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방송위 최민희 부위원장 ⓒ서정은

"최민희 부위원장을 방통융합 시대의 영향력 인물로 뽑은 이유는 방송의 공공성을 반드시 지켜내야 할 책임이 있기 때문이다."

통신 위주로 흘러가는 방통융합 논의에서 방송위원회 최민희 부위원장(47·사진)에게 방송의 공공성 수호를 주문하는 것은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다. 민주언론시민연합 상임대표 출신으로 오랫동안 언론개혁 운동을 이끌었고 지난해 7월부터 3기 방송위에서 방통융합과 FTA 논의에 참여하고 있는 최 부위원장의 어깨는 그래서 어느 때보다 무겁다.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이 낡은 시대의 가치관으로 전락하고 있다지만 그 누구도 이를 포기해야 할 가치라고 감히 말하진 못한다. 오히려 진흥 위주의 정책 속에 덩치를 불려온 통신 영역에도 공공성의 가치가 대입돼야 한다는 필요성이 고개를 들고 있다.

방송의 공공성과 산업적 효율성이라는 두 개의 가치는 서로를 죽이고 포기함으로써 달성되는 것이 아니라 함께 조화를 이루면서 합의점을 찾아야 하기에 지난하고도 힘겨운 논의가 될 수 밖에 없다.

이 모든 논의의 정책적 의사결정권을 쥐고 있는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최 부위원장이 <미디어스>가 실시한 '방통융합 시대를 이끌어 갈 영향력 인물' 설문조사에 3위로 선정된 것은 이같이 녹록치 않은 현실을 반영하고 있는 셈이다.

"방송통신 융합에 대해 고민을 많이 한 사람으로서 그 일단을 사회와 나눠야겠다고 생각했다. 방송통신 융합의 정답은 찾지 못하더라도 정답의 근사치를 우리 사회가 찾는데 도움이 됐으면 좋겠다."

제도권 안팎을 모두 경험하면서 느낀 고민의 깊이와 갈래, 그 속에서 우리사회에 던지는 화두는 과연 무엇일까? 최 부위원장을 지난 5일 방송위원회가 있는 서울 목동 방송회관 19층에서 만났다.

M : 방송통신 융합이 무엇이고, 어떤 필요성에서 논의가 시작된 것인가.

: 복잡한 이야기다. 방송통신 융합이 논의된 계기는 방송과 통신의 경계영역에서 새로운 기술이 발명되고 그 기술에 따라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기 때문이다. IPTV나 와이브로 같은 것이 그 예다. 그런데 새로운 서비스가 나왔을 때 이것을 힘의 균형관계로 보지 않으면 문제는 쉽게 풀린다. 하지만 현실에선 힘의 역관계가 개입된다. 경계영역 서비스를 도입함에 있어서 어떻게 도입할 것인가, 어떤 규제 속에서 어느 부처가 관할할 것인가의 문제가 필연적으로 발생할 수 밖에 없다.

방송통신 융합 논의를 이해할 때 큰 틀의 배경으로 두 가지 사항이 점검돼야 한다. 하나는 이른바 우리 사회가 신자유주의 세계화에 편입되면서 그 어떤 논의도 경제적 효율성을 벗어나기 힘들어진 조건에 대한 것이다. 다른 한 측면은 우리 사회가 통신 영역에 대해 10여년 이상을 진흥 위주의 정책을 썼다는 점이다. 그에 반해 방송은 산업으로서의 기능보다는 문화 혹은 언론으로서의 기능이 강조되던 영역이었고 진흥 보다는 규제를 통해 공익성을 달성하려는 생각이 지배적이었다. 상황이 그러다보니 방통융합 논의 테이블을 열었을 때 진흥을 통해서 물질적, 인적 자원이 집중됐던 영역과 규제를 통해 위축된 영역이 만나게 된 것이다.

M : 그렇다면 방통융합을 통해 우리사회가 궁극적으로 지향하는 목표는 무엇인가.

