방처리가 어려운 이유는 2012년 5월 여야 합의로 통과된 소위 ‘국회선진화법’ 때문이다.

▲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5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생각에 잠겨 있다. ⓒ뉴스1
국회선진화법은 국회에서 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일방처리를 말하는 이른 바 날치기 통과와 의장석 점거 등이 반복되는 악순환을 막기 위하여 도입된 것으로 황우여 당시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야당과 협의하여 입법한 것이다. 이는 국회법에 의해 규정되는 것으로 핵심 내용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은 천재지변과 국가비상사태를 제외하면 반드시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며 의장석 점거 등의 폭력행위는 금지한다는 것이다.

다만 이 조항은 부칙조항에 의해 2013년 5월 30일부터 시행하도록 되어 있어 새누리당 측이 국정공백 사태를 막기 위해 ‘마지막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정치권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하려면 못할 것도 없다”며 “야당이 계속 발목을 잡아 곧 식물정부가 될 거라는 우려가 존재하는 상황에서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올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신설된 국회법 제82조의 2항에 따라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사실상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바로 강행처리는 할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은 과반수 요구로 제출 가능하지만 이를 표결하기 위해서는 재적의원 5분의 3 동의를 얻어야 하기 때문이다.

정치적 환경의 변화 등에 따라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요구 동의가 의결되더라도 정치적 부담이 뒤따른다. 국회선진화법 도입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것인데다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직권상정을 통해 처리한 전례가 없다.

하지만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5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확대원내대책회의에서 “국회선진화법을 악용하고 인사청문회법상의 권한을 남용하는 사례가 너무 빈번하다”고 발언하고, 이후 기자들을 만난 자리에서 “정부조직법개정안 합의 무산은 여·야가 지금까지 합의했던 4대강 국정조사 등도 모두 무효가 되는 것”이라고 말하는 등 발언 수위를 높이고 있다. 이 같은 발언이 무엇을 시사하는 것인지는 두고 볼 일이다. 정부와 새누리당의 현명한 판단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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