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당선인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새누리당이 미래 성장동력 발굴과 일자리 창출을 위해 미래창조과학부를 만들겠다고 밝힌 이후, 시민사회와 언론계의 비판적 목소리가 시간이 지날수록 커지고 있다.

▲ (서울=뉴스1) 이종덕 기자=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1월 31일 서울 종로구 여전도회관에서 열린 국민대통합 나라사랑 신년기도회에 참석해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3.1.31/뉴스1

박근혜 정부의 미래창조과학부는 과학기술과 ICT 업무를 함께 담당하며, 방송통신위원회(아래 방통위)의 방송통신 진흥과 방통융합 업무를 흡수할 예정이다. 또, 3개 부처에 분산돼 있던 정보통신산업 진흥과 소프트웨어산업 정책, 디지털콘텐츠산업 진흥과 방송광고 정책, 국가정보화 기능 등도 이관될 예정이다. 반면, 방통위는 방송의 규제기능만을 담당하며 조직 위상조차 현재 중앙행정기관에서 '행정위원회'로 격하된다.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이강택)은 3일 성명에서 "언론노조는 이번 2월 임시국회의 최대쟁점인 ICT 조직개편 문제를 행정안전위원회가 아닌 상임위원회에서 진지하게 논의하고 재검토할 것을 요구한다"며 "아울러 방송정책, 방통융합정책, 이용자 보호, 공영방송 지배구조, 사업자 허가‧재허가‧취소, 방송광고, 방송통신기금 등 방송의 공공성과 미디어 다양성을 보장하기 위한 영역과 시민과 권력, 시민과 사업자, 사업자와 사업자 사이 등 정치적‧경제적 이해와 사회적 갈등이 민감하게 대치하는 분야에서 '합의제적 필요성'을 갖는 방송통신정책 전반이 방통위에 존속되어야 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언론노조는 정부조직개편안에 대해 "인수위의 1,2차 정부조직개편안 발표와 지난달 30일 새누리당의 정부조직법 발의를 통해 박근혜 당선인이 뚜렷이 보여준 의도는, 방송통신 융합업무의 특성상 방송정책, 통신정책, 융합정책의 진흥과 규제 기능의 분리가 어려운 점을 악용하여 방송통신 관련 대다수 정책을 '산업진'이란 미명으로 독임제 부처 하에 둠으로써 방송과 정보소통서비스(인터넷 포탈, SNS 등)를 더욱 강력하게 통제하려는 기도"라고 평가했다.

언론노조는 "ICT 조직개편의 본질은 권력의지와 산업논리에 의해 파괴되고 손상된 '방송의 공공성과 독립성 보장'과 인터넷 포탈과 SNS 영역에서의 '표현의 자유 보호'라며 "언론노조는 '박 당선인이 모호하고 근거없는 산업진흥 논리를 동원해 구 공보처를 사실상 부활시키고 거대자본에게 방송과 통신을 넘김으로써 언론장악체제를 공고히 하려는 기도를 포기'하는 것이 정부조직개편 논의의 출발점"이라고 강조했다.

▲ 언론노조 대표자들이 지난해 12월 12일 언론장악 현실을 국민에 사죄하는 의미로 100배를 올렸다. ⓒ언론노조

언론노조는 "방통위에 지상파방송과 종편·보도PP의 재허가 '추천권'과 종편‧보도PP의 신규 '승인권'만을 남기고, 미래창조과학부가 유료방송을 포함한 모든 방송사업자의 허가, 재허가, 등록, 취소권을 장악한 것이나 국민의 85%가 가입돼 있는 유료방송의 채널편성권에 개입할 수 있는 영향력을 장관의 손아귀에 쥐어준 점은 이러한 기도를 증명하는 분명한 근거"라며 "방송산업 진흥과 중소기업 지원을 내세워 방송사의 절대적 재원인 방송광고와 방송통신발전기금, 홈쇼핑 수수료까지 통제할 수 있게 됨으로써 지역방송과 중소방송, 유료방송도 영향권 아래에 둘 수 있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럼에도 박 당선인은 독임제 미래창조과학부가 지난 5년간 끊임없이 사회적 갈등을 야기해온 방송장악을 청산할 수 있는지, 또 국민이 요구해온 방송의 공정성과 중립성을 보장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며 "이것으로도 성에 차지 않는지, 방통위를 법률안 제출권과 시행령 발의권도 없으며 예산 역시 독자적으로 편성할 수 없는 무기력한 '변방 조직'으로 추락시켰다"고 비판했다.

언론노조는 "방통위의 실패 원인에 대해 언론계와 학계는 합의제 기구임에도 방송장악과 정권비호라는 사욕에 빠진 권력의 '실세'가 사실상 독임제로 운영함으로써 야기되었음을 공통적으로 지적하고 있다"며 "방통위의 형해화를 막겠다며 ICT 전담부처를 요구하는 민주당의 태도도 잘못됐다. 조직 생리상 방통위로부터 대다수 방송통신정책을 ICT 전담부처로 가져가려 할 것이고 이는 박근혜 정권의 '공보처'가 미래창조과학부에서 ICT 전담부처로 바뀌는 것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끝으로 언론노조는 "우리 1만 5천 언론노동자는 이번 조직개편 논의의 전 과정을 주시하며, 만약 민주주의의 시계를 권위주의 시대로 되돌리려는 반동세력이 있다면 이에 단호히 맞서 싸워갈 것"이라며 "언론장악체제를 종식하라는 국민의 요구를 외면한 채 권력과 자본이 합작한 폭주는, 구시대적인 오판이자 정권의 실패를 예약하는 신호탄이 될 뿐"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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