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로호 발사 성공 이후, 지상파 방송3사는 '나로호' 삼매경에 빠졌지만 종합편성채널은 '박근혜 때리기'에 집중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3사 중 KBS와 MBC는 SBS보다 '나로호 발사 성공' 보도에 열을 올렸다. KBS <뉴스9>는 30일 특집뉴스로 영상 뉴스 <나로호 발사 성공>을 포함해 무려 19꼭지를 할애했다. KBS <뉴스9>는 △나로호가 목표 궤도에 집입하기까지의 과정 △나로호 발사기술 △나로호 통제센터 모습 △환호하는 국민들을 담은 영상 △이 시각 나로호 △김승조 한국항공우주연구원장 인터뷰 △열악한 우주 개발 예산 등 나로호 발사 성공에 올인했다.

반면, 박근혜 당선인 인선과 관련한 뉴스는 <인수위원장직 유지…검증 강화> 한 꼭지 뿐이었다. KBS <뉴스9>가 끝나고 특집다큐 <나로호, 우주강국의 꿈을 펼치다>까지 방영했던 것을 고려하면 이러한 보도 편성이 과한 것은 아니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 MBC <뉴스데스크> 30일자 6번째 꼭지 <"우주시대 국민과 함께 축하">. 타 방송사에서 찾아볼 수 없었던 이명박 대통령이 한 꼭지로 등장했다.

MBC <뉴스데스크> 역시 27개 꼭지 중 12개가 나로호 보도였다. 나로호와 관련한 내용이 KBS <뉴스9>와 크게 다르지 않았으나, MBC <뉴스데스크>는 6번째 꼭지에서 <"우주시대 국민과 함께 축하">에서 "이 대통령은 참모들과 함께 TV중계를 통해 나로호 발사 광경을 지켜봤으며, 발사가 성공되자 이주호 교육과학기술부 장관과 조광래 나로호 발사 추진단장에게 전화를 걸어 격려했다"며 이명박 대통령 단신을 한 꼭지로 뽑았다. 이 대통령의 발언을 주목하지 않았던 타 방송과는 결이 다르게 뜬금없이 이 대통령 발언을 다뤄 눈에 띄는 편성으로 꼽힌다.

MBC <뉴스데스크>는 20번째 꼭지 <'나홀로 인사' 바뀌어야>에서나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시스템을 지적했다. 해당 보도에서 MBC는 "공식적인 검증시스템 보다 측근 중심의 인선방식에 대한 비판도 나오고 있다" "철통보안은 지켰지만 언론의 검증과정에서 후보자가 사퇴하는 충격을 불러왔다"며 '김용준 총리 후보 낙마'와 관련한 여·야의 공방에 무게를 뒀다.

SBS <8시뉴스>는 KBS, MBC보다 나은 상황이다. 24개의 꼭지 중 8개의 뉴스를 나로호 보도에 할애했다. SBS <8시뉴스> 역시 나로호와 관련해 △긴박했던 카운트 다운 현장 △나로호의 임무 △스페이스 클럽 가입 소식 등 보도했다. 박근혜 후보 인선과 관련해 17·18번째 꼭지(<쫓기는 총리 인선…도덕성 관건>, <'밀실 인사 스타일' 바꿔야>)에서 "발표 당시 박 당선인 옆에 있던 대변인조차 인선 내용을 몰랐다" "문제는 이런 폐쇄적인 인사방식 때문에 부동산, 병역 문제 같은 기본적인 검증에서 구멍이 뚫리고 있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총리 후보자 인선과 관련해 박 당선인 측으로부터 검증자료를 요청받은 적이 없다고 말했다"며 의문을 제기했다.

반면, 종편은 나로호 보다 박 당선인 인사 문제에 비교적 심혈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였다. TV조선의 간판 뉴스 <뉴스 '판'>은 네 꼭지만 나로호 발사 성공 보도에 할애했고, 나머지 뉴스(9꼭지)는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스타일을 분석하고 비판하는 기사가 주를 이뤘다.

<뉴스 '판'>은 "국무총리 지명자 자신 사퇴라는 충격적인 상황에 놓인 박근혜 당선인은 지금 사면초가", "낮은 지지율 속에 여당에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고, 총리와 장관 인선은 그야말로 일모도원" "의욕적으로 추진한 정부 조직 개편도 쉽지 않다. 이동흡 헌재 소장 후보자도 골치 아픈 문제"라며 △낮은 지지율 △박근혜식 인사스타일 △조직개편 난항 △이동흡 헌재 재판소장 후보 칩거 등을 심도있게 다뤘다.

