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의원들이 1일부터 2일까지 충남 보령시로 워크샵을 갔다 왔지만 성과가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오히려 계파갈등만 증폭시키고 그런 상황을 국민들에게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결과로 이어지지 않았냐는 것이다.

▲ 민주당 워크샵이 실망스럽게 끝났다는 한겨레의 2월 4일자 사설.

민주통합당 워크샵에서 오간 얘기들을 보면 '성과 없다'는 지적이 나올만하다. 워크샵에서 내용된 내용은 그동안 각종 토론회에서 지적됐던 내용이 모조리 총출동했다는 인상을 받기에 충분하다. ‘친노 책임론’, ‘컨트롤 타워 부재론’, ‘중도 상실론’, ‘좌클릭 패망론’, ‘단일화 과신론’ 등이 맥락 없이 제출됐다. 이 와중에 친노 세력의 소위 대표선수들이 워크샵에 참여하지 않은 것에 대한 불만이 터져 나오기도 했다.

▲ 민주통합당 워크샵에 말만 많고 결론이 없었다는 조선일보의 2월 4일자 기사.

주류·비주류 갈등 전면적으로 표출돼

물론 이러한 논란의 배후에는 당권을 둘러싼 주류·비주류 간의 힘겨루기가 내재되어 있다는 것 또한 그간 수차례 지적해온 바 그대로다. 특히 차기 전당대회에 관한 논의에서 이러한 갈등은 정점에 달했다고 한다. ‘모바일 투표’와 ‘지도체제 개편’이 가장 큰 쟁점이 됐다.

모바일 투표에 대해 범주류 측은 ‘일부 보완은 필요할 수 있지만 전면폐지는 불가하다’는 입장을 고수했고 비주류 측은 ‘시스템이 완벽하지도 않고, 당원들이 소외되며, 특정 계파에게 유리한 결과로 이어질 뿐’이라는 주장을 되풀이 했다.

지도체제개편에 관해서는 ‘단일지도체제’라는 큰 틀에서는 어느 정도 합의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전대 시기 등에 대한 이견이 지속적으로 표출됐다고 한다. 3월말 조기전대를 시행할 경우 지금과 같은 분위기에서 비주류 측에 유리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지만 5월말로 전대 시기가 늦춰질 경우 친노 책임론 등이 희석돼 주류 측에 유리한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지도부 임기에 대해서도 여러 이견이 표출됐다. 당헌을 개정해 임기를 연장하여 지방선거 공천권이 있는 지도부를 구성하자는 의견이 나오기도 하였으나 임기는 짧게 하고 10월 말 재보선에 대응할 안철수 신당 등과 함께 세력을 통합할 준비를 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오기도 했다.

워크샵 마무리에는 갑작스레 ‘민주당의 신조’ 결의문을 채택해 많은 사람들을 어리둥절하게 만들기도 했다. 이 결의문의 내용에는 ‘새로운 정치를 위해 특권과 기득권을 내려 놓아야한다’며 ‘국민을 위해 일하는데 필요한 권한만 갖고 모두 내려놓겠다’는 정신을 담았다고 한다.

이 결의문에는 국회의원 영리목적 겸직 전면금지, 헌정회 연로회원 지원금 폐지, 국회의원 세미 30% 삭감, 계파정치 청산, 당직은 당원에게 공직은 국민에게 원칙 준수, 부패 및 각종 비리연루인사 공천·당직 제한, 정책정당 및 민생정당화 등을 구체적인 방침으로 제시하고 있는데 일각에서는 ‘인기영합적’이라거나 ‘왜 선언했는지 모르겠다’는 식의 자조섞인 반응도 흘러나왔다.

‘민주당의 신조’ 결의문, 무엇을 위한 신조인가?

보통 결의문이라는 것이 워크샵 등의 행사에서 어떤 실천적 결론을 예정하는 것임을 고려해보면 민주통합당이 왜 ‘세비 30% 삭감’, ‘영리목적 겸직금지’, ‘헌정회 지원금 폐지’ 등을 갑자기 꺼냈는지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러한 의문을 해소하기 위하여는 최근 제기되고 있는 ‘안철수 신당론’을 검토해볼 필요가 있다.

