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원이 김재철 MBC 사장과 임진택 MBC 감사를 고발할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이번 감사가 김재철 사장의 거취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에 대한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방문진에 대한 감사 결과로 김 사장의 배임 의혹이 우회적으로 확인됐다는 의견과 '물 감사'로는 김 사장 퇴진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감사원의 자료 제출 요구를 거부한 김 사장의 행태가 드러난 것 이외에도 감사를 통해, 방문진의 총제적 무능이 나타나 방문진의 무책임한 경영관리 및 감독실태에 대한 비판 여론이 거세지고 있다.

▲ 김재철 MBC 사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는 모습 - MBC 특보 화면 캡처

국가기관 '우롱' 전문가 김재철 사장

김재철 사장은 취임 이후 국가기관의 어떠한 요구에도 일절 응하지 않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의 국정감사와 청문회 출석 거부로 인해 국회 환노위에서 만장일치로 고발됐고 지난 1월 23일 벌금 800만원에 약식기소된 바 있다.

이번 감사 과정에서도 감사원은 김 사장과 임진택 MBC 감사에게 각각 3차례에 걸쳐 △김재철 사장의 법인카드 사용내역 △MBC 자체감사자료 및 증빙서류 △무용가 J씨의 계약내용 관련 서류 △최근 3년간 예·결산 내역 △임원 성과급 배분 기준 및 최근 5년간 임원 성과급 지급 내역 △MBC 파업에 따른 손실액 등 피해검토자료 △MBC 사규 등을 제출할 것을 요구했으나, 김 사장과 임 감사는 이를 철저하게 거부했다.

결국, 감사원은 방문진이 보유하고 있는 방문진 이사회 회의록·이사회 보고자료 등 제한된 자료에 근거해 감사를 수행할 수밖에 없었다. 감사원은 MBC 파업과정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MBC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 논란' 및 이에 대한 '방문진의 관리·감독의 적정성'에 대해서는 사용내역과 사용처에 대한 증빙서류 및 소명자료 등 법인카드 사용의 적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최소한의 자료를 확보하지 못해 국회감사요구에 부응하는 수준의 감사가 이뤄지지 못했다고 밝혔다.

감사원은 「감사원법」51조에 따라 김재철 사장과 임진택 감사를 검찰에 고발할 것이라고 밝혔다. 「감사원법」51조는 "정보 또는 자료의 제출이나 출석해 답변할 것을 요구받고도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따르지 않은 자는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감사원의 발표를 놓고, 감사원이 김재철 사장에게 법인카드 사용내역과 J씨와의 계약내용 관련 서류 등을 요구했다는 점에서 우회적으로 김 사장의 배임 혐의를 인정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MBC 노조는 3일 비상대책위 특보를 통해 "감사원이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김재철의 배임 혐의에 대해 사실상 인정을 하고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촉구한 셈"이라며 "감사원조차도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한 김재철의 해명이 턱없이 부족한 사실을 인정하고 있는 마당에 경찰이 무혐의 처리한 것은 선뜻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감사원 감사결과에 근거해 김재철의 법인카드와 관련된 내역을 새로 수사해야 한다"고 밝혔다.

MBC 노조가 감사를 통해 김 사장의 배임 혐의가 또 다시 드러났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에 반해, 감사원이 형식적인 결과만 내놨을 뿐, 김 사장의 공금 유용 의혹을 제대로 파헤치지 못했다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21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현재까지 비공식적으로 파악한 결과로는 감사원이 감사를 잘 한 것 같다"고 말한 바 있는 최재성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민주통합당 간사는 4일 <미디어스>에 "이번 감사는 '물 감사'에 불과하다"며 감사 결과를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김재철 사장과 방문진에 대한 감사 요구를 주도한 최 의원은 "그동안 감사의 과정과 결과가 연기돼 왔고, 그 사이에 결론에 대한 조정이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 의원은 "서류가 없어서 감사를 못한 경우는 감사원 역사에서도 흔하지 않을 것"이라며 "한 사람이 자료 제출을 거부했다고, 감사원이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건 말도 안 되는 일이며 이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대책을 논할 것"이라고 말했다.

▲ 김재철 MBC 사장의 이사회 불출석 사유 - 감사원에 제출된 방문진 자료

방문진의 총체적 무능, 이대로 괜찮나?

방문진에 대한 감사원의 감사는 크게 MBC 경영 관리·감독 분야와 방문진 예산 집행 분야로 나뉜다.

감사원은 방문진의 MBC 경영 관리·감독과 관련해 △MBC 결산 심의 부적정 △MBC 감사 교체 관련 사전협의 부적정 △MBC 경영진 성과급 결정 부적정 △방문진 출연금 수입처리 부적정 △방문진 사무처장 채용 및 인사교류 불합리 △감사원 감사결과에 대한 사후조치 부적정 △MBC 사장 및 감사의 직무수행에 대한 관리·감독 부적정 등을 지적했다.