: 방송통신 융합으로 산업적 효율성을 추구한다는 것을 기본으로 논의가 시작됐지만 이 지점에서 두가지의 문제가 발생했다. 언론 기능을 수행하기 때문에 공익성·공공성이 최고의 가치로 인정되는 방송이 산업적 진흥만을 해야 하는가? 또한 통신 영역에 있어서는 기술표준의 중립성이나 정책의 중립성이 필요하지 않은가?

우리나라가 좀 더 성숙한 사회였다면 오히려 방송위원회와 시민사회는 '공익성에 기초해 규제만 해온 방송이 산업적인 것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말하고, 정통부나 통신쪽에서는 '그동안 진흥 위주로 효율성만 추구해왔는데 이제 기술선택 과정에서의 중립성이나 공정성, 접근의 무료보편성 등을 추구해야겠다' 이렇게 나왔을 것이다. 그랬다면 우리가 혹시 정답을 찾을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각 영역은 과거 일처리 방식이나 가치관에 머물러 있다. 그래서 한쪽은 완전히 방송의 독립성이나 공공성만 수호하는 것처럼 되버리고 다른 한쪽은 효율성만으로 이 논의를 하는 것으로 돼 버렸다. 게다가 공익성·공공성 논의는 별로 하고 싶어하지 않는 사회 분위기도 일부 있어서 (방송 공공성을 이야기하는 진영에게) 굉장히 불리하게 논의가 진행된 측면이 있다.

▲ ⓒ서정은

결국 방통융합 논의는 산업적 효율성과 공익성·공공성을 중요한 두 개의 가치 축으로 설정하면서 타협점을 찾아가는 과정이다. 정책의 최고 결정권자부터 국회, 각 부처, 시민사회 등 모든 영역이 어느 가치를 더 중요하게 판단하고 선택하느냐의 문제다. 그래서 타협점을 찾기가 쉽지 않다.

M : 산업적 효율성도 분명히 필요하지만 방송과 미디어 분야는 공익성과 공공성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그것이 최우선 가치냐 아니냐는 서로 다를 수 있겠지만.

: 방통융합의 공익성·공공성 측면과 산업적 효율성 측면의 줄다리기 속에서 우리사회가 접점을 찾는 것, 그것이 원칙이자 기본이다. 그래서 정부 법안은 수많은 고민 끝에 이 두 개를 같이 가져갈 수 밖에 없다는 결론을 낸 것이다.

M : 방통융합의 원칙이나 기조, 기구개편을 둘러싼 논의는 여전히 삐걱거리는 측면이 있는데.

: 이 논의가 조금 더 철학적인 기초를 전제로 해서 충분히 진행됐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다. 정권 말기에 추진되다보니 행정적으로 급히 처리하기 위해 각론의 이해 조정 수준으로 진행된 측면이 있다. 방통융합의 궁극적 목표나 가치에 대한 서로 다른 고민의 깊이와 신뢰가 형성되지 못했다는 말이다. 그러다보니 논의의 형식은 갖췄지만 엇박자가 나기도 하고, 모두 힘만 들고 신명도 나지 않는 것이다.

M : 기구개편은 방통융합 정책을 통합적으로 다룰 첫 단추다. 방송위의 입장과 원칙은 무엇인가.

: 정부 법안인 통합위원회안은 우리가 주장했던 안이다. 진흥과 규제를 통합위원회에서 처리하되 진흥 영역의 기능은 분리하자는 것이다. 정부 부처간 역할 조정을 전제로 하는 것이다. 그런데 정부 조직개편이 정권 말기에 추진되면서 기능 조정 없이 통합해버리는 안이 돼버렸다. 게다가 국회 방통특위 법안심사 소위에서 잠시 합의됐었던 안은 진흥과 규제를 분리하고, 규제에 있어 정책기능은 독임제 부처에 주는 것이었다. 이것은 위원회를 독임제 부처의 산하 기구로 두는 것으로 일개 국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시대착오적이다.

방송위원회가 생각하는 위상은 정확하게 말하면 미국의 FCC(연방통신위원회) 형태다. FCC는 규제정책이 통합돼 있고 아주 제한적인 진흥·지원 기능만 한다. FCC 구조가 지금 우리사회에서 채택할 수 있는 정답에 가까운 형식이라고 생각한다.

