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실험 이후 한국정부가 어떤 대응을 취해야 하는 지에 대해 여러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큰 틀에서 부딪치는 두 가지 입장은 강경대응론과 대화론으로 요약할 수 있다. 전자는 ‘조‧중‧동’으로 불리는 보수지에서, 후자는 한겨레, 경향 등의 진보지에서 나오는 주장이다.

정치권의 의견도 이 지점에서 갈린다. 새누리당의 경우 주요 정치인들이 자위적 핵무장까지 주장하는 등의 화끈한 의견을 연일 내놓고 있다. 과거 한나라당 시절 당 대표를 역임하기도 했던 정몽준 의원은 12일, 13일에 걸쳐 각종 회의 등에서 ‘우리 스스로 핵 억제력을 갖춰야 하며 이를 위해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을 되풀이 했다.

▲ 북핵문제에 대한 새누리당 정몽준 의원과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의 주장은 강경론과 대화론의 전형을 보여준다.

반면 민주통합당 박지원 의원은 14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와의 인터뷰를 통해 "그것은 가당찮은 소리다. 우리가 핵개발을 하면 일본의 핵무장도 재촉하는 것"이라면서 "대화와 협상을 통해 핵실험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형적인 대화론이다. 이러한 주장은 핵실험 직후 민주통합당 문희상 비대위원장도 여러 차례에 걸쳐 반복한 것이다.

물론 강경대응론과 대화론 모두 나름 각기의 논리를 갖추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대화론이 ‘앞으로 잘 해결해보자’는 정도의 당위를 주장하는 것이거나 세세한 각론을 얘기해야 하는 것인 반면 강경대응론은 정부의 특정한 결단과 행위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서로 결이 다른 측면이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조선일보가 실제로 가능한 대응책에 대한 보도를 했다. 조선일보는 14일 지면을 통해 ‘북한이 겁내고 중국이 긴장할 한국의 카드는?’이라는 제하의 기사를 통해 한국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세 가지 방향의 대응을 검토했다.

▲ 강경대응론의 연장선상에서 우리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옵션에 대해 고민해본 조선일보의 14일자 보도.

첫 번째는 자체적인 핵무장을 하는 것이다. 정치적인 결단을 내리면 1년 이내에 핵무장이 가능하다는 게 조선일보의 분석이다. 다만, 자체적인 핵무장에 나설 경우 한‧미 동맹관계가 큰 손상을 입어 우리 안보에 도움이 안 된다는 지적이 압도적이라는 사실을 함께 지적하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의 경우 ‘핵없는 세계’ 정책을 고수하고 있다. 또한, 한국이 핵무장을 하기 위해서는 핵확산금지조약(NPT)에서 탈퇴해야 하는 등의 외교적 어려움을 감수해야 한다. 게다가 중국과 러시아 역시 자극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방법은 실질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게 조선일보의 생각이다.

두 번째는 미국의 전술핵을 재배치할 수 있도록 요구하는 것이다. 미국은 1991년 주한미군 전술핵 무기를 철수시켰고 90년대 초‧중반을 거쳐 해외의 전술핵 무기들을 수거해 자국의 영토에서 폐기‧봉인 한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2천 년대 초반 한반도에 전술핵 재배치를 검토한 사실이 있다는 점에 주목하는 것이다. 실제 이후에도 몇 차례에 걸쳐 한반도에 대한 미국의 전술핵 재배치 문제가 논란이 됐다는 점에서 이 정도의 조치가 실현 가능할 것이라고 믿는 매파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도 조선일보는 실현되는 것은 힘들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는다. 한반도비핵화선언을 폐기해야 하고 오바마 정부의 기존 정책을 뒤집어야 한다는 게 부담이다. 굳이 이러한 부담을 안고 미국이 전술핵을 재배치할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다.

