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대주주인 종합편성채널 JTBC가 '기사별 시청률'을 보도국 기자의 인사고과에 반영키로 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JTBC의 이번 조치는 오랜 기간 1% 수준에 머물고 있는 뉴스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한 시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 중앙일보 노동조합이 발행하는 중앙노보 14일자(제677호) ⓒ중앙노보 화면 캡처

중앙일보 노동조합이 14일자로 발행한 '중앙노보'에 따르면, 현재 JTBC는 <JTBC 뉴스9> <정오의 현장> <JTBC 뉴스 이브닝> <JTBC 주말뉴스> 등에서 방영되는 기사마다 '시청률'과 '기여도'를 기록해 연중 2회 실시되는 기자 업무 평가에 30% 수준으로 반영할 예정이다. 나머지 70%는 기자가 속한 부서 데스크의 의견으로 매겨진다.

중앙일보의 경우, 매일 조사하는 열독률을 '참고 사항'으로만 활용할 뿐 기자의 인사고과엔 공식적으로 반영하지 않아왔으며, 시청률을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하는 것은 JTBC에서 처음 시도되는 조치다.

노보에 따르면, JTBC는 현재 외부 업체를 선정해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icator·KPI) 측정 프로그램을 개발 중이며 이 프로그램은 기사별 시청률을 자동으로 기록한다. 담당 부장이 제작에 참여한 기자 이름 등을 프로그램에 입력해두면 평가 기간에 자동적으로 점수를 산출하며, 이달 중에 프로그램 개발은 완료된다.

JTBC 내부에서도 "자극성, 선정성 우려"…사측 "시청률 무시할 수 없어서"

이를 놓고 JTBC 내부에서는 "시청률과 기사 건수로 기자의 능력과 성과를 평가하는 것은 부당하다"는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노보에 따르면, A 조합원은 "열독률이나 시청률이 기사의 가치를 담보하는 게 아니란 걸 모두 알고 있지 않느냐"며 "보도국도 편집국처럼 시청률을 참고자료로만 활용하는 게 적합하다"고 밝혔다. B 조합원 역시 "오랜 취재 기간이 필요한 뉴스 아이템을 맡는 기자는 기사 건수가 상대적으로 적어 평가에서 불리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고 노보는 전했다.

JTBC 한 관계자 역시 25일 <미디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내부에서 일대 파문이 일었다"고 전하면서 "일각에서는 '저널리즘 수호라는 가치를 지켜낼 수 있겠냐'고 반문하기도 한다. 이런 시청률 중심주의를 고수하게 될 경우, 종편이 지속적으로 비판 받았던 보도의 자극성과 선정성은 더 커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그런데 경영진은 이러한 평가모델을 만든 것에 대해 자랑스러워 한다"며 "단순히 종편의 문제가 아니라, 지상파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노보에 따르면, 오병상 JTBC 보도국장은 시청률을 기자 인사고과에 반영하려는 계획에 대해 "방송의 특성상 시청률을 아예 무시할 수는 없다. 그래서 30% 선에서 반영하는 것으로 결정했다"며 '시청률'에 따른 조치임을 숨기지 않았다.

오병상 국장은 "만약 능력이 부족한 기자가 운좋게 성과지표상 높은 점수(30점 만점)를 얻었다고 해도, 이를 담당 부장이 재량으로 조절할 여지가 충분히 있다. 거꾸로 생각하면, 성과 지표를 반영하기 때문에 부장이 독단적으로 기자를 평가할 가능성을 차단하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며 시청률을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하는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하기도 했다.

<미디어스>는 JTBC의 입장을 좀 더 들어보기 위해 보도국, 인사팀, 대외협력팀 등에 수 차례 전화를 시도하며 추가 취재를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 JTBC 홈페이지 화면 캡처

기존 방송사들, 시청률 반영하지 않아…"JTBC가 위험한 시도"

JTBC의 계획은 방송사로서는 이례적인 일이라는 것이 언론계의 중론이다. 지상파 방송3사를 비롯해 YTN의 경우, JTBC처럼 노골적으로 '기사 건수'와 '시청률'을 기자 인사고과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

미디어스 취재 결과, KBS는 담당 데스크의 재량에 따라 기사 건수가 반영되는 추세지만 규정에 의해 일괄적으로 '기사 건수'와 '시청률'이 인사고과에 반영되지는 않는다.

