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
민주통합당 김현·김현미 의원과 통합진보당 이상규 의원, 진보정의당 박원석 의원, 전국공무원노조, 공공운수노조·연맹은 지단달 31일 국회의원회관 세미나실에서 ‘정부조직개편, 올바른 방향은 무엇인가’라는 주제의 토론회를 공동으로 개최했다. 이 토론회는 새누리당이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을 원안으로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발의함에 따라 이에 대한 심도 있는 논의를 위하여 개최됐다.

발제를 맡은 김철 사회공공연구소 연구위원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 전반에 대한 의견을 내놓았다. 김철 연구위원은 발제문을 통해 ‘사실상 이명박 정부 이전으로 정부조직을 되돌리는 셈’이라며 ‘이명박 정부의 조직개편이 실패로 돌아갔다는 점을 인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김철 연구위원은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이 사실상 일방통보에 가까운 것이어서 국회 등과 논의되지 않은 한계가 있다는 점을 지적했다.

박정희의 그림자

미래창조과학부 신설이나 경제부총리제 등의 신설과 관련하여서는 인수위의 안이 과거 박정희 시대의 개발 중심 패러다임이 변형된 것이라는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박정희 당시 대통령이 ‘과학입국, 기술자립’ 등의 캐치프레이즈를 통해 과학기술에 대한 정책적 배려를 통한 중화학 공업 발전 등의 전망을 세웠던 것과 유사한 측면이 있다는 것이다.

▲ 박근혜 제 18대 대통령 당선자가 20일 오전 서울 동작구 현충원 박정희 전 대통령 묘소를 찾아 참배하고 있다. ⓒ뉴스1

실제 인수위의 원안은 미래창조과학부의 신설에 대해 ‘창조과학을 통한 미래 경쟁력 강화’를 슬로건으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발굴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는 앞서 설명한 박정희 시대의 전망이 업그레이드 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지점이다.

경제부총리제 신설에 대해서도 김철 연구위원은 ‘경제기획원 장관을 연상케 한다’고 평가했고 안전행정부의 명칭 변경으로 대표되는 사회안전·법질서에 대한 강조도 과거 박정희 정권의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러한 점은 박근혜 당선인이 대통령 선거에 도전하겠다는 뜻을 밝히던 시기 ‘아버지의 꿈’ 등을 언급한 것과도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측면이 있다. 박정희 시대의 체계를 완전히 부활시키겠다는 의도는 아니겠으나, 당선인이 가진 그 시대의 경험이 정부조직개편안에 어느 정도 반영되어 있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는 것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책임총리제는 시행될 수 있는가?

▲ 유민봉 인수위 국정기획조정분과 간사가 25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공동기자회견장에서 총리실 조직개편안에 관한 발표를 하고 있다. ⓒ뉴스1
책임총리제에 관하여는 대통령제 하에서 국무총리의 위상 등에 대한 지적이 이뤄졌다. 김철 연구위원은 ‘책임총리제가 가진 여러 장점이 있지만 국민이 선출하는 것은 대통령’이라고 지적하며 ‘책임총리제가 시행되더라도 대통령제를 보완하는 차원에서 이루어져야 하며 내정에 대한 최고책임자로서의 권력 행사를 위해 인사·조직에 대한 권한이 보장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예산편성권과 정책조정권읅 가진 경제부총리의 존재 등 때문에 이러한 조치는 더욱 필요하다는 것이다. 국무총리가 상당한 정책 의지를 갖고 복지 확대 등의 조치를 시행하려고 해도 경제부총리가 이러한 정책 방향을 사실상 무력화 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음을 지적한 것이다. 따라서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행정지원처 등이 총리실 산하에 설치되어야 한다는 대안을 내놓기도 했다.

