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뉴스타파의 진행을 맡게 된 최승호입니다. 저희 뉴스타파는 시민 여러분의 지지와 성원으로 탄생했습니다. 1% 특권층을 위한 보도를 거부한 언론인들과 시민 여러분이 결합한 99%를 위한 언론입니다. 앞으로 저희 뉴스타파는 그 어떤 권력도 두려워하지 않는 방송, 오직 시민 여러분을 바라보는 방송이 되겠습니다."

▲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 ⓒ김도연

최승호 뉴스타파 앵커의 오프닝은 화기애애했던 뉴스룸의 분위기를 삽시간에 진지함으로 바꿔 놓았다. 묵직한 음성과 날카로운 눈빛은 MBC <PD수첩>때 모습 그대로였다. "연습하지 않았다"면서도 그는 단 한 번의 실수도 하지 않았다. 최승호는 역시 최승호였다.

최승호 앵커는 녹화 전 "앵커 역할이 떨린다기 보다 친한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하는 것처럼 편안할 것 같다"며 "그래서 더 오버하는 부분도 있을 수 있고 감정이 앞서는 경우도 발생할 수 있기 때문에, 최대한 감정을 절제해 사실만을 전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나운싱 연습을 많이 했느냐'는 질문에, 최 앵커는 "뭐 생긴대로 하는 거지"라면서도 "지상파 앵커들처럼 딱 떨어지는 모습을 보여드리진 못하겠지만 투박하더라도 최대한 진솔하게 시청자들에게 다가갈 것"이라고 답했다.

1일은 뉴스타파가 서울시 중구 프레스센터 언론노조 사무실에서 마포구에 위치한 새 사무실로 이사를 하는 날이자 <뉴스타파 시즌 3> 첫 녹화가 있는 날이었다.

▲ 새 사무실에 붙어 있는 뉴스타파 로고 ⓒ김도연

새 사무실 정문에는 신영복 선생의 필체인 '뉴스타파' 로고가 은색의 금속으로 멀끔히 자리잡고 있고, 그 밑에는 '한국탐사저널리즘센터'가 박혀 있다. 갓 이사를 해 꽉 채워진 모습의 사무실은 아니지만, 스마트TV를 비롯한 최신식 시설, 넓어진 사무 공간은 눈에 띄었다.

특히, 중앙에 위치한 뉴스타파의 '뉴스룸'은 2만 7천여 명에 달하는 뉴스타파 후원 시민들의 저력을 느끼기에 충분했다. 벽면에서는 언론인 송건호 선생과 리영희 선생의 커다란 사진이 붙어 있다.

▲ 리영희 선생의 사진 ⓒ김도연

김용진 대표(전 KBS 기자)와 최승호 앵커(전 MBC PD)의 합류로 뉴스타파 시즌 3는 '최정예 멤버'라는 수식어를 달고 다니게 됐지만, 시즌 3를 맞아 뉴스타파 공채 1기를 뽑기도 했다. 김용진 대표는 뉴스타파 1주년 행사에서 "최승호 피디 영입보다 더 중요한 인선은 새내기들이 뉴스타파에 합류했다는 것" "등이 따뜻한 언론사를 갈 수 있었을 텐데, 큰 용기를 내 준 젊은 영혼들에게 큰 박수를 보낸다"며 공채 1기에 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뉴스타파 공채 1기 이유정 기자는 "정신이 없다. 늦게까지 아이템을 고민하고 취재를 하고 있다"며 "새로운 장소에서 첫 녹화를 한다는 사실이 실감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기자는 "시민들이 이렇게 지지를 해 주시니 앞으로 좋은 방송을 만들 수 있을 것 같다"며 첫 녹화에 대한 설렘과 시민들에 대한 감사를 표했다.

▲ 최승호 앵커(왼쪽)과 이근행 PD가 대화를 주고받고 있다. ⓒ김도연

"임팩트는 국정원이 가장 있지 않을까?" "클로징 멘트는 길 수도 있겠는데" "약간만 더 밝게 해 봐" 최승호 앵커와 이근행 PD가 꼼꼼하게 녹화 사전 준비하는 동안,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가 도착했다. 김용진 대표는 27일 오후 KBS에 사표를 제출했다. KBS 사규상, KBS 기자와 뉴스타파 대표를 겸임하는 것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25년이 넘는 세월과 함께 했던 KBS에 대해 소회를 물었다.

"오래 몸 담았던 회사인데, 떠나게 된 것 자체가..(침묵)..마음이 편한 상황은 아니다. 또 지난해 파업 과정에서 후배들에게 공정방송을 회복하자고, 공영방송을 국민의 품에 되돌려 드리자고 약속했는데 끝까지 지키지 못해서 굉장히 죄송하다. KBS 시청자들에게도 죄송한 마음을 갖고 있다. 하지만 뉴스타파라는 새로운 실험이 KBS에 남아 있으면서 할 수 있는 역할 그 이상의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뉴스타파 시즌 3의 첫 방송은 과연 무엇을 다룰까? 첫 방송부터 세다. 뉴스타파는 지상파가 관심을 갖지 않았던 '국정원 여론 의혹 사건'을 파헤친다. 또, 예산감시기획 일환으로 일반 국민은 쉽게 알 수 없는 복지 예산의 허상을 다루며 박근혜 정부의 장관 후보자들의 의혹 등을 집중 취재했다.

김 대표는 "이미 1주년 행사에서 약속 드렸지만, 사회적으로 의미가 있는 공공이슈에 집중할 것"이라면서 "시청자들과 후원자 분들이 주권을 행사하는데 도움이 되는 정보를 제대로 제공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 뉴스룸에 앉아 있는 김용진 뉴스타파 대표 ⓒ김도연

특히, 뉴스타파는 시즌 3에서 일반인에게는 생소한 '데이터 저널리즘'을 선보인다. 이를 위해 국내 최고 '데이터저널리즘' 전문가 권혜진 박사(전 동아일보 기자)가 합류했다. 권혜진 박사는 데이터저널리즘을 활용한 '정치인 고위 공무원 사정 12년 탐사보도'를 통해 2005년 이달의 기자상을 수상했다. 2006년에는 기획보도 '6대도시 화재 신고-출동-진화시간 GIS 이용 첫 분석'을 통해서 상을 받았다. 모두 컴퓨터를 통한 데이터 분석에 기반했다.

김 대표 역시 "데이터 저널리즘은 디지털 기술과 사회과학의 분석 등이 결합된 저널리즘"이라며 "디지털 저널리즘을 통해 정부·기업 기록 등을 보다 효율적으로 분석해 보도자료에 의존하지 않는 저널리즘을 고수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 사무실에서만 맡을 수 있는 페인트 냄새보다 강렬했던 건 제작진들의 열정과 진지함이었다. 새로운 환경을 접하게 되면 누구나 들뜨기 마련이지만, 이날 뉴스타파 제작진들은 첫 녹화에만 몰두하는 모습만 보였다. 기자가 지난해 10월 뉴스타파 사무실을 첫 방문했던 때처럼 그들은 또다시 "귀신에 홀린 듯" 작업에 빠져 있던 것.

광고 없이 독자들의 후원금으로만 운영되는 한국의 <프로퍼블리카(Propublica)>, 뉴스타파가 어떤 보도로 한국 언론의 역사를 다시 쓸지 시청자의 한 사람으로서 참으로 궁금했던 하루였다.

▲ 뉴스타파 제작진들이 고사를 지내는 모습 ⓒ김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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