함철 KBS 기자협회장은 JTBC의 계획에 대해 "기자가 생산직도 아니고 말도 안 되는 조치"라며 "시행하는 순간 기자를 모욕하는 일이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2011년 각 부서별로 최하 등급(R등급. 기사링크)에 대한 인원을 강제 할당해 논란이 됐던 MBC 역시 '전무후무한 일'이라는 반응이다.

박재훈 MBC노조 홍보국장은 "MBC는 기자가 쓴 리포트의 시청률이 인사고과에 직접 반영되지는 않는다"면서 "회사에서 인사 평가에 대한 계량화 작업을 추진한 적이 있지만 현재 그것과 연계돼 평가가 이뤄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라고 전했다.

박 홍보국장은 "방송이 협업이라는 특수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감안하면 리포트별 시청률을 인사에 반영하는 것은 무리한 작업"이라며 "공영방송의 경우, 종편과 같은 무한 경쟁의 논리를 따를 것이 아니라 '공정성 개발 지수'와 같이 공정성을 강화할 수 있는 제도를 고민하고 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SBS의 경우에도, 지난해부터 '성과관리 평가제도'가 시행됨에 따라 기사 건수가 인사고과에 일부 반영되고 있으나 JTBC처럼 시청률이 직접적으로 반영되지는 않는다.

SBS 관계자는 "특정 시간에 특정한 시청률이 나오는 이유가 딱히 해당 리포트의 품질 때문이라고 볼 수는 없다. 직전의 리포트가 눈길을 끌어서 상승세를 탔을수도 있고, 같은 시간대의 타사 뉴스가 관련 내용을 앞서서 보도했기 때문일 수도 있고, 전체적으로 큐시트를 잘못 짠 사람의 잘못일 수도 있고 아주 다양한 변수가 있다"며 "(JTBC의 계획은) 말이 안되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이미 기자들은 과도한 업무 때문에 당장 눈앞의 리포트를 제작하기에 급급한데 JTBC처럼 해버리면 (장기적인 관점의) 리포트가 생산되기 어렵다"며 "심층 리포트라는 것은 더 자주 현장을 나가 더 많은 사람을 만날 경우에만 나올 수 있다는 게 명백한데, 리포트를 자주 하면서도 깊이있게 다룬다는 게 가능한가"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YTN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기자들의 기사 건수와 시청률은 인사고과에 전혀 반영되지 않으며, 사규에는 '직급·부서별 특성을 고려해 사원의 능력과 태도, 업적을 효율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한다'고 명시돼 있을 뿐이다.

김종욱 YTN 노조 위원장은 "JTBC의 경우처럼 기자들의 성과를 계량화하게 되면 많은 문제가 발생한다. 객관성과 공정성을 담보할 수 있겠는가"라며 "과거에 기자 별로 생산되는 리포트로 인사 평가를 하겠다는 목소리가 사측에서 제기된 바 있으나, 극심한 반발에 부딪힌 바 있다"고 전했다.

"보도를 상업적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것" 우려 제기

JTBC의 조치가 현실화되고, 다른 종편채널을 비롯한 상업방송에 영향을 미칠 경우 언론계에 해악을 끼칠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된다.

김서중 성공회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25일 "시청률과 기자 개인의 보도 능력을 연관 짓는 건 어불성설이다. 편집의 과정, 소재의 선택, 시청자들의 선호도 문제 등 수많은 요인이 시청률에 영향을 미친다"며 "JTBC의 시도는 보도 영역을 상업적 경쟁의 도구로 전락시키는 일"이라고 비판했다.

김 교수는 "보도를 해야 하는 이유가 사람들의 관심을 끌어야 하는 것으로 압축이 된다면, 보도행위 자체가 기자의 가치를 포기하게 만드는 일이 돼 버릴 수 있다"며 JTBC의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언론계에 미칠 영향을 경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노종면 YTN 해직기자 역시 "보도가 시청률과 결부되는 순간 연성화, 선정성 문제 등 부작용이 발생하기 마련"이라며 "시청률은 중요한 문제이지만 전적으로 보도국 내부 혁신이나 보도 내용으로 승부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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