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계속 꼬여가고만 있다. 당내 계파 갈등부터 정부조직법 개정안 처리 문제까지 넘어야 할 산이 한 두 개가 아닌데다 내외적 상황 때문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는 처지다.

안철수를 둘러싼 딜레마

민주당이 안철수 전 교수의 서울 노원구 병 출마 선언에 확실한 입장 정리를 못하고 있는 것이 이러한 곤란함의 대표적 모습이다. 일부 의원들은 안철수 전 교수의 출마에 ‘환영’의사를 표시하면서 민주당이 후보를 내는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인 반면 다른 일부 의원들은 “경우가 아니다”라면서 반대하는 상황이다.

▲ 민주통합당 이동섭 노원병 지역위원장이 4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 정론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민주당이 조속히 4.24보궐선거에 노원병 후보자를 공천 해야 한다"고 밝히고 있다. ⓒ뉴스1
이러한 상황을 반영하듯 이동섭 민주통합당 서울 노원병 지역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안철수 교수의 4.24 국회의원 보궐선거 노원병 지역 출마는 구태 정치”라며 “민주당 지도부는 하루속히 노원병 후보를 공천하고 안철수 및 새누리당 후보에게 승리해 민주당을 회생시키자”면서 해당 지역 재보선 출마를 선언했다.

안철수 전 교수의 출마가 민주당의 기반 자체를 흔들고 있는 상황 또한 관측되고 있다. 한겨레와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지난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 호남지역에서 지지율은 24.6%로 24.2%를 얻은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근소하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사회동향연구소가 지난 달 7~8일 실시한 여론조사의 결과와 비슷하다. 당시 조사에서 안철수 전 교수가 신당을 창당할 경우의 지지 여부를 호남지역 1800명에게 물은 결과 안철수 전 교수의 신당은 34.8%의 지지를 얻을 것으로 예상돼 34.2%의 지지를 기록한 민주당을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다. 호남지역은 민주당의 전통적인 지지기반으로 이 지역에서의 민심이반은 민주당의 입장에서는 치명적이다.

내부에서의 지지부진도 계속 돼

▲ 민주통합당 한상진 대선평가위원장이 지난 달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도서관에서 열린 '민주통합당의 18대 대선 패배, 100년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 대선평가위원회·한국선거학회 공동토론회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다. ⓒ뉴스1
민주당 대선평가위원장인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가 당내 주요인사 592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안 전 후보가 들어와 당을 새롭게 고치려한다면 환영하겠느냐는 설문에 65.7%가 환영의사를 밝혔다”고 발언한 것도 민주당 내 상황이 심상찮게 돌아가고 있는 점을 나타낸다. 이 조사에서 응답자의 대다수는 민주당이 안철수 전 교수의 영입을 위해 준비한 것이 거의 없다는 답변을 했으며 안철수 전 교수의 신당이 출범하더라도 ‘수용할 수밖에 없다’는 의견이 62%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밖에 민주당의 향후 전망에 대한 물음에는 “당의 미래가 녹록치 않다”, “새로운 리더십 창출이 어렵다”, “내년 지방선거에서 승리하기 어렵다”는 비관적 전망의 답변이 다수를 이뤘다.

이러한 상황임에도 내부의 계파 갈등은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비상대책위원장 선출, 비대위 구성, 전당대회의 형식과 시기, 지도부 선출 투표 룰 등을 놓고 주류와 비주류가 연일 충돌을 거듭하며 잡음을 내고 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주류와 이번 기회를 통해 당권을 탈환하려는 비주류들의 끝없는 항쟁이 이어지고 있다는 게 세간의 평가다.

여기에 대통령 선거 후보였던 문재인 의원의 당권 도전설까지 흘러나오면서 혼란은 더욱 가중되고 있다. 민주당 문재인 후보 대선캠프 대변인을 지낸 진성준 의원은 4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과 전화통화에서 “문재인 후보가 당 대표로 출마한다는 것은 부적절해 보인다”는 입장을 밝혔다. 당 내 갈등이 첨예한 상황에서 문재인 의원이 직접 당 대표 선거에 출마한다는 것은 일종의 ‘전면전’으로 받아들여 질 수 있다는 것이다. 진성준 의원은 “지금은 서로 계파의 이익을 위해서 다툴 때가 아니다”라며 “계파의 이익을 따지는 것 자체가 민주당 대선 패배의 핵심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말해 사실상 이 문제가 계파 갈등으로부터 비롯된 것임을 드러내기도 했다.

대여전선에서도 코너에 몰리고 있어

박근혜 정부와 새누리당과의 전선에 있어서도 전망이 밝지 않은 상황이다. 4일 박근혜 대통령은 대국민담화를 발표하며 정부조직법개정안 처리에 대한 국회 협조를 요청했다. 이 담화 직전 김종훈 전 미래창조과학부 장관 내정자가 “대통령이 제안한 여야 영수회담의 무산을 보면서 참으로 답답하다”며 사퇴를 선언하기도 해 민주당은 “너무하는 것 아니냐”는 여론에 직면하는 상황에 몰릴 수도 있다.

▲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상대책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의사당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박근혜 대통령이 정부조직개편안 처리 지연과 관련해 대국민 담화를 발표한데 대해 "지난 5년간 우리를 괴롭혔던 오만과 독선이라는 일방통행이 재현되고 있다"고 말하며 “최근 청와대의 행태는 국회를 무시하고 야당을 무시하고 여당조차 무시하는 행태”라고 밝히고 있다. 왼쪽은 민주통합당 박기춘 원내대표. ⓒ뉴스1

민주당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기자회견을 열고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담화를 “오만과 불통의 일방통행”이라고 평하며 “입법부를 시녀화하려는 시도”라고 비판했다. 또 국회 문화체육관광방송통신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들도 기자회견을 열어 “박근혜 대통령의 대국민 담화문에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이러한 강경대응은 민주당으로서는 피할 수 없는 전략이지만 국정 공백 사태의 책임으 나눠질 수도 있어 다양한 전술이 모색돼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선거 기간에서부터 민주당의 입장이 애매했던 것이 문제”라면서 “ICT와 방송 정책에 대한 독임제 부처 설치 등을 작년에 말하기도 했거니와 정부조직법개정안 협상 초기에 입장이 불분명한 모습을 보였던 게 민주당에 대한 신뢰를 잃게 만들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실 여부와는 관계없이 정치적 이해관계 때문에 민주통합당이 정부조직법개정안 협상에서 고집을 부리고 있는 것처럼 비춰진다는 얘기다.

민주당이 낙마를 공언했던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보고서가 4일 본회의에서 채택된 것도 이러한 어려움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민주당은 애초에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는 부적절한 인사라며 파상공세를 예고했지만 황교안 법무부장관 후보자에 대한 인사청문보고서 채택에 반대하지 못했다.

▲ 박영선 법사위 위원장이 4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법사위 여야 의원들은 이날 회의에서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인사청문회 경과보고서를 채택했다. ⓒ뉴스1

김병관 국방부 후보자의 경우도 청문회 일정을 잡는 것으로 민주당 내부 기류가 변하고 있다는 보도도 있어 민주당의 전술적 실패가 부각될 수도 있다. 이런 상황에서 도움이 되는 일은 없고 정치적 터닝포인트를 만들어 내는 것도 난망해 그야말로 내외로 첩첩산중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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