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핵실험에 성공했다는 입장을 내놓으면서 북한 핵실험 성격에 대한 추측이 쏟아지고 있다.

핵실험 직후에는 일부 언론이 북한의 핵실험이 ‘수소폭탄’의 전 단계인 ‘증폭핵분열탄(boosted fission weapon)’으로 이루어졌을 가능성에 대해 보도했으나 폭발력이 그에 달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러한 분석은 일단 사실이 아닌 쪽으로 귀결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핵실험 이후 북한이 내놓은 입장을 뜯어보면 북한의 핵실험이 어떤 것이었는지를 대략적으로 유추할 수 있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뉴스1
참고. 북한의 핵실험 성공에 대한 입장 발표.

핵시험은 우리 공화국의 합법적인 평화적위성발사권리를 난폭하게 침해한 미국의 포악무도한 적대행위에 대처하여 나라의 안전과 자주권을 수호하기 위한 실제적대응조치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이전과 달리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된 원자탄을 사용하여 높은 수준에서 안전하고 완벽하게 진행된 이번 핵시험은 주위생태환경에 그 어떤 부정적영향도 주지 않았다는 것이 확인됐다.

원자탄의 작용특성들과 폭발위력 등 모든 측정결과들이 설계값과 완전히 일치됨으로써 다종화된 우리 핵억제력의 우수한 성능이 물리적으로 과시됐다.

이번 핵시험은 우주를 정복한 그 정신, 그 기백으로 강성국가건설에 한사람같이 떨쳐나선 우리 군대와 인민의 투쟁을 힘있게 고무추동하고 조선반도와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보장하는데서 중대한 계기로 될 것이다.

북한이 만든 핵무기는 무엇?

전문가들은 ‘폭발력이 크면서도 소형화, 경량화 했다’는 수식어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북한이 고농축우라늄탄으로 핵실험을 진행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핵무기 제작에는 크게 두 가지 원리를 응용하는데 첫 번째는 우라늄을 이용한 것이고 두 번째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이다. 우라늄을 이용한 것의 대표적인 사례는 히로시마에 투하된 ‘리틀보이’로 임계질량인 20kg의 고농축우라늄을 둘로 나누어 놓았다가 화약폭파와 함께 하나로 합치게 해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을 취한다.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의 대표적 사례는 나가사키에 투하된 ‘팻맨’으로 화약의 폭파가 내부의 압력을 증가시켜 고밀도의 환경을 만들어 핵분열을 일으키는 방식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고농축우라늄의 경우가 좀 더 소형화에 용이하다.

고농축우라늄의 경우 우라늄235를 90% 이상의 상태로 고농축하여 만든다. 우라늄235를 농축하기 위한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으나 북한이 선택한 방법은 ‘원심분리법’인 것으로 알려졌다. 원심분리기를 통해 자연 상태의 우라늄광석에 1% 미만으로 포함된 우라늄235와 나머지의 대부분을 구성하는 우라늄238을 분리해 이 중 우라늄235만 인위적으로 농도를 높이는 작업을 진행하는 것이다.

이는 핵 발전을 통해 사용된 연료봉을 재처리하는 방식으로 얻는 플루토늄을 이용한 것보다 여러 가지 기술적 측면에서 핵무기 제작에 용이한 점이 있다는 평가다. 북한은 영변의 흑연감속원자로를 통해 핵 발전을 한 후 폐기된 연료봉을 이용해 플루토늄을 추출해왔는데, 추가로 플루토늄을 얻기 위해서는 원자로를 재가동해야 하는 등의 복잡한 조치들이 필요하다.

이에 비해 고농축우라늄의 경우 시간과 에너지를 들여 원심분리를 반복하면 돼 우라늄 광석과 원심분리시설만 갖추어져 있다면 기술적으로 크게 어려운 작업은 아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북한에는 2,600만톤의 우라늄이 매장되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우라늄을 이용한 일반적인 핵무기의 경우 20kg의 우라늄을 이용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연간 1~ 2기 정도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게다가 원심분리기는 은폐하기에도 용이해 위성 감시 등으로부터 벗어나 핵물질을 제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북한은 어떻게 핵무기를 갖게 되는가?

물론 고농축우라늄을 만들었다고 해서 바로 북한이 핵무기를 보유한 것이 되는 건 아니다. 이것을 발사할 수 있는 수단이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2차대전 시기 미국의 경우 핵폭탄을 공군기가 직접 싣고 이동해 투하하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방식은 제공권에서 명확한 우위를 점할 때에야 실현이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한‧미 연합군에 비해 공군력에서 밀리는 북한이 이러한 수단을 쓰는 것은 어렵다는 얘기다.

▲ 대륙간탄도미사일 개발을 위해 발사됐던 것으로 추측되는 북한 장거리로켓 '은하3호'의 1단 추진체 산해제통 잔해. ⓒ뉴스1

따라서 북한이 주목하는 것은 미사일에 핵탄두를 싣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를 위해 북한은 장거리 로켓, 탄도 미사일 등의 기술을 계속해서 발달시켜 왔다. 소위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기술 등의 경우 미국 본토를 위협할 수 있는 수준일 수도 있는 것으로 추측되고 있다. 소형화, 경량화된 고농축우라늄탄을 여기에 장착해서 조준 발사할 수 있다면 미국을 포함한 주변국들 전체에 상당한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반복적인 우라늄235 농축을 위한 에너지 확보를 비롯한 기술력과 자금력 등이 소요된다. 국제사회에서는 상당히 빈곤한 상황인 북한이 이러한 실험을 성공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배후에 이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을 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란의 경우 이스라엘의 존재와 수니파, 시아파로 분리된 이슬람교의 종파 문제 등으로 중동지역의 화약고로 불리고 있다. 호메이니의 이슬람 혁명 이후 미국과는 온갖 문제로 부딪쳐왔으며 미국과 주변의 적대 국가들을 압박하기 위해 암암리에 핵무장을 시도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압박 등으로 평화적인 핵 이용만을 하고 있다고 늘 주장해왔는데 이러한 어려움을 북한과의 커넥션으로 극복한 것 아니냐는 게 국제사회의 의심이다.

▲ 리언 페네타 미 국방장관 (사진 출처 : 위키피디아)
즉, 이란은 자금과 기술을 대고 북한은 자국에서 핵실험을 해 이 결과를 이란과 공유하는 방식을 취해왔을 거라는 추측이다. 이 두 국가는 이미 80년대부터 미사일 관련 기술 등을 공유해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다수의 핵문제 전문가들은 북한 현지에 이란 국적 과학자들이 상당수 들어가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이러한 상황은 미국도 잘 알고 있어서 2002년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북한과 이란을 ‘악의 축’으로 규정하기도 하였고 최근 리언 페네타 국방장관은 예산 자동 삭감(sequester)에 대한 우려를 표하며 ‘국방비 삭감을 막고 이란과 북한 양쪽에 대한 동시전쟁수행 능력을 가져야 한다’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10일 이란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이슬람 혁명 34주년 기념식에서 마무드 아마디네자드 대통령은 ‘이란은 이제 핵 국가’라면서 ‘(미국은) 총을 겨누면서 이란과 협상하려고 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즉, 북한 핵무기 개발의 성과가 엉뚱하게도 이란과 미국의 관계가 어떻게 풀리느냐에 의해 결정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불량국가(?)들을 둘러싼 국제정세는 그야말로 꼬일대로 꼬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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