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성환 외교통상부 장관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외교통상통일위원회의 외교통상부와 통일부의 현안보고를 위한 전체회의에서 의원들의 질의를 경청하고 있다. ⓒ뉴스1
정부조직법개정안의 외교부 통상교섭기능 이관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에 있던 외교부의 통상교섭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고 지식경제부를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하는 방안이 정부조직법개정안에 포함되자 외교통상부가 즉각적으로 반발하기 시작한 것이다.

심지어 김성환 외교부 장관은 4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편안과 정부대표 및 특별사절 임명 및 권한에 대한 법률개정안은 헌법 골간을 흔드는 것’이라고 발언해 파문을 일으켰다.

이에 대해 진영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부위원장은 4일 오후 기자회견을 통해 새누리당 정책위의장으로서의 발언임을 분명히 하고 김성환 장관의 주장에 대해 ‘하나의 궤변이며 부처이기주의’라는 입장을 명백히 했는데 이러한 인수위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새누리당 내의 일부 의원들조차 정부조직법개정안에 대해 반발하고 있어 당 지도부가 이를 무마하기 위해 노력하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독립기구안 제시하는 민주통합당

민주통합당 역시 인수위의 구상에 비판적이기는 마찬가지다. 민주통합당 우상호 의원은 SBS 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에 출연해 "산업통상자원부장관이 통상에 대한 정부대표 임명, 조약체결 등을 전담하게 되면 대사들을 통상자원부장관이 지휘하게 되는데 이렇게 되면 자기 인사권자의 지시를 받는 것이 아니라 통상부장관의 지시를 받게 된다"며 "지경부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해 통상기능을 가져다 붙이는 돌려막기형 정치논리가 아닌가 하는 의심을 한다"고 말했다.

▲ 민주통합당 우원식 원내수석부대표 ⓒ뉴스1
우원식 민주통합당 원내수석부대표도 5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통상에 자유무역협정이 들어가는 등 제재권과 농립축산, 문화산업, 보건의료 등 비산업적 통상현안이 많기 때문에 미국무역대표부(USTR)처럼 독립적인 통상교섭본부를 만드는 것도 진지하게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인수위의 구상은 통상교섭 등에 관한 권한이 외교부에 존재하기 때문에 통상조약의 실익을 따지기 보다는 조약체결 여부를 중요시 하는 부작용이 일어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따라서 국내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지식경제부가 통상교섭기능을 담당하는 것이 올바르다는 주장이다. 반대로 민주통합당 측은 원래 상공부가 갖고 있던 기능을 1998년 통상교섭의 효율 등을 고려해 분리했던 것인데 인수위의 구상은 과거로 회귀하는 것이라는 입장을 갖고 있다.

진보진영의 경우 외교부가 통상교섭기능을 담당해서 생긴 부작용의 대표적인 사례로 ‘한미FTA’를 들기도 한다. 국내 개별산업의 보호보다 협정의 체결 그 자체를 중요시했기 때문에 국내산업이 많은 피해를 입게 됐다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통상교섭기능의 편재에 대한 진보정당 등의 입장도 민주통합당 측 주장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진보세력도 독립기구안에 찬성해

▲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 ⓒ뉴스1
진보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평화방송 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통상부분은 독립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최소한 산업부처에 통합되어서는 안 되고, 외교부 때도 한미FTA 등의 논란이 많았으니 미국처럼 독립적 기구로 가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사실상 민주통합당의 주장과 같은 것이다. 통합진보당의 경우도 명확치는 않으나 인수위의 산업통상자원부안에는 일단 반대입장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회공공연구소 김철 연구위원도 비슷한 생각이다. 김철 연구위원은 지난달 30일 열린 정부조직개편방향에 대한 토론회의 발제를 통해 "통상교섭기능이 지식경제부로 이관되고 개편될 경우 주로 제조업 진흥 업무를 담당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특성상 농업, 축산, 금융 분야는 소외될 가능성이 높다"며 통상 업무를 총리실 직속의 통상위원회로 전환하는 안을 제안한 바 있다.

김철 연구위원은 5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경우 과거 개발연대를 연상케하는 구시대적 발상이라는 비판이 어느 정도 옳은 측면이 있다”면서 “그렇다고 해도 통상교섭기능을 외교통상부에 남겨놓는 것은 한미FTA와 같은 문제를 야기할 수 있기 때문에 독립시키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총리실 직속 통상위원회와 독립 부처의 차이에 대한 질문에는 “사실상 차이가 없다”면서 “외교통상부나 산업통상자원부안이 아닌 다른 독립된 안에는 모두 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민주당 안에 동의하는 것이냐는 물음에는 “민주통합당에서 애초에 마련한 안은 외교통상부안과 독립된 통상교섭본부안 2개였다” 며 “한미FTA 등의 문제가 제기되자 독립된 안으로 정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주장했다.

물론 통상교섭기능이 독립된 부처 또는 대통령·총리 직속 기구가 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소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상기할 필요도 있다. 미국의 경우 대통령 직속의 무역대표부가 존재하더라도 대통령의 방침에 따라 ‘수퍼301조’등을 통해 통상교섭의 과정에서 적절한 대응 방법을 선택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도 결국 조약체결권은 대통령에게 있다는 점에서 기구의 편재에 따라 통상교섭의 과정에서 현실적으로 유의미한 차이가 생긴다고 말할 수 없다는 반론이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과거의 사례를 돌아보고 현재의 문제를 검토해보면 일단은 통상교섭본부가 독립적인 기구로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한 방향이라는 점에 대해 일단 범야권에서는 큰 이견이 없는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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