▲ 13일 군 당국이 북한의 3차핵실험 이후 추가적인 도발행위에 대비하기 위해 북한 전역을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실전 배치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서울 용산 전쟁기념관에 전시 중인 MGM-52랜스 미사일(오른쪽)과 MIM-14나이키 허큘리스 미사일 모형. ⓒ뉴스1

마지막으로 검토할 수 있는 조선일보의 카드는 ‘전면적 심리전’이다. 이는 북한군이 이미 심리전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인 일이 있다는 점에서 주요하게 고려할 수 있다는 것이다. 휴전선에 스피커를 설치하고 방송을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핵무장이나 전술핵 재배치와 같은 복잡한 외교적 문제를 야기하지 않는다는 점에도 주목하는 것 같다. 특히 조선일보는 정부가 민간 차원의 대북 전단 살포를 무산 시키자 우리 측에 비밀 군사 실무회담을 제안했다는 점을 들며 이것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그렇다면 심리전 재개가 북핵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올바른 해법인가에 대해 판단해 보아야 할 필요가 생긴다. 이를 위해서는 그간 지속되어 온 정부 대북정책의 두 가지 틀을 다시 돌아보아야 한다. 보수정부의 대화거부정책과 민주정부의 햇볕정책 과정에서 아무런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쉽게 말하자면 이런 가정을 해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강경한 대응을 이어가면 북한과 대화가 중단되고 이는 북한의 고립 상태를 지속시키며 여러 제재 조치에 고통을 느낀 북한은 벼랑 끝 전술을 통해 이러한 상황을 해소하려고 할 것이다. 즉, 정부의 강경책이 핵 실험 등의 조치로 귀결될 가능성을 말하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거다.

그러나 햇볕정책의 경우도 해결책이 되지는 않는다는 게 그간의 경험이다. 대화가 지속되고 대외적 상황이 좋아지면 이에 위기감을 느낀 북한 내 강경파들과 온건파들 사이의 갈등이 대두된다. 지도자는 이 사이에서 이러한 갈등 상황을 관리할 수밖에 없는데, 이러한 관리가 실패하면 강경파들이 독자적인 행동을 통해 군부 도발 등을 감행하고 북한 내 여론을 일치단결시키려는 시도를 감행한다.

▲ 국방부는 북한의 핵 위협에 대응하기 위한 순항미사일을 14일 전격 공개했다. 사진은 사거리 1천500km의 함대지 순항미사일의 타격모습. (국방부 제공) ⓒ뉴스1

심리전의 경우 두 가지 측면 모두에서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전술이다. 첫째는 북한이 이를 ‘공격’으로 받아들이는 경우다. 이렇게 되면 일종의 정치적 연쇄반응으로써 다양한 수단에 의해 북한과의 관계는 꽁꽁 얼어붙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이다. 북한 군부가 스피커를 조준사격하겠다는 엄포를 놓고, 실제로 일부 지역에서 충돌이 발생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서로 묻고, 갈등의 수위가 나날이 높아지는 가운데 개성공단이나 금강산 관광 재개와 같은 경제적 교류의 성과에 대해서도 그야말로 원점으로(이미 이명박 정부에서 그간 성과의 상당부분이 원점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무너졌지만) 돌아가는 조치가 내려질 수도 있다. 이러한 과정은 결코 우리의 안보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둘째는 조선일보가 의도하는 대로 심리전을 통해 제공된 ‘진실’(?)이 민심이반, 군 내 온건파의 동요 등을 유도하는 경우다. 이러한 상황이 되면 북한은 ‘우리가 핵실험을 하지 않을테니 제발 심리전을 그만둬 달라’고 말하는 게 아니라 긴장국면을 강화하기 위한 어떤 새로운 도발을 감행하게 될 것이다. 긴장국면이 강화되면 북한 내 온건파들의 주장은 입지를 잃게 되고 새로운 국가적 단결의 논리를 만들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우리가 취할 수 있는 방법은 일방적인 강경론이나 당위에만 입각한 대화론에서 도출할 수 있는 종류의 것이 아니라는 점을 인정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 언제나 강온 양면 전략이 필요한 것이고 이의 수준은 개별 사례에 대한 섬세한 접근을 통해 조절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총론이 아니라 각론 그 자체의 의미가 중요한 것이 대북정책이다. 우리가 단기간 내에 명확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은 당연히 힘든 일이지만 최소한 조선일보의 보도는 이러한 점을 망각한 것이라는 평가를 피할 수는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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