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나 했지만 역시나다. 이명박 대통령이 ‘철들었다’고 생각한 지 며칠 지나지도 않아서였다. 이명박 대통령이 동아일보와 가진 인터뷰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아니, 떠들썩할 것도 없다. 우리가 익히 아는 ‘가카’의 그 모습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14일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자신의 치적(?)을 열거하며 그야말로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이명박 대통령은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으니 망정이지, 실패했다면 나를 비난하는 기사가 쏟아져 나왔을 텐데 실패하지 않아 기사가 나오지 않는다’고 말하며 ‘내가 대통령이 되어서 한국이 국제사회에서 이 정도로 인지도가 생겼다’고 말했는데, 이는 그동안 이명박 대통령을 비판하는데 열을 올렸던 수많은 국민들과 언론을 계속 무시해왔다고 밖에는 해석할 수 없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은 자신이 경제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했다고 말하지만 그 과정에서 희생된 서민들에 대해서는 어떤 언급도 하지 않았다. 대내균형은 포기하고 대외균형을 맞추기 위해 고환율 정책 등을 일관적으로 편 대가는 물가의 상승과 내수 부진이었다. 오로지 수출대기업만이 혜택을 봤다. 이에 대해 이명박 정부는 ‘낙수효과’를 말하며 수출대기업이 전체 경제를 견인하리라는 전망을 내놨으나 실제 효과는 나타나지 않았다. 대통령이 직접 재벌 총수들을 청와대로 불러 엄포를 놓고 ‘동반성장위원회’를 만들어 전직 총리를 위원장 자리에 앉혔지만 상황은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 여전히 서민들의 삶은 힘들고 중소기업들은 당장 직면한 어려움을 해결하지 못해 아우성이다. 그런데도 이명박 대통령은 힘든 것은 다 세계금융위기 때문이며 자신이 그것을 다 잘 극복해 그나마 이 정도라도 되는 거라고 말한다. 미치겠다.

▲ 자화자찬하는 이명박 대통령의 인터뷰가 실린 15일자 동아일보 보도.

본인의 치적으로 홍보하는 ‘녹색성장’에 관해서도 할 말이 많다. 이명박 대통령은 녹색성장이라는 개념을 자신이 개발해서 세계에 제시한 어젠다인 것처럼 설명하고 있는데, ‘녹색성장’이라는 단어를 유행시켰을 수는 있지만 그런 문제의식 자체는 이미 대다수의 선진국이 공유하고 있던 것이었다는 점에서 정확한 설명이 필요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게다가 한국이 녹색성장을 새로운 성장동력의 슬로건으로 정한 이후 여기에 맞는 어떤 노력을 했는지도 미스터리다. 녹색성장은 기본적으로 제조업 등 실물경제의 호황이 동반되어야 시작될 수 있다는 난점을 갖고 있다. 이는 총체적인 경제정책 수립의 문제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중 진행된 사업에 그나마 녹색성장의 로드맵에 따라 이루어진 것으로 평가할 수 있는 건 ‘핵발전소 수출’ 밖에 없다. 그나마도 후쿠시마 사태 이후에는 그게 과연 ‘녹색’인지에 대한 근본적 의문이 제기되고 있는 상황이기도 한 것이다.

▲ 쑥쓰러운 미소를 짓고 있는 이명박 대통령 ⓒ뉴스1
일본의 우경화에 제동을 걸기 위해 독도를 방문했다며 그 성과를 늘어놓는 것도 궁색하긴 마찬가지다. 독도를 방문한 일은 일본의 우경화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못했다. 이명박 대통령이 독도를 방문하고 한참 후 실시된 총선 결과로 일본 국회의 2/3가 보수파로 채워졌다. 아베 신조 총리대신은 대놓고 야스쿠니 신사 참배와 평화헌법의 개정 등을 통한 군국주의적 재무장을 천명하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 일본 우경화에 무슨 제동이 걸렸나?

4대강에 대해선 감사원에게 ‘정말로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면 관계자들을 해임하고 중징계하라’고 하고 이상득 전 의원은 동생에게 사면을 해달라고 할 사람이 아니라고 한다. 하나마나한 얘기들이다. 문제는 이런 인터뷰를 준비하느라 이명박 대통령은 참모들과 3차례나 회의를 했다는 것이다. 도대체 3차례의 회의에서 무엇을 이야기 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렇게 애정 어린 비판을 늘어놓아 보아도 이명박 대통령은 반응하지 않을 것이다. 여전히 ‘내가 잘해서 사람들이 비판을 하지 않는다’고 생각하실 것이다. 차라리 김황식 총리처럼이라도 반응해줬으면 좋겠다. 김황식 총리는 마지막 대정부 질의에서 민주통합당 김동철 의원의 질의에 답하며 ‘이 정부는 빛도 있고 그림자도 있으며 반성하고 다음 정부에서 충분히 달리해야 할 것들도 있다’ 면서 ‘모든 것을 객관적으로 냉정하게, 사실에 기반해서 말해달라’고 말했는데, 결국 요약해보면 하나마나한 얘기지만 최소한 남의 얘기를 듣기라도 했다는 것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이명박 대통령의 반응 보다는 높게 평가해줄 수 있다.

퇴임 이후 계획을 묻는 인터뷰어에게 ‘외국에서도 내 퇴임 활동에 대해 관심이 많다’며 ‘국익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결정하되 손자, 손녀들과 시간을 갖고 쉬는 것도 중요’하다고 대답하시는 이명박 대통령 각하, 그냥 쉬기만 하셨으면 좋겠다. 쉬는 장소는 논현동이나 충남 홍성, 경북 청송 등으로 달라질 수도 있겠지만 어쨌든 아무것도 하지 않으셨으면 좋겠다. 그게 자신과 국가, 나아가서는 세계를 위한 길일 수 있다는 것을 유념하셨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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