M : 통합위원회안이 정답이라는 뜻인가.

: 정파적 갈등이 첨예한 우리 사회에서 방송통신 정책권을 독임제 부처가 가져간다는 것은 역기능이 더 크다. 방송 영역만은 부처 이기주의를 취하지 말라는 취지에서 탄생한 것이 방송위원회 아닌가. 방통융합 논의를 지켜보면서 권위주의 시대의 효율성 논리가 우리의 정책결정권자와 여론주도층에 뿌리깊게 박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부 논의가 위원회를 고립시키고 부처 위주로 흘러가는 것은 방송정책권 회수에 대한 관료들의 강렬한 향수 때문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갖게 된다.

M : 시민단체에서 언론운동을 하다가 방송위 부위원장을 맡고 제도권 안으로 들어왔다. 밖에서 보는 것과 안에서 보는 것은 다를 수도 있을텐데 방통융합 논의에 참여하면서 어떤 고민을 가장 많이 했나.

: 과거 방송 영역에는 지상파 방송만 있었고 절대적인 보호를 받았다. 그러나 케이블TV와 위성방송이 도입되고 인터넷매체가 영상서비스를 할 수 있는 시대가 왔다. IPTV 등 신규 서비스도 등장했다. 한마디로 다매체 다채널 시대가 도래했는데 과거 지상파 방송처럼 규제 위주의 시각으로 방송 영역을 바라보는 것이 옳은가라는 문제제기가 가능하다.

나를 포함해 이른바 규제를 통해 공익성을 달성하고자 하는 논리에서 일을 해왔던 사람들이 이제는 방송과 통신의 융합,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서 방송을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시작해야 한다. 왜냐하면 지난 1년 동안 방통융합 논의, 한미 FTA 논의에 참여해 공익성 논리를 강조해왔지만 이제 더 이상 규제를 통해 공익성을 달성하고, 규제를 통해서만 공공성이 확보된다는 생각에 머물러선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방송이 스스로 경쟁력 강화 방안을 만들어놓지 않으면 통신 주도하의 방통융합 질서 속에서 극히 왜소화될 수 있겠다는 위기 의식을 느꼈기 때문이다.

규제를 어떻게 할 것인가의 고민보다 꼭 필요한 규제에 대해 사회적으로 합의를 하고, 방송이 산업으로서도 살아갈 수 있도록 지원해주는 것이 더 중요한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이 과정에서 무료보편 서비스 영역을 설정하고, 그에 맞는 진흥과 규제를 적절한 수준으로 결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유료시장 영역에서는 공정경쟁 원칙을 세워주는 것이 핵심이다. 그렇지 않으면 향후 저질 콘텐츠가 범람하고, 꼭 보고 싶은 콘텐츠는 비싸지는 돌이킬 수 없는 상황이 올 수 있다.

▲ ⓒ서정은

M : 방송통신 융합 국면에서 공공성과 공익성은 어떤 측면에서 검토되고 논의돼야 한다고 보는가.

: 방송 뿐만 아니라 통신 분야의 기술중립성, 통신 정책의 중립성, 자본으로부터의 독립 등도 중요한 의제가 되었으면 좋겠다. 거대 특정 사업자의 의지가 새로운 서비스를 도입하는데 전적으로 반영되는 것은 민주사회 의사결정 구조가 아닌 것 같다. 예를 들어 주파수 관리 문제를 보자. 어떤 지역에 어느 주파수가 있는지도 공개되지 않는다. 이것이 과연 옳은가. 주파수 관리의 사회적 통제 등이 방통융합 논의 과정에서 의제화돼야 한다. 언론도 방통융합 문제를 부처간 싸움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다양한 의제를 진지하게 고민해줬으면 좋겠다.

M : 진흥과 규제는 배치되는 개념인가? 콘텐츠 진흥에 대한 중요성도 갈수록 높아지고 있다.