그러나 여러 상황을 고려해보면 책임총리제 실현이 정치적으로 어렵게 될 수도 있다는 점이 지적되기도 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정권 초기에는 관리형·통합형 총리가 선호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김용준 인수위원장을 총리 후보자로 지명한 것도 이러한 선호의 반영’이라는 요지의 주장을 내놓았다. 즉, 이러한 상황에서는 사실상 정책적 의지를 갖고 상당한 수준의 권한을 행사하고 이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하는 책임총리제의 구현은 불가능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부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편안

대부처주의와 관료주의에 대한 문제도 지적됐다. 김철 연구위원은 ‘신자유주의 체제에서 작은 정부를 주장하는 조류에서는 효율성 제고 등을 위해 대부처주의를 선호하는 경향이 강하다’면서 ‘이명박 정부의 기획재정부, 국토해양부, 교육과학기술부 등이 대부처주의의 산물이었으나 유기적 결합이 이루어지지 못해 사실상 실패했다’는 지적을 내놓았다. 인수위의 정부조직개편안은 일부분에서 이러한 대부처주의를 역행하는 결과를 보여주기도 하였으나 전체적으로는 대부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했다는 평가를 함께 제출하기도 했다.

대표적인 것은 미래창조과학부이다. 미래창조과학부는 무려 8개 부처가 가진 조직의 기능을 통합한 것으로 대부처주의의 문제를 여실히 드러낼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또한 산업통상자원부, 기획재정부의 경우도 각각 기존 지식경제부에 통상기능을 덧붙였다는 이유로, 기획재정부 장관이 경제부총리를 겸임하게 된다는 이유로 대부처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한 개편 방향인 것으로 평가됐다.

특히 미래창조과학부에 대해 김철 연구위원은 ‘기초과학은 장기적 시야를 갖고 대응해야 하나 ICT는 신속한 추진력이 핵심’이라며 ‘대부처주의에 의한 불협화음이 예상된다’고 주장했다. 이명박 정부에서의 교육과학기술부 역시 교육문제가 전면에 부각되면서 과학기술에 대하여는 상대적으로 소홀한 현상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또한 김철 연구위원은 ‘기획재정부의 경우 상당한 수준의 위상 격하가 필요하다’면서 ‘공공기관운영위원회, 국제금융기능, 금융감독기능등을 재무부처에서 모두 분리하고 세제실·국고국·재정관리국 등 남은 기능을 묶어 재정부로 축소 개편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 밖의 쟁점

앞서 설명한 것 외의 정부조직 개편 방향에 대해서도 김철 연구위원은 신랄한 비판을 내놓았다. 최근 민주통합당 측이 문제삼고 있는 외교통상부의 통상기능을 지식경제부로 이관하는 문제에 관하여는 ‘통상기능은 원래 옛 상공부의 몫이었으며 국내산업보호를 우선하는 상공부의 특성 상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 분명히 있으나 김대중 정부 시절 효율성 제고와 WTO협상 마무리 등의 명분으로 외교부에 통상기능을 부가한 것’이라는 점을 먼저 밝히고 ‘산업발전의 시기에는 상공부의 통상기능이 주효하게 작용할 수 있었을지 모르나 최근의 복잡한 상황에서 산업통상자원부의 신설이 과연 올바른 방향인가에 대해서 재고할 필요가 있다’라고 평가했다. 그러면서 김철 연구위원은 ‘통상기능을 총리실 직속 통상위원회로 독립시킬 필요가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 금융감독기능 재편 등에 대한 문제에 대해 당선인 측과 다른 의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던 김석동 금융위원장. ⓒ뉴스1
해양수산부의 경우 다소 정략적으로 부처의 신설과 변경 등이 논의되어 온 과정을 지적하며 ‘농림수산식품부가 수산기능을 담당하거나 해양업무와의 연계가 필요하다면 수산기능을 국토해양부로 이관하는 것으로 해결할 수 있다’는 주장을 내놓기도 했다.

김철 연구위원은 그 외에도 행정안전부의 폐지 및 해체와 금융감독 정책 기능 등에 대한 총체적 개편, 반부패기구의 개편 및 설치 등이 필요하다는 점을 주장하기도 했으며 다른 패널들도 ‘정부조직 개편이 잦아 혼란스럽다’, ‘정부조직 개편이 공공기관의 구조조정으로 이어지는 부당함을 극복해야 한다’, ‘작은 정부 및 대부처주의로 인해 공무원 수를 줄이는 경향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취지의 주장들이 제기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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