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내각의 인선이 진행되면서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게 될 기획재정부 장관에 누가 내정될 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심은 특히 국무총리 후보자로 정홍원 변호사가 지명되면서 국정경험이 없는 국무총리 지명자의 특성 상 실질적인 정부정책을 지휘·감독하고 조율하는 역할은 경제부총리가 맡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더욱 깊어지고 있다.

새 정부의 1차적인 정책 목표가 경제 위기에 대한 대응이 될 것이라는 점에서 기존 고참 관료 출신들의 인사들이 거명되기도 한다. 일본 정부가 재정확대정책과 ‘엔저’로 표현되는 통화정책을 고집하고 있고 유로존 역시 위기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서 세계적 경제위기가 한동안은 이어질 것이고 이러한 상황으로부터 올 충격파를 최소화하는 등의 관리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임무를 잘 수행하려면 일정 정도 이상의 경륜이 필요하고 동시에 타 부처의 관료들을 장악할 수 있을만한 권위를 가진 인사여야 한다는 게 이러한 주장의 요지다.

이한구‧김광두 등 친박계 핵심들 거론

이런 관점에서 보면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높은 순위의 유력 후보로 꼽히는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이한구 원내대표는 과거 재무부에서 근무하다 전두환 정권이 들어서자 김용환 전 장관과 가까운 인사라는 이유로 축출된 뒤 대우경제연구소 등을 거쳐 정치권으로 들어왔다. 이명박 정부 시절 시사라디오 프로그램의 경제 분야 단골 게스트로 출연해 소신발언 등을 이어가며 정책적 안정감을 보여준데다 ‘경제교사’로까지 불린 친박계 4선 중진이므로 당선인의 성향과도 잘 맞아 떨어진다는 점은 높게 평가받는 지점이다.

다만, 이한구 원내대표가 새누리당 내부에서 상당한 중책을 담당하고 있는데다 행정부를 떠난 지 오래돼 관료들에 대한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올 수 있다는 점은 약점이다. 원내대표가 경제부총리를 담당하기 위해 사퇴하는 것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지만 바람직한 모습이라고 말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특히 경제 분야 관료들은 자기들끼리의 강력한 내적 논리를 갖고 있고 인맥으로 똘똘 뭉쳐 있는데 재무부를 떠난 지 35년 가까이 된 이한구 원내대표의 ‘이빨’이 먹히지 않아 혼란을 겪는 상황 등을 충분히 상상해 볼 수 있다.

▲ 박근혜 당선인 양 옆으로 선 이한구 원내대표와 김광두 원장. ⓒ오마이뉴스/남소연

박근혜 당선인의 후보 시절 싱크탱크였던 국가미래연구원의 김광두 원장 역시 유력한 후보로 거론된다. 김광두 원장의 경우 박근혜 당선인의 정책 로드맵을 사실상 입안했는데다 호남 출신 인사라는 점이 긍정적인 요소로 검토될 수 있다. 김광두 원장은 소위 서강학파의 3세대 인사쯤으로 불리는데, 서강학파는 박정희 정권 시절 고도성장을 견인한 것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다만 김광두 원장의 경우 교수 출신으로 분류돼 국정을 운영하는 데 익숙하지 않을 수 있다는 우려가 있을 수 있다. 실제 김광두 원장의 이력에는 국제경제연구원, 한국개발연구원,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 등 연구와 자문을 중심으로 한 기관의 것이 많아 기획재정부라는 폐쇄적인 관료조직을 선두에서 이끄는 데는 적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판단이 가능한 것이다.

올드보이, 뉴페이스, 아니면 탕평 인사?

이런 상황이다 보니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재정부 장관을 지냈던 윤증현 전 장관의 이름도 하마평에 오른다. 윤증현 전 장관은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기와 성장동력고갈이라는 내외의 위기에 맞서 나름의 능력을 발휘해 그나마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는 점과 행시 10회 출신의 경제관료 최고참으로 조직 장악력과 다른 부처에 대한 개입력이 두드러질 것이라는 점이 긍정적인 평가로 작용하는 것 같다.

