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문회 시즌이 돌아왔다. 박근혜 당선인과 인수위원회가 각 부 장관 및 국무위원 후보의 인선을 끝냈기 때문이다. 인사청문회법에 따르면 국회에 제출된 임명동의안을 20일 이내에 본회의 표결에 회부, 처리하도록 되어 있다. 정홍원 총리후보자의 경우 여야가 20일부터 21일까지의 인사청문회 일정을 합의한 상황이나 나머지 후보자들에 대해서는 아직 일정이 합의되지 않았다. 때문에 박근혜 당선인의 임기가 시작되는 25일 이전에 청문회가 마무리되기는 어려울 예정이다.

지난해 인사청문회법이 개정돼 당선인이 지명하는 국무위원 후보자들이 전원 검증 대상이다. 그러나 각각의 후보자들에 대해 여러 의혹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인사청문회 과정은 순탄치 않을 전망이다.

민주통합당이 벼르는 김병관·황교안 후보자

민주통합당 측은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 강도 높은 공세를 펼칠 것을 예고한 바 있다. 박기춘 원내대표가 ‘깜짝 놀랄 만한 제보가 들어오고 있다’고 발언하고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이런 부적격 인사를 내놓으면 도와주고 싶어도 도와줄 수가 없다’고 발언하는 등 결코 쉽지 않은 상황이 될 것임을 암시했다.

▲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와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 ⓒ뉴스1

김병관 국방부 장관 후보자는 전역 직후 무기중개업체 고문으로 근무했다는 점이 문제가 된다. 김병관 후보자가 국방부장관이 되면 K2전차 파워팩 등 무기체계의 결정에 자신이 몸담았던 업체가 개입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 밖에 노량진 아파트 편법증여, 예천지역 임야 증여세 탈루, 위장전입, 종교활동 논란, 부인의 방산기업 주식보유 등의 의혹이 계속 제기되는 상황이다. SNS 등의 인터넷 공간에서는 김병관 후보자의 휴대폰 악세사리에 박정희 전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의 초상이 그려져 있는 사진이 논란이 되기도 했다.

황교안 법무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종교적 편향이 문제가 됐다. 황교안 후보자는 자신의 저서를 통해 ‘공무원 시험은 주일이 아닌 토요일에 치러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하고 교회 내에서 노동법 적용이 가능하다는 대법원 판결 등을 비판하기도 해 걱정스럽다는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이 밖에도 장남이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과 ‘만성 담마진’으로 인한 병역 면제 등에 대한 논란이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홍원 총리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내정자 ⓒ뉴스1

정홍원 국무총리 후보자의 경우도 많은 의혹에 휩싸이고 있다. 지금까지 논란이 돼왔던 것은 아들의 병역면제 사유와 후보자의 재산증식 과정이다. 정홍원 후보자의 아들로 검사로 재직 중인 우준씨가 1997년 1급 현역 판정을 받았으나 4년 뒤 허리디스크로 5급 면제판정을 받은 점과 정홍원 후보자가 변호사 시절 짧은 기간에 10억 가까운 재산을 불렸다는 점이 문제다. 특히 변호사 시절의 재산증식에 관해서는 법조계의 오랜 관행인 ‘전관예우’에 의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혹도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다.

20일 경향신문은(참고기사 클릭) 정홍원 후보자가 부산에서 검사로 재직 중일 당시 부산 재송동에 법조타운이 들어설 것을 미리 알고 부동산 투기를 한 게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다. 정홍원 후보자가 민주통합당 홍익표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정 후보자는 1978년 6월 당시 부산 동래구 재송동에 대지 496.80㎡(약 150평)를 매입했는데 이후 3개월만에 이 지역이 부산지방법원과 검찰청의 신축 청자 부지로 지정됐다는 것이다. 정홍원 후보자는 당시 재송동 토지 취득사유를 ‘거주’로 명시했으나 실제 거주한 일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은 확산될 전망이다.

경제부총리로 내정된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의 경우 KDI원장으로 재적당시 부적절한 판공비 사용이 문제가 되고 있다. 19일 KDI가 이낙연 의원실에 지출한 자료에 따르면 현오석 후보자가 2009년부터 2012년까지 사용한 판공비는 모두 3164만원인데 이 가운데 616만원(42회)은 주말 등 공휴일에 사용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이낙연 의원 측은 ‘판공비는 공무 처리에 드는 비용인데, 대법원은 업무와 무관한 식사대금 등에 법인카드를 사용하는 것은 업무상 배임죄에 해당한다고 판시했다’며 ‘현오석 후보자가 판공비를 사적으로 사용한 것이라는 의심이 든다’고 주장했다.

