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준 총리 지명자 낙마 정국을 주도했던 <동아일보>가 이번엔 작심하고 <조선일보>를 비판했다. 4일자 <동아일보>는 4면 한 면을 털어 <조선일보>가 “김용준 검증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를 했다”고 비난조에 가깝게 성토했다.

▲ 4일자 동아일보 4면. 비록 '한 언론사'라고 지칭하긴 했지만 조선일보에 대한 동아의 비판은 충분히 알 수 있게 쓰여졌고, 최상급의 어휘가 사용되는 등 최상급의 강도였다.

동아일보는 조선일보를 ‘한 언론사’로 지칭하며 “낙마한 김 후보가 언론 검증에 대해 털어놓은 불만을 자극적인 제목으로 전달하면서 마치 검증 과정이 부도덕했다는 듯한 인상을 주는 보도를 했다”고 비판하며 조선의 태도에 대해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언론 탓만 하는 정치권의 고질적 병폐가 재발되고 이에 일부 언론이 동조하는 양상”이라고 규정했다.

앞서, 조선일보는 2일자 신문 4면에서 김용준 지명자의 해명을 자세히 전달하며 “손주 미행당하고 가족 졸도...가정 파탄직전” 등의 자극적 문구를 통해 언론의 검증 과정을 흡사 ‘파파라치’ 활동으로 묘사하며 김 인수위원장의 상황에 대해 “가족들은 신경쇠약에 걸리고, 당해보지 않은 사람들은 추측도 어려운 일이 벌어졌다”고 전해 김 위원장의 ‘피해자’ 이미지를 부각했다. 또한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김 위원장의 해명을 최대한 자세하게 전달하는 모습을 보였다.

▲ 2일자 조선일보 4면. 김용준 위원장을 '피해자'로 상정한 이 보도는 '가족의 피해'를 강조하며 상황을 빠져나가는 '프레임'을 형성하도록 기획된 것이었다.

동아일보는 “인사검증을 마치 사회악”처럼 규정한 조선일보의 이러한 지면 구성이 결국 “낙마한 김 위원장이 2002년부터 지난해까지 10년간 이 언론사의 독자권익보호위원장을 지냈기” 때문이라고 분석하며 조선의 논조에 대해 “언론의 검증을 문제화, 무력화하려는 것은 권력을 감시하는 언론의 기능 자체를 잘못 이해한 것이며 민주주의의 근간을 흔드는 행위”라고 비판했다.

매체 간 상호 비평이 여전히 일상적이지 못한 한국적 풍토에서 특히 엇비슷한 이해관계와 정치적 지향을 공유하며 한 몸처럼 취급되는 동아와 조선의 관계를 감안할 때, 동아의 이런 날선 비판은 매우 이례적인 상황이다. 동아의 보도는 동아와 채널A가 김용준 낙마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상황에서 조선이 이를 폄훼하자 발끈한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동아는 “김용준 후보자에 대한 검증 보도를 주도한 동아일보-채널A 공동취재팀”이라고 평하며 “후보자 검증은 취재윤리를 준수하면서 진행돼 왔고, 기자들이 많은 현장을 직접 가보고 관련자들을 어렵게 설득해서 만나는 과정을 통해 하나하나 팩트를 모아 가는 매우 노동집약적인 작업”과정을 밟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조중동 카르텔 속에서 ‘3등 신문’으로 전락한 동아 입장에서 김용준 낙마 정국은 오랜 만에 정국 주도권을 잡은 이슈인데, 이에 대해 조선이 김 위원장을 피해자로 규정하며 정국의 방향을 트는 프레임을 가동하자 이에 대한 신경전을 벌이는 것으로 보인다. 결국 정국 주도권을 둘러싼 첨예한 힘겨루기 상황인데 이에 대해 동아는 조선이 “언론이 의도적으로 후보자 본인은 물론이고 가족까지 만신창이로 만든다‘, ’이런 식으로 과거의 관행을 다 문제 삼으면 어떤 성인이라도 통과하지 못할 것이다‘” 등의 논리를 만들어내는 것에 대해 “기초적인 사실 자체를 호도하는 주장”이라며 최상급의 비판을 가하기도 했다.

물론, 불과 며칠 사이로 벌어진 이동흡 헌재소장 검증 국면과 김용준 총리 지명자 검증 국면 사이에서 동아의 보도가 자신들이 스스로 밝힌 원칙에 입각한 일관성을 가졌다고 보긴 어렵다. 이동흡 헌재소장 지명자에 대해 동아는 소극적인 보도로 일관해왔다.

하지만 박근혜 당선 이후 몇몇 이슈에 대해 조중동의 보도가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정권과의 관계성을 재는 척도가 될 만한 김용준 낙마 건에 대해 매체간의 보도가, 특히 보수언론으로 지칭되는 매체들의 보도가 ‘경합’하는 상황이 전개되는 것은 언론 지형 안에서 바람직한 현상으로 보인다. 동아의 최상급 ‘공격’에 대해 조선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주목되는 가운데 앞으로 전개될 인사 검증 국면에서 동아의 ‘기개’가 계속 유지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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