방문진은 「방송문화진흥회법」 제10조 제7호 및 「문화방송 관리지침」에 따라 MBC 결산 승인에 관한 사항을 방문진 이사회에서 심의·의결해야 한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방문진은 결산 관련 자료를 제출 받고도 사무처에서 검토하는 절차 없이 이사회에 곧바로 상정했고, 이사회에서도 결산상 특이사항에 대한 원인 파악 및 책임소재 규명 등의 심의 과정 없이 형식적으로 결산을 승인했다. 이는 방문진이 설립 목적과 주어진 의무를 제대로 이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기도 하다.

MBC 경영진 성과급과 관련해서도 방문진 이사들은 허투루식 행정으로 일관한 것으로 나타났다. 방문진은 'MBC 경영진 기여도'라는 기존의 평가제도를 제대로 실시하지 않았으며, MBC 경영평가 결과마저도 반영하지 않은 채 MBC 경영진의 성과급을 기본급의 150%와 125%로 결정했다. 방문진의 이러한 방만함은 김 사장의 요구를 맹목적으로 수용한 결과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방문진이 'MBC 감사 선임'과 '김 사장의 직무 수행 감독' 등 본연의 역할을 방기했다는 것이 감사원의 평가다. MBC 감사는 경영진으로부터 독립돼야 하기 때문에 규정에 따라 방문진이 선임해야 한다. 김 사장은 취임 직후 상법과 MBC정관을 무시한 채 감사 선임을 주도했다.

감사원 보고서에 따르면, 김 사장은 2010년 2월 취임 직후 임기가 2년이나 남았던 한귀현 MBC감사를 교체하는 내용을 담은 사전협의안을 방문진에 제출했다. 방문진은 이를 곧 바로 이사회 안건으로 상정해 통과시켰다. 한 감사에게는 원주MBC 사장 자리가 주어졌다.

▲ 임진택 MBC 감사 - MBC 노조 비대위 특보 화면 캡처

새로 뽑힌 임진택 감사는 파업과정에서 쟁점으로 제기된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에 대해 자체감사를 실시하고 그 결과를 방문진 이사회에 보고하면서 MBC 대표이사의 법인카드 사용과 관련해 구체적인 사용처 및 직무 관련성을 밝히지 않은 채 부실하게 보고했다. 하지만 방문진은 감사에 대해 적절한 조치를 하지 않았다.

김 사장은 지난해 2월 1일 업무보고를 시작으로 파업기간 중 세 차례에 걸쳐 파업과 관련한 현황을 점검하고 대책을 논의하기 위해 방문진으로부터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이에 불응하는 등 지금까지 6차례나 출석을 거부했다.

김 사장은 사장 해임안의 상정이 논의되는 과정에서 2012년 3월 21일과 10월 4일 두 차례에 걸쳐 법인카드 사용 등이 쟁점이 되어 파업이 장기화된 데 대한 해명을 듣기 위해 출석을 요구받았으나 출석을 못하는 사유에 대한 아무런 답변 없이 또는 해임안이 상정 중이라는 정당하지 않은 사유로 출석하지 않았다.

그럼에도 방문진은 불출석 사유의 정당성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2012년 2월 1일 제3차 정기이사회 등 5차례에 걸친 이사회 불출석에 대해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았고, 2012년 9월 27일 임시이사회 불출석에 대해 1회 경고조치를 하는 데 그쳤다. MBC 노조는 "김재철이 MBC 역사상 유례가 없이 '제왕적 권위'를 누릴 수 있었던 것은 김재철이 이명박 대통령과 직거래를 하는 사이 허수아비 방문진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방문진의 무능을 강하게 질타했다.

방문진의 방만한 경영…7일, 이사회에서 감사 결과 논의 예정

감사원은 방문진 예산 집행 분야(△업무추진비 집행 부적정 △퇴직금누진제 실시 부적정 △휴가보상수당, 시간외근무수당 지급 부적정 △사내근로복지기금 출연·집행 부적정)과 관련해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하고 있다"는 결과를 내렸다.

감사원 결과에 따르면, 방문진은 자체 예산을 집행하면서 업무추진비 집행을 위한 지침을 마련하지 않은 채 불투명하게 집행했고 다른 공공기관에 비해 임직원에 대한 퇴지금 및 각종 수당을 과다하게 지급하고 사내근로복지기금을 부적절하게 집행하는 등 예산을 방만하게 집행했다.

이에 따라 감사원은 김재우 이사장에게 업무추진비 집행지침을 마련해 투명하게 집행하도록 하는 한편, 퇴직금 및 각종 수당을 공공기관의 운영 수준을 감안해 효율적으로 집행하는 방안을 마련하도록 통보했다.

한편, 7일 열리는 방문진 이사회에서는 △감사원 결과에 대한 방문진 사무처장의 보고 △업무보고를 거부한 김재철 사장 건 △사무처장 선임 등이 논의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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