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OBS ⓒ전국언론노동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OBS 희망조합지부(지부장 김용주, 이하 OBS 노조)가 28일 오후 6시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했다. OBS경인TV가 2007년 창사한 이후 '최초'의 파업이다.

OBS노조가 최후의 수단인 파업을 선택하게 된 것은 OBS 사측과의 임금 및 단체협상 결렬 때문이다. 노조 측은 27일 마지막 교섭에서 '임금인상 15%'요구를 '3% 인상'으로까지 대폭 축소 제안했으나, 사측은 '임금동결'이라는 기존 입장에서 한 걸음도 물러서지 않았다.

OBS희망조합은 2007년 OBS 개국 이후, 조합원들의 임금을 (전신인 iTV 시절에 비해) 10% 삭감하는 협약을 체결한 이래로 2013년 현재까지 임금 인상이 실현된 적이 없다. OBS 사측조차 지난해 6월 방송통신위원회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OBS는 창사 이후 현재까지 임금인상이 한 번도 없었기 때문에 (타 방송사와) 임금차이는 더욱 확대됐으며 OBS 직원의 임금은 2010년 기준으로 KNN과 부산MBC의 56%~66%로 업계 최저 수준"이라고 인정할 정도다.

김용주 OBS노조위원장은 28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OBS 조합원들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임금도 너무나 큰 문제이지만, 회사 자체의 비전이 전무하다"고 밝혔다.

OBS노조는 이번 파업을 'OBS 바로 세우기'라고 보고있다. 응당 받아야 할 '법정수당'을 외면하고, 노동자들에게 희생을 강요하는 OBS의 불법 경영을 막고 언론 노동자로서 적극적이고 당당한 권리를 행사해 OBS의 비전을 바르게 세우겠다는 게 목표다.

김 위원장은 "경인지역의 공익적 민영방송사로서 보도에 관한 고민, 프로그램에 관한 고민을 지속하면서 지역 사회와의 교감을 늘리고 싶다"면서 "이 모든 것의 전제는 OBS 바로 세우기이며, 우리는 반드시 승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래는 김 위원장과의 일문일답.

▲ 김용주 OBS 노조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미디어스(아래 미) : 이번 파업의 의미를 묻고 싶다.

김용주(아래 김) : OBS 개국 이래 최초의 파업이다. OBS 조합원들은 현재 벼랑 끝에 서 있다. 우리는 이 파업을 'OBS 바로 세우기'라고 생각한다. OBS는 불법 경영을 했고 구성원들에게 비상식적인 대우를 했다. 그동안은 경영상의 이유로 조합원들이 희생해 왔지만 한계치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미 : 최초 파업에 돌입하게 된 이유는?

김 : 임단협 자체를 개국 이후인 2008년에 딱 한 번 했다. 당시 임금을 10% 삭감하는 것에 합의한 뒤 지금까지 변동된 것이 없다. 그래서 파업도 처음이다. 근로조건 개선도 매우 중요한 일이지만, 회사의 비전이 전혀 보이지 않는다는 것도 큰 문제이다. 비전이 없다보니 사람이 다른 곳으로 나가도 말릴 수가 없다. 정상적인 회사라면 남아서 잘해보자라고 말을 할 텐데..(침묵)

총체적인 구조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떠나는 이들에게 끝까지 남아 달라는 말은 못해도, 적어도 남아 있는 구성원들에게 있어서만큼은 안정적인 일터가 돼야 하지 않겠나? 그런 회사로 탈바꿈되기 위해서는 열악한 근로여건부터 개선시켜야 한다.

미 : '회사 비전'이라는 것은 구체적으로 어떤 의미인가?

김 : 주주나 사측이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만 OBS는 비전을 갖추게 될 것이다. 노동자는 시키는대로 명령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당당한 주체이며 권리를 적극적으로 주장해야 한다. 그럴 때만이 회사는 조합원들과 함께 발전할 수 있다.

이러한 요구 조건은 '임면 동의제 요구'에 잘 담겨 있다. 국장 임면 동의제가 생긴다면 직원들의 목소리가 더 크게 반영될 것이다. 갈등도 완화시킬 수 있는 역할을 할 것이다. 현재, 이런 제도가 부실하다 보니 사측은 돈의 논리, 경영의 논리에만 매몰됐다.

미 : 현재 조합원들의 분위기는 어떠한가?

김 : 파업찬반 투표율이 97.3%이고, 찬성이 93.2%이다. 타 사업장을 살펴도 이 정도의 투표 결과가 나온 곳은 없다. 그만큼 조합원들의 결의는 단단하다. 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만약 이번 파업에서 무언가를 해결하지 못한다면 앞으로도 굴종의 삶일 것이다.

조합원들도 OBS를 바꿔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 정말 바로 세워야 한다는 마음이 절실하다. 실제 파업에도 찬성률 수준의 조합원들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미 : 파업을 이끄는 리더로서 고심하는 부분도 많을 것 같다.

김 : 조합원들이 고통을 감내해야 한다는 게 아프고 성과를 내야 한다는 부담감도 있다. 현재 사측과의 협상은 요원해 보이지만 어느 수준에서 타결해야 하는지에 대한 고민도 하게 된다. 또, 다른 사업장의 파업 사례에서 보듯 조합원의 동력을 장기간 이끌어 가는 전략도 중요하다. 조합원들과 대화하며 싸워 나가겠다. 강하면서도 유연한 전략을 세워야 한다.

미 : 지난 20일 OBS 신임사장이 취임했다. 임단협 문제를 놓고 신임사장과 대화를 해 봤나?

