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오후 7시 30분 '6.10 촛불대행진'이 50여 만명의 시민들이 광화문에서부터 남대문까지 자리를 가득 매운 채 열렸다.

광우병대책회의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촛불대행진은 '6.10 항쟁'을 기념하고 이명박 정부를 심판하는데 초점이 맞춰졌다.

▲ 10일 저녁 세종로 네거리에서부터 시청 앞 태평로, 남대문 넘어까지 50만 시민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서정은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우리가 바라는 것은 장관 몇 명과 청와대 관계자를 교체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진정 원하는 것은 전면 재협상으로 만일 그렇지 않다면 국민들은 더 이상 이들과 같은 공기를 마시며 살 수 없다. 이명박을 심판하자"고 외쳤다.

지난 9일 사망한 이병렬씨에 대한 추모 의식으로 시작한 촛불대행진은 자유발언과 축하공연, 촛불대행진에 대한 지지발언으로 진행됐다.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쓰고 있어"

자유발언대에 오른 김지윤씨는 "우리는 위대한 민주주의 역사를 다시 썼다"면서 "정부는 재협상이 없다며 '사탄의 논리' 같은 자율규제를 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씨는 "정부가 협박을 서슴치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 10일 저녁 세종로 네거리에서부터 시청 앞 태평로, 남대문 넘어까지 50만 시민이 함께 촛불을 들었다. ⓒ서정은
김씨는 이어 "진짜 서민 경제를 파탄시킨 주범인 이명박이 우리에게 협박할 자격이 있냐"고 물은 뒤 "청소년에게는 미친교육을, 대학생들에게는 등록금 폭탄을, 노동자들에게는 비정규직을 종용하고 있다. 미친 2M가 없어질 때까지 함께 싸우자"고 소리를 높였다.

▲ 10일 서울 태평로 촛불집회 현장. 한 어린이가 머리 위로 번쩍 들고 있는 팻말이 눈에 띈다. ⓒ정은경
뒤이어 무대에 오른 고등학생 1학년 이연우 학생은 "곧 있으면 기말고사로 공부를 해야 하는데 도저히 할 수가 없어서 나왔다"며 "국민들이 얼마나 답답했으면 청와대로 행진했겠냐"고 말했다.

이연우 학생은 이어 "국민들이 요구하는 핵심을 받아들이고 재협상을 해야 한다"고 강조한 뒤 "국민들의 80% 이상이 반대하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강행하는 비정상적인 국가"라며 이명박 정부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촛불대행진에는 영화배우 문소리씨와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이 참석, 촛불대행진에 대한 지지 발언을 해 시민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았다.

문소리,"대한민국 국민 자랑스러워"

먼저 문소리씨는 "미친소가 어쩌면 우리에게 큰 깨달음을 주었다"면서 "자유무역이라는 허울이 얼마나 불공평한지를 일깨워줬다"고 주장했다. 문소리씨는 미친 운하, 미친 의료보험, 미친 민영화 등을 예로 꼽기도 했다.

문씨는 이어 "끝까지 이런 멋진 모습을 간직했으면 좋겠다"고 밝힌 뒤 "정부가 국민의 의사를 받아들일 때까지 한 사람도 다치지 말고 평화적으로 집회를 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문씨는 "대한민국 국민이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 10일 오후 7시께 서울 태평로와 세종로. ⓒ정은경
강기갑, "사람보다 돈이 귀할 수는 없어"

민주노동당 강기갑 의원은 "'(촛불대행진을 통해)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있다"고 밝힌 뒤 촛불대행진에 대한 여전한 지지 의사를 표했다.

강 의원은 "아무리 돈이 좋은 세상이라 하더라도 사람보다 돈이 귀할 수는 없다"면서 "그러나 이명박 정부는 국민들에게 돈을 위해 살라고, 돈을 섬기라고 강요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강 의원은 "얼마나 많은 국민들의 함성이 있어야 이명박 대통령이 귀를 열고 눈을 뜨고 마음을 열지 함성으로 정신차리게 해주자"면서 "컨테이너로 막았다고 한들 국민의 요구가 막힐 것 같냐"고 반문했다.

강 의원은 이어 "우리 위대한 국민들은 잘 알고 있다"면서 "비폭력 평화의 촛불을 통해 국민이 주인이라는 것을 실현시켜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 87년 6월 민주화항쟁 때 희생된 고 이한열 열사의 영정이 단상에 올랐다. ⓒ정은경
이 밖에도 촛불대행진에는 연세대에서 출발한 6.10 항쟁의 주역인 고 이한열 열사의 영정사진이 무대 위에 올랐으며 고 이한열 열사의 어머니와 고 박종철 열사의 아버지가 참석해 시민들로부터 뜨거운 함성과 박수를 받았다.

또한 가수 안치환씨가 참석, '자유' '유언' '광야에서' 등을 부르며 촛불대행진에 참석한 시민들에게 지지의 뜻을 보냈으며 가수 양희은씨도 '아침이슬'을 불러 큰 박수를 받았다.

광우병대책회의는 호소문을 통해 "국민을 이기는 권력은 없다"며 "지난 민주주의 역사는 어떤 권력도 국민의 뜻을 거스를 수 없다는 진실을 확인시켰으며 오늘 촛불을 든 국민은 다시 한번 이를 증명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책회의는 이어 "군사독재를 물리쳤던 87년 민주항쟁이 그랬던 것처럼, 오늘 권력의 오만과 독선을 깨뜨리고 이 나리의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헌법 제 1조가 실현되는 민주주의의 시대, 국민주권의 시대로 함께 나아가자"고 주장했다.

▲ 컨테이너 차단벽 뒤에는 경찰차가 겹겹이 서있고 공사중인 광화문 뒤로 흐릿하게 청와대가 보인다. ⓒ정은경
청와대 홈페이지 순식간에 다운 돼

촛불대행진 중간에 박원석 공동상황실장은 인터넷 생중계로 촛불대행진을 시청하고 있는 시민들에게 "국민의 뜻을 보여주는 의미로 청와대 홈페이지에 접속하자"고 제안했고 제안을 하자마자 순식간에 청와대 홈페이지가 다운되기도 했다.

저녁 9시가 지나자 경찰은 "이 곳은 서울의 중심부입니다. 촛불집회로 인해 많은 시민들이 불편을 겪고 있습다. 신속히 해산하여 주십시오"라는 경고방송을 했고 시민들은 이에 "닥쳐라"를 연신 외치며 경찰에 야유를 보내며 항의하기도 했다.

저녁 9시10분에 촛불문화제를 마친 시민들은 현재 안국동과 사직터널 방향으로 행진을 시작했으며 밤 10시50분 현재 안국동과 서대문 그리고 세종로 쪽에서 도심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광우병대책회의 측은 "시민들이 갈수록 늘어나 현재 70여 만명의 시민들이 대행진을 시작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이날 오후 촛불집회에 갑자기 나타난 정운천 농림부 장관을 시민들이 에워싸고 있다. ⓒ정은경
한편 이날 정운천 농림수산식품부 장관은 촛불대행진에 참석해 시민들 앞에서 자유발언을 하고 싶다고 광우병대책회의측에 요구했으나 광우병대책회의는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졌다. 정 장관은 광화문역 6번 출구에 모습을 드러내자마자 시민들의 거센 저항과 항의를 받았고 결국 5분만에 황급히 자리를 떴다.

저작권자 © 미디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