다만, 윤증현 전 장관의 경우 재무부 관료 출신들을 일컫는 말인 ‘모피아’의 대부 격에 해당하는데다 직전 정부의 ‘올드보이’라는 점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다. 이명박 정부에서 승승장구했던 모피아들은 97년 경제위기의 단초를 제공하였고 지난 정부에서도 약자보다는 재벌과 기득권을 위한 정책을 펼쳤다는 부정적 평가의 대상이 되어 있는 상황이다. 이 모든 부정적 요소의 상징적인 존재를 다시 경제부처의 수장으로 앉힌다는 결정을 쉽게 내릴 수 없을 거라는 얘기다.

▲ 윤증현 전 기획재정부 장관, 류성걸 인수위 경제1분과 간사,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 ⓒ뉴스1

인수위에서 경제1분과 간사를 맡고 있는 류성걸 의원의 이름도 종종 거론된다. 류성걸 의원의 경우 기획예산처 출신으로 사실상 ‘모피아’ 주류와는 거리가 있는 인사인데다가 2008년 금융위기 당시 20조가 넘는 추경예산 편성에서 결정적 역할을 하는 등 이미 능력을 검증받았다는 평가가 있다.

다만 연륜이라는 측면에서 약점이 있다는 평가도 있다. 류성걸 의원은 행시23회로 현재 기획재정부의 수장인 박재완 장관과 동기인데, 박재완 장관이 너무 젊어 다른 부처에 대한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동일한 논리로 부적절한 인사가 될 수 있다는 게 문제다. 때문에 차라리 청와대 경제수석의 자리가 어울리지 않겠느냐는 여론도 있다.

소위 ‘탕평’의 측면에서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나 이용섭 민주통합당 의원의 경우도 고려대상이 되고 있다는 말도 있다. 강봉균 전 경제부총리의 경우 경제기획원 출신 인사로 분류되며 국정운영에 경험을 가진데다 입법부에서도 충분히 활동했다는 점이 높이 평가받는다. 이용섭 의원의 경우도 재무부 출신인데다 행정자치부와 건설교통부 장관을 지내기도 했다는 점에서 국정운영에 강점을 가진 것으로 평가된다. 다만, 두 인물 모두 민주통합당 소속의 정치인이기 때문에 야당의 대여전략과 맞물려 쉽게 운신을 결정할 수 없는 처지라는 점이 문제다.

대책반장 김석동이 등판할 수도

▲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스1
김석동 금융위원장의 이름도 조심스럽게 거론된다.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재무부 시절 ‘대책반장’이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탁월한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행시23회 출신이지만 다른 이들보다 늦은 나이에 시험에 응시해 동기들보다 상대적으로 나이가 많다. 한국을 대표하는 건축가이자 도시설계자인 김석철 교수의 동생으로도 많이 회자된다. 이명박 정부에서 금융위원장을 맡아 저축은행 사태 등 굵직한 위기들에 대처해왔다. 다른 고참 관료들에 비하면 상대적으로 ‘뉴페이스’로 느껴질 만한데다 관료들 사이에서의 신망도 있어 나름 적격성을 가졌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다만, 97년 외환위기 시절 외화자금과장으로 실무를 담당했었다는 것과 저축은행 사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상당한 정치적 상처를 입었다는 점, ‘모피아’ 인맥의 주류라는 점이 약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상황을 잘 알고 있는지 김석동 금융위원장은 임기를 10개월 남긴 상황에서 ‘새 정부에 부담을 주기 싫다’는 취지의 사의를 밝히고 직접 사표를 제출하기도 했다. 어찌보면 ‘아름다운 퇴장’으로 읽힐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지만 ‘선택은 맡기겠다’는 의사표현으로 읽을 수도 있는 부분이다.

물론 위에 거론된 인사들이 아닌 ‘깜짝인사’가 등장할 가능성도 있다. 언론에 이름이 나온 인사를 쓰기 싫어하는 박근혜 당선인의 성향 때문이다. 하지만 위기가 뻔한 상황에서 이러한 보안(?)원칙을 계속 고수하는 것은 어려울 수 있다. 중책을 맡아 일할 사람은 제한돼있기 때문이다. 결국 궁금증만 계속 증폭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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