: 정부는 사업자들이 열심히 진흥할 때 방해하지 않고 잘하게끔 하면 되는 것 같다. 실제로 지금 시대의 진흥이란 그렇게 되고 있다. 경제 규모면에서도 과거 권위주의 시절처럼 정부가 계획할 수 있는 단계는 넘어섰다. 진흥은 민간영역 사업자들이 하고, 정부나 규제기관은 사업자간 갈등이 벌어졌을 때 공정한 원칙을 만들어 집행해주면 된다. 이런 측면에서 본다면 방송통신을 진흥해야 하기 때문에 독임제의 효율성이 필요하다는 논리는 일부분 과장된 것일 수도 있다.

M : IPTV는 통신인가, 방송인가. 아니면 새로운 융합서비스인가. IPTV 법안 도입 논의를 보면 서비스 성격 규정에 대한 합의조차 혼선을 빚고 있다.

: 인절미를 만드는데 A는 집에서 절구를 찧어서 만들고, B는 방앗간에서 기계로 뽑는다고 치자. 그러면 A가 만든 것은 인절미이고 B가 만든 것은 인절미가 아닌가? 이 명확한 사실을 명확하지 않게 말하는 것은 정말 납득하기 어렵다. IPTV에 있어서 주 서비스는 방송이고 부수적 서비스가 통신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방송 규제를 IPTV에 그대로 적용할 때 활성화되기 어려운 측면이 있는 것이다. 방송이 명백한 주 서비스인데도 이것이 합의되지 않는 현실이 안타깝다.

M : 남북정상회담, 국정감사, 대선 정국에서 방통융합 기구법과 IPTV 법안의 연내 처리가 힘들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시기적으로 늦춰질 경우 우려하는 점이 있는가.

: 새로운 서비스는 빨리 도입을 해서 시청자 선택권을 넓혀줘야 한다. 공정경쟁의 원칙을 정해서 도입해주고 규제의 원칙을 정하는 것, 그것이 가장 중요한 원칙이다.

방통융합 기구개편은 정책결정 및 집행 기구의 역할 분담 문제다. IPTV는 사업자간의 공정경쟁의 원칙을 정하는 문제다. 기구개편이 되면 IPTV가 그냥 될 것이란 생각에 동의하지 않는다. 기구개편이 되더라도 IPTV의 공정경쟁 원칙은 새로 마련해야 하는 문제다.

법안 처리가 될 것이다, 아니다 식의 전망보다는 꼭 필요한 부분을 하라고 주장하는 것이 언론의 역할이라고 본다. 중계식 보도가 아니라 산업적 효율성과 공정성을 어떻게 조화시킬까, 타협점은 어디일까, 방송정책권의 정부 회수는 어떤 역기능과 순기능 있는가를 따져줬으면 좋겠다.

M : 방송통신 융합은 매체간 경쟁구도인가. 공정경쟁 원칙은 매체간 균형발전과 어떻게 연결되는가.

: 2000년의 매체간 균형발전은 지상파방송의 독과점을 해소하고 케이블TV 사업자를 진흥하자는 것이었다. 이는 다분히 정부의 규체정책 방향이 사업자 진흥을 결정한다는 생각을 토대로 한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통신 영역 덩치가 커지고 매체도 다양해지면서 더 이상 A를 규제함으로써 B를 키워주는 시대는 지났다.

아무리 가난해도, 어느 지역에 살아도, 나이가 많아도 민주시민으로 살아가기 위해 필요한 좋은 프로그램과 정보를 무료로 얻을 수 있어야 한다. 그 영역을 확실하게 결정하고 보호해주는 모든 정책을 이제 정부가 기본적으로 취해야 한다. 나머지 유료시장에서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원칙에 기반한 규제의 틀로 바뀌어야 한다.

M : 매체와 플랫폼이 많아져도 콘텐츠는 새롭지 않다. 서비스가 등장할 때마다 이른바 킬러콘텐츠라는 지상파 콘텐츠 재송신이 최우선 목표가 된다. 콘텐츠 진흥이나 육성은 어떤 방향으로 모색돼야 하는가.

