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신당 논의에 가속도가 붙고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조선일보는 27일 보도를 통해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가 이르면 3월 초 귀국해 신당 창당 준비에 착수할 것”이라며 “4월 24일로 예정된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본격적으로 뛰면서 신당 창당을 위한 기초작업에 들어간다는 것”이라는 안철수 전 후보 대선 캠프 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 안철수 전 서울대 교수의 신당창당설을 보도한 조선일보 27일 기사.

이러한 전망은 안철수 전 교수 측이 대통령 선거 과정에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를 압도하지 못한 주요 이유를 ‘조직의 부재’에서 찾는다는 것을 고려하면 어느 정도 일리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정당’이라는 조직을 통해 선출된 문재인 후보와 단일화하는 것에 상당한 부담이 있었다는 얘기다.

이미 금태섭 변호사가 2월 중순 언론과의 인터뷰 등을 통해 “안철수 전 후보 캠프끼리 가끔 만나 이야기를 나눈다”는 언급을 하기도 해 안철수 전 교수를 중심으로 한 정치세력의 등장과 이를 고리로 한 정계개편 요구는 예견된 상황이기도 하다.

4월 재보선 통해 정당조직 건설

4월 재보선의 경우 노회찬 전 의원의 지역구인 ‘서울 노원구 병’이 가장 큰 격전지로 분류된다. 노회찬 전 의원이 상당한 논란을 수반할 수밖에 없는 형태로 의원직을 상실했기 때문에 야권은 이 지역에 출마해 새 정부와 각을 세우는 계기를 만들고 싶어 하게 되고 여당은 이를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새누리당 측에서 거론되는 인사로는 이준석 새누리당 전 비대위원과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홍정욱 전 의원 등이 있으며 민주통합당 측 인사로는 정동영 상임고문과 임종석 전 의원, 박용진 대변인, 김성환 노원구청장 등이 거론된다. 이들이 하나같이 어느 정도 이상의 정치적 무게감을 갖고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그야말로 격전지라고 부르기에 손색이 없는 상황이다. 더군다나 통합진보당도 후보를 내기로 결정해 이 지역구는 혼란의 도가니가 될 예정이다.

▲ 서울 노원구 병 보궐선거에 출마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회자되는 인사들. 홍정욱 전 한나라당 의원, 허준영 전 코레일 사장, 이준석 전 새누리당 비대위원, 정동영 민주통합당 상임고문, 임종석 전 민주당 의원, 박용진 민주통합당 대변인 ⓒ뉴스1

이런 상황을 두고 안철수 전 교수 측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안철수 전 교수가 이미 정치를 계속하겠다는 입장을 밝혀 4월 재보선 대응은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이른 바 ‘큰 판’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으면 정치적 영향력이 유실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쉽게 생각해볼 수 있는 것은 4월 재보선에 대응하면서 정치적 존재감을 드러내고 이를 바탕으로 조직을 꾸려 10월 재보선을 거쳐 2014년 지방선거에 대응하는 시나리오를 검토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러한 시나리오가 가능하려면 안철수 전 교수 측 후보가 선거에서 승리를 거두거나 상당한 정도의 득표력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만약 저조한 득표로 승산 없는 싸움을 하게 되면 ‘안철수 영향력이 급감했다’는 식의 인식이 퍼지게 되고 이는 조직의 구심력을 상실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 민주통합당 측이 안철수 전 교수를 지속적으로 견제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러한 일이 벌어지면 조직을 건설하는 데 어려움이 생기는 것을 넘어서서 아예 민주통합당 측에 입당하라는 압력을 견디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

오히려 곤란한 상황일 수도

문희상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은 ‘악마의 유혹’, ‘변절’ 등의 자극적인 언사를 동원해 안철수 전 교수 측의 신당 창당 구상을 비판한 바 있다. 민주통합당 측의 이러한 반응은 안철수 전 교수의 신당 창당이 대선에서와 같은 정도의 파괴력을 보여줄 경우 민주통합당이 와해될 수도 있다는 위기감에 따른 것으로 풀이할 수 있다. 민주통합당의 가장 큰 존재의의는 ‘제1야당’이라는 것인데 자칫 잘못하면 이러한 의의가 망실될 수 있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위기감의 발로에서 ‘안철수 전 교수의 민주통합당 입당 촉구’등의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 안철수와 민주통합당의 관계는 실타래처럼 꼬여있다. 사진은 14일 여의도 국회 본회의장에서 속개된 정치ㆍ외교ㆍ통일ㆍ안보ㆍ경제ㆍ교육ㆍ사회ㆍ문화에 관한 대정부질문에서 한 의원이 '안철수와 민주당, 두 개의 데자뷔'를 헤드라인으로 내건 잡지기사를 읽고 있는 모습. ⓒ뉴스1

안철수 교수 측이 4월 재보선에서 승리하기 위해서는 야권 전체에서 일정 정도의 양보를 받아내는 절차가 필요한데 이 과정 자체가 지난 대선의 재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문제다. ‘대선에서는 우리가 양보했으니…’라고 하기에는 안철수 교수 측의 득표력이 검증된 바 없고 오히려 양보를 받아야 하는 입장은 억울하게 의원직을 상실한 진보정의당 측이기 때문이다. 또 안철수 교수 측을 중심으로 야권이 단일화 될 가능성은 크지 않다.

이러한 맥락을 고려하면 안철수 전 교수 측의 4월 재보선 대응 계획은 주체적인 계획에 의한 것이라기보다는 정세적 상황에 떠밀려가고 있는 ‘곤란한 상황’을 반영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애초에 안철수 교수 측의 신당에 관한 전망은 ‘4월 재보선 참여는 이르고 10월 재보선은 대응하고 이를 토대로 조직 건설에 나설 수는 있겠다’는 정도의 수준에 그쳤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민주통합당 내의 심상찮은 기류와 생각보다 커진 4월 재보선 판 등이 안철수 교수 측을 링 위로 끌어올리고 있는 상황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상황 자체가 민주통합당, 안철수 전 교수, 진보정의당 측 모두에게 시련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은 4월 재보선이 사실상 파국으로 이어질 가능성마저 보여준다. 심각한 상황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