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지하벙커에서 국가안전보장회의가 소집되고 국방부 대변인이 ‘북한 핵실험으로 추정되는 규모는 6~7킬로톤 정도’라는 입장을 밝히는 등 북한이 핵실험을 했다는 것이 거의 기정사실화 되고 있다. 미국과 중국에 북한이 핵실험 사실을 통보했고 유엔이 안전보장이사회를 개최한다는 소식도 들려온다.

당장 국민의 안보와 직결된 사안이기 때문에 국가적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러나 이러한 대응이 미칠 국‧내외의 정치적 파장을 예상해볼 필요도 있을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에게 새로운 기회로 작용할 듯

북한이 핵실험을 한 것으로 밝혀질 경우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좋은 기회를 맞이할 수 있게 된다. 국가안보가 위협을 받는 경우 보수성향의 정부가 국민의 기대를 받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박근혜 당선인측으로서는 이명박 대통령과 공동으로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가적 위기관리에 대한 자신감을 내보일 필요를 느낄 것이다. 이한구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미국에 파견되어 ‘핵 폐기 관련 원자력 협정 개정’에 대한 공감대를 이루고 돌아왔다면서 ‘북한이 핵실험을 할 경우 미국과 긴밀하게 공조’하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도 좋은 평가의 근거가 될 수 있는 지점이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정책협의대표단 단장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새누리당 이한구 원내대표가 12일 오전 국회 원내대표실에서 방미 결과 관련 기자간담회를 열고 "미국과 새 원자력협정에 대해 의견 일치를 보았으며 북한의 핵실험과 관련된 사전,사후 대응 공동전략을 마련키로 했다"고 발언하고 있다. ⓒ뉴스1

민주통합당의 경우도 이미 새누리당 측과 국가 안보에 대해서는 초당적인 협력을 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기 때문에 당분간 날카로운 공세를 이어가기는 어려워졌다. 정홍원 총리지명자에 대한 검증 등에 있어서도 쉽게 접근할 수는 없는 입장이 된 것이다. 물론 내부의 분위기에 따라 국가 안보에 대한 문제와 인선 검증 등은 분리해서 대응하는 방법을 찾을 수도 있으나 전체적으로 새 정부의 발목을 잡는 듯한 모습으로 비춰지지 않게 해야 한다는 부담감을 안을 수밖에 없게 됐다.

진보정당들의 경우 진보정의당과 진보신당 측의 입장이 주목된다. 두 정당은 진보정당 중에서도 북한 핵실험에 대한 강경한 입장을 낼 수 있는 정당들이기 때문이다. 반면 통합진보당의 경우 북한 문제에 대해 좀 더 신중한 입장을 강조하는 정당인데, 소위 이석기-김재연 의원의 문제 등과 연결되어 부정적인 효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중국은 울상, 일본은?

국외로 시선을 돌려보면, 북한의 핵실험으로 가장 곤란한 입장에 처한 것은 중국이 됐다는 평가를 내릴 수 있다.

중국의 경우 북한의 후견자(?)로 자리매김 해오면서 북한과 나름 끈끈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이번 핵실험에 대해서만은 강경한 자세를 취해 왔는데 이는 다음과 같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추측된다.

첫째는 중국-러시아-북한 대 한국-일본-미국이라는 동아시아 정세의 균형이 깨질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아무리 중국이라 해도 무작정 옹호해줄 수는 없는 중요한 사건이다. 따라서 위와 같은 동아시아 정세에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해 중국은 일정 정도 자국의 이익을 포기할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인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를테면 이러한 시나리오를 상정해볼 수 있다. 북한의 핵실험은 미국의 동아시아 정세 개입의 근거가 될 수 있다. 당장 북한 핵실험으로 직접적인 위협을 느끼는 우리 정부가 한‧미동맹의 강화를 도모할 수밖에 없다. 이러한 흐름에 일본도 편승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중국은 북한과 함께 국제적 고립의 길로 들어서거나 다오위다오(센카쿠) 같은 영토분쟁 문제에서의 손해를 감수하는 양자택일의 상황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2일 오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박 당선인 집무실에서 김장수 청와대 국가안보실장 내정자 겸 인수위 외교국방통일분과 간사와 윤병세 인수위원등으로부터 북한의 3차 핵실험 강행과 관련 긴급보고를 받고 있다. ⓒ뉴스1

일본은 이미 이러한 상황에 대한 어느 정도의 대비를 해놓은 바 있다. 그야말로 유례없는 재정확대정책을 펴는 것으로 경제 회생의 기회를 잡고 미국에는 TPP 참여 가능성 등을 타진하면서 우호적인 신호를 보내고, 중국에는 다오위다오(센카쿠) 분쟁에 대한 정상회담 등을 거론하면서 나름 유화적인 제스쳐를 취해 온 것이다. 이러한 대비는 북한이 핵실험을 강행한 지금 미국에게는 재정확대정책에 대한 양해를 얻어내는 결과로, 중국에는 다오위다오(센카쿠) 분쟁을 둘러싸고 당분간 대립을 자제하는 결론을 내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

중국이 북한의 핵실험에 강경한 자세를 취했던 두 번째 이유는 핵실험이 반복되면 북한이 실제로 핵보유국이 될 가능성이 있고 이것이 중국에게는 그 자체로 위협이 된다는 사실 때문이라는 점을 생각해볼 수 있다.

핵무기는 일단 보유하게 되면 사실상의 폐기가 어렵다. 북한이 지금이야 중국의 우방이지만 국제 정세가 급변하게 되면 양국의 관계가 어떻게 변화될 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게다가 핵실험 그 자체로 인한 불안도 중국에게는 고민거리다. 핵실험의 여파가 국경 주민들에게 미치지 않는다는 점을 아무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최악의 시나리오는?

이후에 예상해볼 수 있는 가장 큰 가능성은 앞서 언급한 것과 같이 중국, 일본, 미국이 북한의 핵실험을 강도 높게 비난하면서 동아시아 정세에서의 긴장 수준을 낮추는 것인데, 최악의 시나리오를 배제할 수는 없는 상황이라는 점도 짚어볼 필요가 있다.

중국은 동아시아의 맹주 역할을 하며 미국과 대결해야 하는 운명을 떠안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북한의 핵실험으로 뒷걸음질을 치게 되면 감수해야 할 상당한 손해에 대해 지도층이 반발할 가능성도 있다. 따라서 긴장 수준을 낮추는 게 아니라 오히려 국제적인 고립 상태를 감수하고서라도 긴장 수준을 높이면서 적극 대응하는 방법을 취하는 수도 있다는 것이다.

가장 안심할 수 없는 것은 역시 다오위다오(센카쿠)를 둘러싼 일본과의 분쟁이다. 만일 중국과 일본이 다오위다오(센카쿠)를 둘러싸고 국지적인 충돌이라도 일으키게 되면 동아시아의 각국은 군비를 증강해야 하는 입장에 처하게 된다. 일본은 평화헌법 개정을 통한 재무장에 박차를 가하게 될 것이고 미국은 이를 상당 부분 용인해야 할 것이며 일본과 한국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전력은 강화될 수밖에 없게 된다. 그야말로 일촉즉발의 위기 상황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결국 동아시아 정세가 이러한 최악의 상태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것이 새 정부와 당선인이 맡아야 할 숙제라고 말할 수 있다. 그야말로 비상사태라는 결의를 갖되 모든 것에 지나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을 명심할 필요가 있다. 현명한 대응이 필요한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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