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민영방송인 울산방송 경영진이 이사회 보고 없이 2010년부터 '위험성 펀드'에 60억원을 투자했으나, 15억원에 달하는 손실만 가져왔던 것으로 밝혀졌다. 하지만 경영진과 이사 모두 책임지지 않고 있어 사태 수습은 요원한 상태이다.

확정 손실액 6억 5천만원…'평가 손실액' 15억원에 육박

전국언론노동조합 울산방송 지부(아래 울산방송 노조·지부장 김영곤)에 따르면, 울산방송 경영진은 2010년 이후 위험성 자산인 ELS펀드에 회사 유보금 60억원을 투자했다. 10억원 씩 6개 펀드에 투자한 것.

이 중 2개의 펀드는 지난해 4월 만기상환이 이뤄졌고, 20억원의 원금 중 13억 5천만원만 회수할 수 있었다. 이는 원금에 대비해서 6억 5천만원에 달하는 손실액이 확정된 것이다. 노조는 정기예금 시 발생했을 이자 1억 5천여만원까지 감안하면 8억원이 넘는 손실을 기록한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 울산방송이 2010년부터 투자한 펀드 목록 - 울산방송 노조

아직 상환이 돌아오지 않은 4개의 펀드(각 10억원 투자·총 40억) 중 플러스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는 펀드는 현재 단 1개 뿐이라고 전해진다. 지난해 12월 28일 기준으로 나머지 3개의 펀드 중 평가액이 6억 3천만원대가 2개, 5억원을 턱걸이하고 있는 펀드 1개로 '평가 손실액'을 따져보면 8억 5천만원에 달한다. 결국 예상되는 총 손실액은 15억원 수준이다.

김영곤 지부장은 31일 <미디어스>와의 통화에서 "전문가들에 따르면, 울산방송이 투자한 펀드와 밀접한 관련이 있는 '조선업'은 유럽 경기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며 "현재 전문가들은 올해 유럽 경기가 좋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확고하다. 수익률이 호전되기는 힘들 것"이라고 밝혔다. 나머지 펀드의 (+)플러스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

대표이사 없이 투자 결정…노조 "전면적 외부감사 필요"

더 큰 문제는 일련의 투자과정이 '이사회 보고'없이 이뤄졌다는 점이다. 노조가 투자 손실액보다 크게 문제 삼고 있는 부분이다. 특히, 2011년 6월 모증권사 펀드에 투자했던 10억원은 투자 결정과정에서 박경민 기획관리팀장이 이명득 경영담당 이사의 결재만 받은 채로 모든 걸 결정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해외 체류 중이던 대표이사의 결재 없이 투자를 결정했다. 울산방송 사규에는 1천만원 이상의 자금을 집행하거나 투자할 경우에는 대표이사의 결재를 거치도록 규정돼 있다.

이와 관련해 울산방송 노조는 노보에서 "이와 같은 말도 안 되는 행위에 대해 과연 대주주에게 사실대로 정확히 보고됐는지도 의문"이라며 "회사는 지금이라도 즉시 관련자들의 직무를 정지시키고, 즉각적으로 전면적인 외부감사를 실시해야 할 것이다. 전면적인 쇄신은 반드시 이뤄져야 하며 울산방송 노조는 이 문제를 단순히 노사 간의 현안으로 접근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사회 보고도 엉터리…사측 "2억원 넘는 평가 이익" 주장

평가손실액이 눈덩이처럼 불어났음에도 사측은 2012년 10월에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ELS펀드와 관련해 '2억원이 넘는 평가 이익을 냈다'고 보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는 "60억을 투자해 2011년 12월 31일까지 (-)마이너스 22억 4천여만원의 평가손실을 기록했고, 10개월 뒤인 2012년 10월에는 펀드 평가액이 2억원 회복돼 (-)마이너스 20억원대 평가 손실액을 기록했다"며 "사측은 이 사실을 '2012년도에 2억원이 넘는 평가 이익을 기록하고 있다'는 말로 둔갑해 버렸다"고 밝혔다.

▲ 울산방송 노조는 2012년 10월 이사회에서 회사가 보고 누락을 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 울산방송 노조

현재 울산방송 노조는 책임지지 않는 경영진에 분노하고 있다. 그간 사측은 울산방송 직원들에게 업무상 발생한 손실과 관련해 철저하게 '자기부담'할 것을 요구해 왔지만, 정작 이사회 보고 없이 이뤄진 위험성 펀드 투자 강행에 대한 책임은 외면하고 있다.

언론노조는 29일 성명에서 "지상파방송사의 사회적 책임을 망각하고, 울산방송의 경영방침을 어긴 채 불법적인 투자를 해 온 관련 당사자에게는 명백한 책임을 물어 다시는 이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일벌백계할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며 울산방송을 규탄했다.

언론노조는 "'투자'로 포장한 방송 외적인 투기행위로 인한 대규모 손실이 고스란히 프로그램의 질 저하와 언론인의 고용 불안 등으로 전가되고 있다"며 "방송사가 경쟁력 높은 프로그램을 제작해 시청자들로부터 평가를 받는 시스템이 아니고, '투기'를 통해 이익을 보겠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 됐다"고 밝혔다.

이어, "더더군다나 필수적으로 거쳐야 할 이사회 사전 보고도 전혀 없이 대표이사 결재마저 받지 않은 채 투자를 했다면 어떠한 변명으로도 그 잘못을 덮을 수 없다"며 "방송사의 유보금은 방송 투자와 고품질의 프로그램 제작, 그리고 좋은 프로그램의 필요충분조건인 고용 안정을 위해 사용돼야 한다"며 "투자를 빙자한 '투기 행위'는 그 어떤 공공기관보다 사회적 책임이 막중한 지상파 방송사가 결코 해서는 안되는 반사회적 행위"라고 덧붙였다.

한편, <미디어스>는 31일부터 1일까지 수차례 박경민 기획관리팀장과 전화 연결을 시도했으나 연결이 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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