: 우리사회의 관심이 하드웨어 영역에 집중됐던 결과다. 기본적으로 통신이란 하드웨어 깔고 기술을 발전시키는 측면인데 이 부분이 과포화됐다. 방통융합의 또 다른 본질은 통신 영역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없는 통신회사들이 콘텐츠를 중심으로 성장해 온 방송쪽으로 진출하려는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긍정적이다. 국가적으로도 하드웨어 부분에 집중한 투자역량을 콘텐츠 진흥으로 선회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기도 하니까. 하지만 단기적으로 빨리 진입하려고 하니 부작용도 우려된다. IPTV의 경우도 지상파 재전송이 최대 이슈가 되지 않겠는가.

우리 사회가 콘텐츠를 직접 생산할 수 있는 역량을 키워야 한다. 통신 자본의 방송영역 진출이 우리사회 콘텐츠 역량을 강화시키는 계기로서 작용하길 바란다.

M : 케이블TV의 콘텐츠 선정성 문제도 이슈가 되고 있는데.

: 내가 보기에는 필요 이상으로 비난받고 있다. 케이블TV의 선정성을 비난하는 논리는 '온가족이 모여 TV를 틀었는데 채널 돌리기가 무섭다'는 것인데 이는 플랫폼이 차별화되지 않아서다.

지상파가 수신율을 확보해 일정하게 지상파 영역으로 분리되고, 케이블이나 위성은 각자 자기 플랫폼 속에서 유료시장으로 확실하게 자리를 잡아야 한다. 지상파는 무료보편 서비스로 누구나 접근해야 하니까 선정성 심의잣대가 조금 엄격해야 하지만 유료시장까지 지상파와 똑같은 잣대로 재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 역할이 다르기 때문이다.

2012년까지 디지털 전환이 되고 지상파방송의 난시청이 해소돼 수신율이 일정하게 보장되면 플랫폼 차별화를 빨리 해야 한다. 각자 특성에 맞게, 각자의 콘텐츠로 승부할 수 있도록.

M : 지상파방송 MMS 도입에 대해서는 어떤 원칙을 갖고 있나. 케이블TV와 갈등의 소지가 있는데.

: 어느 한쪽의 규제를 현재 상태로 유지해서 반사이익을 취하려는 소극적 생존전략은 모두를 함몰시키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새로운 기술이 도입돼 소비자에게 무료채널을 확대할 수 있는데 이것을 막는 것이 과연 공익인가? 물론 당장 도입했을 때 다른 사업자가 입는 피해가 아주 크다면 도입 시기를 검토하는 게 당연하지만 사업자들도 스스로 경쟁력을 갖출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2012년을 기점으로 디지털 전환이 완료되고 지상파의 수신환경 문제가 95% 이상 해결되는 시점이 되면 플랫폼 차별화를 꾀해서 지금의 갈등 사안들을 대부분 일괄타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M : 방송위가 정파적 이해를 대변하고 정치권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 정파적 입장이 대변되는 게 문제가 아니다. 정파적 입장이 반영되는 과정이나 내용이 합리적이지 못한 게 문제다. 현실적으로도 정파적인 구성 외에 어떤 대안이 있나. 문제는 정파적으로 임명되더라도 방송위원을 할 만한 사람, 즉 검증과 자질의 문제다.

방송위원회는 87년 6월 항쟁의 마지막 산물이다. 방송정책권을 독립성이 보장된 국가기관으로 넘겨서 공론의 영역을 보장하겠다는 취지였다. 그렇지만 요즘은 신자유주의 세계화의 효율성이 강조되면서 우리 스스로 87년 체제가 갖고 있는 순기능을 간과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

87년 체제의 핵심은 민주적 절차의 완성이다. 이것은 어느 시점에서 완성되는 것이 아니라 계속 추구해야 할 가치다. 특히 방송이나 통신처럼 의사소통과 관계된 영역에서는 끝없이 민주적 절차의 완성을 추구해야 한다. 방송 영역은 집행에 있어서의 효율성은 확보돼야 하지만 의사결정 과정의 민주적 절차는 심하다 싶을 정도로 보장돼야 한다.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전세계 공통으로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왜 위원회로 가야하는지를 그래서 다시 한번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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