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박승규)와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최상재)이 지난해 언론노조 회계부정 사태로 촉발된 1년 여간의 갈등 관계를 정리하고 공영방송 사수 투쟁에 힘을 모으기로 합의해 주목된다.

KBS본부는 지난 4일 비상대책위원회를 열고 최상재 언론노조 위원장이 참석한 가운데 언론노조와의 관계 정상화 방안과 KBS본부 투쟁 전략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최 위원장은 KBS본부 등이 그동안 주장해온 규약 개정을 반영하겠다고 약속했고, 이에 KBS본부는 지난해 7월부터 거부했던 조합비 납부를 재개하겠다고 밝히면서 관계 정상화의 계기를 마련했다.

KBS본부는 일단 지난 3월분부터 조합비를 정상 납부하고 규약 개정 요구가 언론노조 대의원대회에서 반영되는 시점에 미납 조합비를 전액 소급 납부하겠다는 전제를 달았다. KBS본부는 그동안 △언론노조 조합비 납부 개선 △사무처 채용 성원의 중집 의결권 행사 금지 △회계감사 수 확대 △회계자료 공개 등을 규약에 명문화해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 지난 4일 열린 전국언론노조 KBS본부 비상대책위원회 ⓒKBS본부
규약 개정과 조합비 납부라는 형식으로 양쪽의 관계 정상화가 이뤄진 것은 이명박 정부의 언론 장악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진행되는 상황에서 서로 갈등을 빚고 분열만 계속할 경우 제대로 된 대응을 할 수 없다는 상황 인식에 공감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KBS본부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구심점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 언론노조는 물론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의 틀을 공고히 해야 한다는 안팎의 요구가 높았던 것도 적지않은 부담으로 작용했을 것이란 분석이다.

그러나 언론노조가 KBS본부의 정연주 사장 퇴진 투쟁과 관련해 본부 결정을 존중하겠는 입장을 밝히고 KBS본부도 외부 시민단체를 상대로 정 사장의 실체를 알리는데 주력하겠다는 방침이어서 논란의 불씨는 남아있다. KBS본부가 정 사장 퇴진 투쟁에 매몰되면서 내부 갈등의 골이 깊고, 이것이 외부 시민사회단체와의 연대와 소통에도 걸림돌로 작용했던 만큼 향후 KBS본부가 공영방송 사수 투쟁의 구심점 역할을 맡으며 연대 활동을 본격적으로 펼쳐나갈 수 있을지 언론계의 기대와 우려가 교차하고 있다.

KBS본부는 지난 6일 발행한 특보에서 "갑자기 노무현 정권에서 이명박 정권으로 바뀌었다고 해서 능력도 없고 도덕적이지도 않은, 낙하산이라고 평가를 받은 인물(정연주 사장)이 하루아침에 방송 독립의 아이콘으로 둔갑할 수는 없는 일"이라며 "언론노조가 정 사장 문제와 관련해 KBS본부 입장을 존중하겠다고 밝힘에 따라 KBS본부는 언론노조 내부 및 시민단체를 상대로 정 사장의 실체를 알리는 활동도 적극 전개해 나갈 방침"이라고 밝혔다.

한편 KBS본부 비대위에 참석한 언론개혁시민연대 양문석 총장은 이날 △방송 겸영 허용 반대 △한국방송광고공사 해체 반대 △국가기간방송법상 예산통제 반대 △공영방송 민영화 저지 투쟁 등을 하반기 언론 투쟁의 4대 핵심과제라고 강조하면서 KBS본부와 시민사회단체가 연대해 적극 대응할 것을 주문했다.

양 총장은 KBS본부 비대위 참석에 대해 "KBS본부가 정 사장 퇴진 투쟁보다 실질적인 4대 정책 싸움에 나설 것을 요구하기 위한 것이었다"며 "정 사장 퇴진 문제에 대해서는 KBS본부와 입장이 다르지만 방송의 공공성 사수 투쟁을 위한 연대 강화 차원에서 앞으로 개인적인 발언을 하지는 않을 생각이다. 다만 언론개혁시민연대와 문화연대 등 시민단체 차원에서는 지속적으로 입장을 밝히고 문제를 제기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KBS본부가 조합비 납부 재개를 통해 언론노조와의 관계 정상화 기반을 마련하면서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 부재를 해소하고 본격적인 연대 투쟁을 모색하려는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박승규 KBS본부장과 언론단체 관계자들을 초청해 오는 11일 오후 2시 프레스센터에서 'KBS 노조에게 듣는다'를 주제로 공개간담회를 연다. 강혜란 여성민우회 미디어운동본부 소장, 전규찬 문화연대 미디어개혁센터 소장,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 이희용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이 토론자로 참석한다.

양 총장은 "시민사회단체가 그동안 KBS본부를 어떻게 봐 왔는지, KBS본부의 입장은 무엇인지를 들으면서 오해와 진실을 나누고 소통의 물꼬를 트는 자리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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