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가 논란이 일었던 '문재인 횡령범 리포트'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아예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재인 민주통합당 의원의 얼굴이 포함된 사학 횡령범 CG를 교체하는 것이 원칙적으로 맞는 일임에도 불구하고, 논란이 일었다고 해서 해당 리포트 자체를 완전히 삭제한 것은 '편의주의적인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 MBC <뉴스데스크> 8일자 보도 <1천억 횡령 두 달 만에 석방>. 하늘색 원이 그려진 부분이 민주통합당 문재인 의원이다. - 뉴스데스크 화면 캡처

MBC <뉴스데스크>는 8일 23번째 꼭지 <1천억 횡령 두 달 만에 석방> 리포트에서 1천억 대의 교비를 횡령한 혐의로 구속됐던 사학 설립자가 보석으로 풀려난 사건을 다루면서, 횡령범 CG에 문재인 의원의 얼굴을 포함시켜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MBC는 논란이 일자 곧바로 보도자료를 내어 문재인 의원에게 사과 의사를 밝혔으며, 지난 18일에는 해당 리포트를 제작한 여수MBC의 보도팀장과 영상제작팀장의 보직을 해임하고 각각 감봉 2개월과 5개월의 중징계를 내렸다.

이와 함께, MBC는 아예 해당 리포트를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삭제한 것으로 확인됐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8일 23번째 꼭지였던 <1천억 횡령 두 달 만에 석방>은 뉴스데스크 홈페이지에서 완전히 삭제됐으며 그 자리에는 다른 리포트인 <팔아주겠다 한해 수확 가로채>가 대신하고 있다.

황용구 MBC 보도국장은 26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내릴 수 있는 것"이라며 "잘못된 보도를 내리는 건 당연한 일"이라고 밝혔다.

MBC에서 기자 생활을 오래한 한 관계자 역시 "방송사고가 있거나 크게 문제가 됐던 리포트가 인터넷 홈페이지에서 내려지는 일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 리포트를 내렸다는 것 자체가 MBC의 잘못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며 보다 중요한 것은 재발을 방지하겠다는 의지"라고 말했다.

하지만 논란이 된 리포트를 제대로 수정하기 보다 삭제 처리한 조치는 '편의주의적 발상'이라는 지적이 제기될 수밖에 없어 보인다. 리포트 자체가 삭제됨에 따라 '1천억 대 사학 횡령범에 대한 보석결정' 뉴스 자체가 통째로 사라져버렸기 때문이다.

김동찬 언론개혁시민연대 기획국장은 26일 <미디어스>와의 인터뷰에서 "이 사건의 경우, 의도적인 조작이라기 보다 기술적 측면에서의 실수였고, 그대로 방치할 경우 문재인 의원에 대한 명예훼손이 확대 재생산될 수 있다는 측면이 있다"면서도 "아무런 입장 표명도 없이 기사를 내리는 것은 편의적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김 기획국장은 "이 사안과 관련해 '공식적인 사과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시청자들의 지적이 있었다면 방송을 통해서라도 재발 방지 약속을 해야 하는 것이 공영방송의 역할"이라며 "단순히 책임자들을 보직 해임하고 리포트를 아예 삭제하는 방식으로 사건을 일단락하려는 모습은 MBC의 성숙함이 다소 부족하다는 것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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