김 : 어제(27일) 노사협의회 이후 교섭이 있었다. 하지만 사장 측이 세워 놓은 안이 전혀 없었다. 취임 이후 일주일 시간을 줬음에도 회사는 협상안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결단의 의지가 없다는 말과 다르지 않다. 만약, 이번 파업으로 인해 (사장이) 직원을 배제하는 위험한 선택을 한다면, 정말 파국을 맞을 수 있다. 이 싸움은 결국 노사 타결로 가야 하는 싸움이다.

미 : 종편 출범 이후 OBS에서 출혈이 심했다. 최근에도 종편으로 이직하는 기자와 PD들이 있는가?

김 : 여전하다. 채용하는 곳이 나오면 꾸준히 옮겨 간다. 아시다시피 OBS의 근로조건이 열악하고, 회사의 비전을 찾기 어렵기 때문이다. 프로그램에서도 새로운 시도가 사라졌다. 올드한 느낌이 많다. 임면 동의제를 요구하는 또 다른 이유가 여기에 있다. 임면 동의제가 있다면 최소한이라도 후배들 생각을 하지 않을까? 임금 협상 못지 않게 중요한 요구이다.

▲ OBS노조는 28일 오후 7시 경기도 부천시 오정동 OBS 사옥 앞에서 출정식을 갖고 실질임금쟁취를 위한 투쟁을 시작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미 : 노조에서는 '창사 후 단 한번도 임금인상이 없었고 물가인상률을 고려하면 매년 실질 소득이 하락한다'고 주장하지만 회사측은 '호봉제이기 때문에 근속년수만큼 임금이 조금씩이라도 올랐다'라고 맞서는데?

김 : 회사의 논리라면 호봉제가 있는 회사에서는 임금 인상을 요구할 수 없다. 회사 스스로도 직원들의 처우가 매우 어렵다는 걸 알고 있다. 언제나 조금만 참아달라고 말한다. 지금은 자신들이 말해 온 논리마저 뒤집기 위해 애쓴다.

최근 최저임금 선의 휴일 수당이 생겼다. 그런 것들을 포함해 임금인상했다고 말한다. 호봉 개념에 대해 무지하다는 생각이 든다. OBS 10년차의 임금이 타사 신입사원 수준이라는 사실을 사측은 어떻게 설명할까?

미 : 현재 OBS의 경영상황은 어떠한가?

김 : 개국 이후 매출액이 300% 이상 올랐다. 광고도 상승 추세인 것으로 알고 있다. 하지만 임금은 5년 전 임단협 수준 그대로이다. 물론 사측이 주장하는대로 적자인 상황은 맞다. 하지만 그 폭이 줄어들고 있다. 회사 내부에서도 내년에는 손익분기점을 돌파할 수 있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가 최종적으로 제시한 수정요구안은 15억 정도 규모이다. 당장 다 받을 생각은 없다. 확약만 있다면 얼마든지 탄력적인 조정이 가능하다. 또, 회사가 나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50~60억 정도의 현금이 보유된다고 한다. 조합원들은 회사가 그 금액(15억)을 줄 생각이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한다. OBS 구성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인 것이다.

미 : '경력사원 -1호봉'이라는 것은 다른 방송사에서 찾아볼 수 없는 문제 같은데?

김 :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는 제도이다. 보통 3년 만근하고 입사를 하면 4년차로 인정받는다. 하지만 OBS에서는 3년차로 취급된다. '-1호봉'으로 받지 못한 금액을 생각하면 5~6억이다. 사실 이 금액도 양보하기로 했다. 선배들이 누적된 금액을 받지 않고 조합원들의 임금 인상으로 전환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문제가 있다는 것을 노사 모두 공감하고 있었던 사안임에도 회사는 여전히 경영정상 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미 : 지방노동위원회 조정 과정에서 조사관들은 이번 사안에 대해 뭐라고 하던가.

김 : 지노위 의장이 칠판에다 쓰면서까지 '경력사원 -1호봉'이 지닌 맹점을 비판했다. 이 제도에 대해 조사관들도 어이 없다는 반응이었다. OBS의 현실이기도 하다.

미 : 노조는 어제(27일) 협상에서 법정수당과 관련해 TF팀 구성하자는 사측의 제안을 거부했다.

김 : 사측은 법정수당과 관련해 실태조사를 하자는 말을 했다. 말은 그럴싸하지만 방송사는 이미 PD와 기자들의 근무표가 있기 때문에 시간 외 수당을 체크할 수 있다. 따로 조사해 적용하는 방송사는 없다. 수당을 일괄지급하는 곳도 있고 차등을 두거나 조정하는 곳도 있지만 이렇게 시기를 갖고 조사를 하는 곳은 없다.

GPS를 달아 기자들이 뭐하고 있는지 감시라도 하겠다는 건가? 만약 TF가 깨지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파업권이 있는 노조의 시간을 끌려는 '꼼수'라고 해석된다.

▲ 구호를 외치고 있는 OBS노조 ⓒ전국언론노동조합

미 : 노조는 마지막 협상에서 임금인상률을 스스로 대폭 삭감했다.

김 : 조합원 내부에서 반발이 있었다. 그래도 법정수당을 우선 해결하고 임금 부분은 차후에 논하자는 현실적 결단을 내렸다.

미 : 장기적 관점에서 볼 때, OBS의 총체적 경영 위기 속에서 노조의 역할은 무엇이라고 보는가?

김 : 우선해야 할 것은 시청자들에게 보여지는 부분의 개선이다. 비전을 가져야 한다. 경인지역의 공익적 민영방송사로서 보도에 관한 고민, 프로그램에 관한 고민을 노조 차원에서 깊게 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지역사회와의 스킨십도 더욱 빈번하게 가져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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