▲ 민주당 워크숍에서 안철수 신당론에 대비해야 한다는 의견이 표출됐다고 보도한 한국일보 2월 4일자 기사.

안철수 전 후보가 10월 재보선을 고려하여 조직을 만들 것이라는 전망이 언론을 통해 계속해서 흘러나왔다. 4일에는 안철수 전 후보의 최측근 중 한 명으로 알려진 금태섭 변호사가 직접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안 전 후보가 정치를 계속 하는 것은 분명하다’고 말하며 10월 재보선에 대해 ‘캠프에 있던 사람들이 다 함께 의논을 하며 움직일 것’이라는 계획을 밝히기도 했다.

민주통합당 측은 이런 보도에 계속 민감하게 반응했다.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안철수 전 후보에게 신당을 만들자고 하는 것은 악마의 유혹’이라며 ‘신당이 뜨면 야권 전체가 공멸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 안철수 신당은 악마의 유혹이라고 주장한 문희상 비대위원장의 인터뷰가 실린 조선일보의 2월 1일자 기사.

즉, 안철수 전 후보가 민주통합당과 분리된 신당을 창당하고 독자적인 정치일정을 밟아가게 되면 그렇잖아도 대선에 패배해 중간층으로부터 대안이 아닌 것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큰 민주통합당으로서는 치명적 상처를 입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것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즉, 민주통합당의 소위 워크샵은 계파 갈등 분출에 안철수 전 후보에 대한 ‘안절부절’까지 겹쳐 거의 코미디와 같은 상황으로 이어지고 말았던 것이다.

민주통합당, 안이함을 버려야

그러나 의원들이 세비를 삭감하고 연금을 포기한다고 사람들이 민주통합당을 새로운 정치적 대안으로 인식을 해줄까? 그것은 아닐 것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어차피 무엇을 위해 말하는 것인지를 누구나 뻔히 알 것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중의 정치 일반에 대한 냉소주의가 한계까지 와있는 상황에서 그러한 미봉책들로는 무엇도 해결할 수 없다는 것을 이제는 인식해야 한다.

민주통합당 워크샵을 두고 ‘책임지겠다는 사람이 없다’, ‘뻔한 얘기만 했다’ 는 식의 평가가 많은 이유를 이제는 직시해야 한다. 민주통합당의 정치인들이 제각각 계파적 이익에만 열중해서인가? 그게 다가 아니다. 이러한 어려움의 보다 근본적인 이유는 ‘안이함’에 있다. 다들 무언가 절박한 게 없는 것이다.

▲ 지난 1일 워크샵에 참석한 민주통합당 의원들. 별로 행복해보이지 않는 표정들이다. ⓒ뉴스1

‘안철수’에 대한 국민들의 기대는 바로 이런 ‘절박함’에서 온 것이었다. 국민들은 자신들이 그토록 냉소하던 정치에 안철수 전 후보를 밀어 던짐으로써 이러한 절박함을 표현했다. 국민들에게 절박함이 없는 민주·평화·개혁 세력은 대안으로 비춰지지 않았다. 사실 그리고 이것이 대선 패배의 핵심적인 원인이다. 그리고 민주통합당은 아직도 안이하다.

새누리당의 전신인 한나라당은 과거 ‘천막당사’ 시절부터 이러한 절박함을 온 몸으로 느끼는 것처럼 행동했다. 색깔과 이름을 파격적으로 바꾼 것도 절박함 없이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절박함을 배울 생각을 하지 않으면 민주통합당은 긴 절망의 터널로 진입할 수밖에 없는 신세가 된다. 새누리당은 50년 기득권을 유지하다 10년 정권을 잃어본 것으로 이런 절박함을 배울 수 있었지만 민주통합당이 권세를 누렸던 기간은 오직 10년뿐이다. 언제까지 지금처럼 안이할 수 있을지, 이렇게 생각하면 가늠도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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