또한 현오석 후보자의 경우 고가의 주상복합아파트를 특혜로 분양받았다는 의혹과 함께 딸에게 부동산을 증여하면서 증여세를 탈루했다는 의혹, 2011년 저축은행 뱅크런이 일어날 당시 솔로몬저축은행 등에 예금했던 2억원을 영업정지 전 인출했다는 의혹 등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거의 모든 후보자에 의혹이 꼬리 물어

▲ 김종훈 미래창조과학부장관 내정자 ⓒ뉴스1
새 정부의 역점 사업을 책임지고 추진할 미래창조과학부의 장관으로 내정된 김종훈 국무위원 후보자의 경우도 여러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최근 제기된 의혹은 미국 중앙정보국(CIA)와 모종의 관계를 맺어왔다는 점이다. 김종훈 후보자는 벨연구소 소장으로 선임된 2005년 CIA가 설립한 ‘인큐텔’이라는 IT업체 창립에 관여했고 이사로 근무했는데 당시 이 업체는 CIA로부터 매년 3700만달러 가량을 지원받아 운영됐다는 것이다.

소위 ‘김종훈 테마주’ 의혹도 있다. 김종훈 후보자의 손위 처남이 공동대표로 있는 회사가 지난 12일 제3자배정방식으로 신주를 발행했는데 김종훈 후보자 지명 이후 주가가 상한가를 기록해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이다.

안전행정부 장관으로 내정된 유정복 후보자의 경우 친형이 2010년 인천공항에너지에서 68억원 규모의 사실상 수의계약을 따낸 것에 연루되어 있는지 의심을 받고 있다. 윤병세 외교부장관 내정자의 경우 부동산 투기, 병역 면제, 로펌 근무 기간 동안의 재산 증식 등에 대한 의혹을 받고 있다. 교육부 장관으로 내정된 서남수 후보자의 경우 위장전입과 경주 위덕대 총장 부임, 보충역 근무 등에 대해, 유진룡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는 위장전입, 탈세, 농지법 위반, 이중공제 등의 의혹에 시달리고 있다.

청와대 비서진 내정자들에 대한 의혹도

▲ 허태열 대통령비서실장 내정자 ⓒ뉴스1
청와대 비서진 내정자들의 경우도 계속 의혹이 터져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대통령 비서실장으로 내정된 허태열 전 의원의 경우 농지 취득과 관련해 영농계약서를 허위로 작성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허태열 전 의원은 파주시에 부인 명의로 된 3억 5천여만원의 농지를 소유하고 있는데 직접 경작을 하기 위한 용도로 매입하였지만 실제 경작을 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허태열 전 의원 측은 ‘농사를 짓다가 소작을 맡겼고 이후 한국농어촌공사에 토지 운영을 위탁했다’고 해명했다.

20일 동아일보는(참고기사 클릭) 허태열 전 의원이 1999년 쓴 박사학위 논문이 연세대학교 이종수 교수의 학술지 논문 절반 가량을 그대로 베낀 것으로 의심된다는 보도를 했는데, 이와 관련해 허태열 전 의원은 ‘논문작성 당시 작성 방법이나 연구윤리에 대한 이해가 부족했다’며 대국민 사과를 하기도 했다.

곽상도 민정수석비서관 내정자에 관한 의혹도 있다. 곽상도 내정자는 지난해 5월 영업정지된 미래저축은행 김찬형 회장의 변호를 맡았다는 점이 문제가 됐다. 김찬경 회장은 범죄 발각 당시 밀항을 시도한 바 있다.

또한 1990년대의 대표적인 공안사건인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 당시 수사검사였다는 점도 문제가 되고 있다. ‘강기훈 유서 대필 사건’은 1991년 전국민족민주연합의 김기설씨가 ‘노태우 정권 퇴진’을 요구하며 분신하자 검찰이 강기훈씨가 김씨에게 분신할 것을 사주해 유서를 대신 써줬다는 누명을 씌워 강씨를 사법처리한 사건이다. 이와 관련해 폐암으로 고통받고 있는 당시 피해자 강기훈씨는 페이스북을 통해 “1991년 6월 서울지방검찰청 11층 특별조사실에서 잠 안 재우기를 담당하셨던 검사 양반, 이렇게 나타나셨다.”라는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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