▲ 조선일보 31일자 1면 <나로호 성공…냉정히 보면 러시아의 성공>. 타 일간지와 다르게 조선일보는 나로호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1면에 다뤘다.

30일 TV조선 보도가 나로호 발사보다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비판으로 무게추가 기운 모습은 조선일보가 31일자 1면 <나로호 성공…냉정히 보면 러시아의 성공>에서도 엿볼 수 있다. 조선일보는 "나로호 발사 성공으로 우리가 이룬 것이 별로 없다" "나로호는 중력을 이기고 우주로 나가는 힘의 대부분을 내는 1단 액체 연료 로켓을 러시아에서 들여왔다" "'나로호 발사가 러시아 앙가라 로켓의 시험 무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라며 나로호 발사 성공을 긍정적 태도로 알렸던 타 일간지 1면과 차별되는 논조를 유지했다.

채널A의 <뉴스A>는 <세 번째 노크 '하늘문'열다>에서 노태성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 이현경 채널A 과학전문기자와 나로호와 관련한 대담을 나눴고, 이어지는 <성공주역 '11년의 땀'>에서는 조광래 나로호발사추진단장과 인터뷰를 했다. 나머지 뉴스는 박근혜 당선인과 관련한 정치 뉴스였다. <잇단 잡음 고개 숙인 법조계>에서는 "고위 법관 출신들이 도덕성 논란에 휩싸여 잇따라 낙마하자 사법부는 술렁이는 분위기" "지난해 잇따랐던 검사 비리에다 사법부의 수난이 이어지면서, 법조계 전체에 대혁신의 바람이 불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며 법조계를 분석했다.

JTBC <NEWS 9>은 21개의 꼭지 중 나로호에 7개, 박근혜 당선인의 인선에 9개를 할애했다. <NEWS 9> 역시 나로호 발사 장면을 연속적으로 보도했지만, <한·러 합작 '절반의 성공'>에서 "2전 3기 끝에 우주에 안착한 나로호, 하지만 핵심을 구성하는 1단 발사체는 100% 러시아 산" "하지만 우리의 현재 기술력은 걸음마 수준에 그치고 있다" "2011년 우리나라 우주개발 투자는 2억달러. 35억 달러인 일본의 17분의 1, 420억 달러인 미국의 200분의 1에 불과하다"며 이번 나로호 발사의 한계점을 지적했다.

이어, <NEWS 9>은 <'낙마총리' 김용준의 하루>와 <기자실 간식의 정치학>에서 낙마한 김용준 전 총리 후보자를 다뤘으며, <박근혜 당선인의 '단어장'>에서는 인포그래픽 화면으로 박근혜 당선인의 입에서 나온 '단어'들을 분석했다.

정리해보면, '나로호 발사 성공'이라는 큰 이벤트를 두고, 지상파와 종편은 '비슷하지만 다른' 보도 편성을 보였다. 지상파가 두 발 모두를 나로호에 담궜다면 종편은 한 발은 나로호에, 다른 발은 박근혜 당선인의 인사 분석에 담근 것이다.

▲ 채널A의 간판뉴스 <뉴스A>의 편성. 나로호에 대한 이야기보다 박근혜 당선인 인선에 대한 이야기가 주를 이뤘다. -채널A 화면 캡처

하지만 지상파 방송3사와 현격하게 대비되는 종편의 박근혜 때리기가 언론 본연의 기능인 '권력에 대한 감시·기능'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시청률 확보'와 '이미지 제고'라는 자체적 전략에 기인하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31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통화에서 "많은 국민이 알다시피 지상파는 방송 장악이 된 상태이며 박근혜 정권에서도 자신들의 자리를 위해 지상파 경영진은 알아서 움츠리고 있다"며 "지상파가 주춤하는 사이, 종편은 '시청률 확보'와 보수·수구적 시각을 가지고 있다는 이미지를 깨기 위해 박근혜 당선인을 비판하고 있는 것"이라고 밝혔다.

최 교수는 "종편이 언론 본연의 비판 기능을 제대로 수행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다"면서 "지상파를 외면하고 있는 중도적 시청자가 대안매체로써 종편을 선택하게끔 전략을 세우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 교수는 "사실 이동흡과 김용준에 대한 비리는 한겨레·경향·오마이 등에서 숱하게 파헤쳤다"며 "종편과 같은 보수 언론이 보기에도 쉽게 통과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에 '떨어지는 낙엽'에 뒤늦은 비판을 하는 꼴"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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