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민주통합당 중앙위원회에서 확정된 전당대회룰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애초에 22일 당무위원회 의결안은 ‘대의원 50%, 권리당원 30%, 일반국민 여론조사 20%’였는데 당내 주류가 이 안에서 ‘일반국민’이라는 문구를 빼 상황을 뒤집었다는 것이다.

중앙위 전날인 26일에는 당내 주류에 속하는 41명의 의원들이 공동으로 입장을 내기도 했다. 이들은 “자발적으로 민주당에 참여하고자 한 국민 35만 6천명을 배제하는 것은 적절한 결정으로 보기 어렵다”라며 당무위안에 대해 사실상의 거부 의사를 분명히 했다. 또, 이들은 “작년 6.9전대와 18대 대선후보 경선 시 국민참여선거인단을 모집하면서 우리 민주당은 당내 의사결정에 있어 국민선거인단의 의견을 반영 할 것을 약속했다”며 “이번 당헌 개정안에서 이분들의 참여를 배제한 것은 공당으로서의 약속을 파기하는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했다.

국민참여선거인단의 지도부 선출 가능해져

▲ 오늘자 경향신문 4면 기사

중앙위원회에서 ‘일반국민 여론조사’가 ‘여론조사’로 변경된 것은 이러한 주장을 반영한 것으로 해석된다. ‘일반국민’이라는 문구가 ‘국민참여선거인단’은 지도부 선출에서 배제하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즉, 당내 주류가 당무위에서 ‘일반국민’을 삭제하면서 기존에 모바일 투표 등을 통해 민주통합당 지도부 선출 등에 관여해온 국민참여선거인단이 사실상 다음 전당대회에서도 권한을 행사할 수 있는 길이 열린 것이다.

민주통합당 내부 사정에 밝은 한 관계자는 “결국 주류 측이 이대로 물러서지 않겠다는 의사를 분명히 한 것”이라며 “전당대회의 성격이 ‘정기 전당대회’인 상황에서 당내 주류가 지도부 선거를 포기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전당대회준비위가 1년 6개월 임기의 지도부 선출 방안을 결정한 이후 주류와 비주류의 힘겨루기가 표면으로 드러날 수밖에 없게 됐을 거라는 얘기다. 이번 전당대회에서 뽑히는 지도부가 사실상 지방선거 공천까지 책임지게 되기 때문이다.

작년 한명숙 대표 선출 직후 시작된 국회의원 선거 공천 과정에서 주류 측이 자신들에 친화적인 인물들을 쉽게 공천 받을 수 있도록 했을 것이라는 의혹과 비슷한 판단인 것이다. 이 관계자는 “한명숙 대표 체제에 대한 학습효과가 있을 것”이라면서 “사실상 승자가 다 가지는 게임이라는 것을 주류와 비주류 모두가 알고 있는 것”이라는 평을 내놓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혁신은 없고 계파 간 힘겨루기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모습을 보이면 또 다시 국민들에게 외면당할 뿐”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대선 패배 이후 뼈를 깎는 혁신의 노력을 통해 국민들에게 다시 평가받을 수 있는 기회를 가졌어야 했는데 계파 갈등이 반복되는 모습과 차기 당권을 누가 잡느냐에 관심이 집중된 상황만 보여주고 있다는 것이다.

▲ 오늘자 중앙일보 5면 기사

당 지도부 선출 방식으로 적절하지 않다는 목소리도

물론 주류 측 입장에 동조하는 목소리도 있다. 한 시사평론가는 “국민들이 당내에서 권한을 행사하는 것을 보장하겠다고 한 것이 민주당의 약속이었다”면서 “박원순 시장과 한명숙 대표, 문재인 후보도 모두 이들의 힘으로 선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금까지 국민들이 주요 공직 후보 등을 선출하는 제도를 갖추는 게 기성 정치의 혁신인 것처럼 주장해놓고 이제 와서 손바닥 뒤집듯 이를 폐기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하는 얘기다.

하지만 당 지도부를 선출하는 데 당원이 아닌 사람이 권한을 행사하는 것은 비합리적이라는 의견도 있다. 공직 후보의 경우 어차피 선거에서 국민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므로 그 사전 단계로서의 국민경선 등이 의미가 있을 수 있으나 당 대표 등의 지도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다.

한 관계자는 “당 지도부는 당원이 선출하는 것이 기본”이라며 “원안에 들어가 있는 일반국민 여론조사 20%도 사실은 필요 없는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당 지도부 선출에 참여하고 싶으면 당에 입당을 하고 권리당원이 되면 되는데 굳이 당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투표권을 줄 필요가 있겠느냐는 주장이다.

▲ 오늘자 조선일보 5면 기사

끝나지 않는 힘겨루기

제도에 대한 이러한 논란은 차라리 생산적인 것에 속한다. 문제는 뒤에서는 훨씬 노골적인 말들이 오가고 있다는 것이다. 비주류의 입장을 옹호하는 인사들은 “국민참여선거인단은 사실상 당내 주류의 동원세력”이라며 비난을 멈추지 않고 있고 주류의 입장을 옹호하는 인사들은 “구태 정치의 당사자들이 혁신을 한다며 당권 쟁취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는 식의 언사를 이어가고 있다.

“대선 패배에 책임이 있는 세력은 퇴진해야 한다”는 한상진 민주통합당 대선평가위원장의 발언은 이런 갈등을 그대로 표현하고 있다. 한상진 위원장은 ‘민주당의 18대 대선 패배, 100년 정당의 길을 모색한다’ 토론회에서 “당권을 장악해온 주류 세력의 운동권 체질의 자기도취와 망상, 상호불신으로 점철된 계파 싸움은 이제 임계점에 도달했다”라고 발언한 것으로 알려졌는데 한상진 위원장은 대선 당시 안철수 전 교수의 캠프에서 국정자문단 소속으로 활동하기도 해 대선때부터 이어진 주류‧비주류 갈등이 앞으로도 계속 이어질 것임을 예고했다.

4월 재보선, 10월 재보선, 2014년 지방선거 등의 일정을 거치며 끊임없이 등장할 안철수 신당 등의 문제도 민주통합당의 계파 갈등을 부채질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한 시사평론가는 “안철수 신당이 등장하면 민주통합당 의원의 상당수가 유혹을 받을 가능성이 크다”며 “이렇게 될 경우 제1야당인 민주당이 붕괴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번 중앙위 결정 이후에도 전당대회준비위가 ‘여론조사 30%’로 표현된 부분에 대해 따로 수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예정되어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파 갈등은 계속 표면화되어 나타날 전망이다. 여론조사에 국민참여선거인단의 비율을 어떻게 반영해야 할 지를 두고 주류와 비주류가 또 한 차례 공방을 벌여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민주통합당 앞에 놓인 길은 앞으로도 계속 험로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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