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기갑이 찌르고 최재천이 썰고 이해영이 담았다."

지난 12일 밤부터 13일 새벽까지 3시간 가까이 이어진 MBC <100분토론>에 대한 한 네티즌의 한 줄 평가다.

쇠고기 재협상과 촛불정국의 향방을 주제로 한 이날 토론에서는 '간달프' 강기갑 민주노동당 의원의 핵심을 찌르는 공격이 먼저 눈길을 끌었다.

강기갑 의원 "수술해야 될 판에 빨간 약 바르면 덮어지나"

쇠고기 재협상은 불가능하며 추가협상을 통해 30개월 이상 소를 수출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정부 측 주장에 대해 강 의원은 "뱃속에 거즈나 가위가 들어가 있는데 겉으로 약 발라서 덮으면 국민들이 넘어가려고 하겠느냐"고 반박했다.

▲ 6월12일 MBC <100분토론>.
"애가 아파서 넘어갈 판인데 원인 분석하고 있는 꼴"이라는 한나라당 장광근 의원의 주장에 대해서도 "수술을 해야 할 판인데 빨간약 바르고 넘어가려고 하니 이러는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다크호스' 최재천 전 의원…"어느 지역구에서 떨어진 거냐" 관심

최재천 전 통합민주당 의원의 논리적인 반박도 시청자들의 주목을 받았다. 최 전 의원은 지난 5월14일 '대한민국 정책포털(www.korea.kr)'에 올라온 자료를 제시하며 "미국 정부의 요청에 따라 4월10일 결과를 4월18일 재협상한 것인데 우리는 왜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느냐"고 조목조목 따져 물었다.

그는 또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쇠고기 문제는 통상이 아닌 검역의 문제라고 말했던 사실을 근거로 "왜 본부장이 농림부의 잘못을 뒤집어쓰느냐. 미국에 가지마시라"고 반박했다. 최 의원은 자신이 잘못 알고 있는 사실이 있을 때에는 바로 인정하고 "제가 일시적으로 후퇴합니다"라고 말하기도 해 합리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다음 아고라와 MBC 홈페이지에서는 "최재천 의원이 어느 지역구에서 왜 떨어진 거냐" "장광근 의원 지역구는 부끄럽지도 않느냐" 등의 의견이 올라왔다. 최 의원은 지난 4월 총선에서 서울 성동갑에 출마했다가 한나라당 진수희 의원에게 패했다.

한신대 이해영 교수도 "30개월 이상 소 문제만 해결하실 거라면 갈 필요가 없다"며 "가지 마시라"고 충고했다. 국민들이 불안해하는 것은 30개월 이상 소만이 아니라는 설명이다.

김종훈 본부장이 '과학적 기준'으로 강조한 SPS(위생검역협정)에 대해 이 교수는 "실제로 SPS 협정문을 보면 과학적 기준도 중요하지만 경제적 요인이나 예외적 특성도 고려하라고 돼있다"고 반박했다.

과학적 기준…국제법…정치…국민은 지쳤다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이 '과학'을 강조했다면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국제법'을,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정치'만을 강조해 빈축을 샀다.

▲ 이화여대 최원목 교수(왼쪽)와 한신대 이해영 교수.
최원목 교수는 "검역주권 등의 문제에 정부가 충분한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사인한 측면이 있기 때문에 문제가 많은 조약이라 생각한다"면서도 국제법 상 사실상 재협상을 요구할 수 없기 때문에 민간업체의 자율규제로 풀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장광근 한나라당 의원은 "야당이 쇠고기 정국을 정치적으로 즐기고 있다"고 말했다가 강기갑 의원의 거센 반박을 받았다. 강 의원은 "지금 10대가 옛날 10대가 아니다. 국민을 무시하는 발언"이라며 발언 철회를 요구하는 소동이 빚어지기도 했다.

김종훈 본부장 "재협상은 어렵다…30개월 미만소는 안전"

13일 추가협상을 하기 위해 미국으로 떠나는 김종훈 통상교섭본부장은 이날 토론에서 "우리 정부의 재협상 요청을 미국이 거부할 경우 그 뒤에 발생할 수 있는 문제를 감당할 수 있겠느냐"며 "이런 표현까지 쓰고 싶지는 않지만 보복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30개월 미만 소에 대한 국민들의 우려에 대해 "너무 증폭돼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다"며 "30개월 미만 소는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김 본부장은 이번 추가협상에서 30개월 미만 소 문제에 대해서는 논의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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