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 대변인은 "요즘언론에 사면문제와 관련해 여러가지 보도가 있다"면서 "과거 (대통령의) 임기 말에 이뤄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뉴스1
이명박 대통령의 임기 말 특별사면 계획이 인수위의 반대에 부딪쳤으나 이를 강행하기로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 청와대가 최시중 전 방통위원장, 천신일 전 세중나모 회장 등 최측근을 포함한 인사들의 특별사면을 준비하고 있다는 소식에 대해 윤창중 인수위 대변인은 26일 브리핑을 통해 “과거 임기 말에 이루어졌던 특별사면 관행은 그 고리를 끊을 필요가 있다. 더구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특별사면은 좀 더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특히 윤창중 대변인은 이러한 내용의 발표에 대해 “당선인과 충분히 상의했다.”는 설명을 덧붙여 이러한 입장이 박근혜 당선인의 뜻이라는 점을 간접적으로 내비치기도 했다.

하지만 이런 인수위의 반응에도 청와대 측은 특별사면을 강행할 것임을 분명히 했다. 많은 언론 보도들에 의하면 청와대 고위관계자가 ‘특별사면은 대통령의 고유권한’ 이라며 ‘대통령의 최종 결심을 거쳐 29일 결정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고 한다. 모든 정권에서 임기 말 반복되어온 특별사면의 권한을 충분히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셈이다.

특별사면이란 무엇인가?

특별사면은 사면법에 의해 그 절차가 규정되는 조치다. 법무부장관이 특별사면대상자를 선정하여 대통령에게 상신하면 대통령이 특별사면의 명을 내린다. 복잡해보이지만 사실상 대통령이 결심하면 누구든 특별사면의 대상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삼권분립에 의하여 사법부가 그 지위를 독립적으로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행정부가 형의 집행을 면제할 수 있는 권한을 갖는 것이기 때문에 비판적으로 다뤄질 측면이 있으나 사면의 순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는 입장도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의 특별사면을 굳이 두 가지로 구분하자면 ‘정치범’에 대한 사면과 죄가 가벼운 사람들에게 기회를 한 번 더 주는 의미에서의 광범위한 사면으로 구분할 수 있다. 전자의 경우는 ‘확신범’으로 인간으로서의 어떤 악행을 저지른 것에 대해 대가를 치르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정권의 성격과 정치적 국면에 의해서 사면이 필요한 경우도 있을 수 있다. 과거 군부독재시절 민주화 인사에 대해 사면권을 발동하는 것을 상상해보면 된다. 후자의 경우도 비교적 죄가 경미한 사람들에게 행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라는 견해 또한 있다. 먹고 살기 위해 음식물을 훔치는 경우 등을 대표적으로 들 수 있다.

▲ 정봉주 전 의원의 2012년 8.15 특별사면을 촉구하는 민주당 의원들. 이러한 바람에도 정봉주 전 의원에 대한 사면 조치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뉴스1

그러나 역대 정부에서 임기 말 사면은 이러한 것과 조금 거리가 있는 경우가 많았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경우 임기 말에 전두환 전 대통령의 동생과 처남 등 5공 비리자들을 특별사면 대상자로 결정한 바 있고 김영삼 전 대통령은 전두환, 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과 그 측근들을 특별사면 대상자로 결정했다. 김대중 전 대통령의 경우 정태수 전 한보그룹 회장, 김선홍 전 기아 회장 등 재벌 총수들과 그 관계자들을 대거 사면했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 측 인사, 노무현 당시 대통령 측근 인사, 이명박 당시 후보 측 인사를 골고루 사면했다. 이러한 특별사면들은 이들이 양심이나 사상이 문제가 돼 형벌을 받은 자들이 아니라 권력을 남용했거나 뒷돈을 받았기 때문에 벌을 받은 주요 기득권층을 대상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적절치 못하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됐다.

박근혜 당선인 측은 왜?

▲ 기분이 좋아 보이는 박근혜 당선인. ⓒ뉴스1
재미있는 것은 박근혜 당선인 측의 입장이다. 어떤 측면에서 보면 박근혜 당선인 측이 원칙론을 이야기 하는 것처럼 보인다. 시기마다 박근혜 당선인은 특별사면 권한이 남용되면 안 되고 특히 부패전력 등을 가진 정치인들이 사면되어서는 안 된다는 입장을 되풀이해서 밝혀왔다. 이번 특별사면에 대한 입장도 여기에서 크게 벗어난 것은 아니다.

다만 시기가 미묘하다. 지금 박근혜 당선인은 인수위를 구성해 정권을 인수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일종의 권력교체기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 시기의 혼란을 방지하기 위해 일찍이 박근혜 당선인은 ‘이 나라의 대통령은 한 사람’이라며 이명박 대통령의 권한을 최대한 존중해줄 것임을 천명한 바 있다. 하지만 유독 특별사면에 대해서만은 자기 목소리를 분명히 내고 있다. 여기에 아무 이유가 없이 원칙을 다시 한 번 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렵다.

이러한 입장이 나오게 된 첫 번째로 생각해볼 수 있는 이유는 박근혜 당선인 측이 감당해야 할 정치적 부담이 한계에 부딪쳤다는 것이다. 지난 한 주 내내 신문지면을 장식한 것은 이동흡 후보자의 청문회 의혹 관련 소식과 4대강 부실 공사 의혹 등이다. 이는 모두 이명박 대통령과 현 정부의 인기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인데 현 정부에 대한 입장을 강하게 밝힐 수 없는 인수위의 경우도 이러한 인기 하락의 영향을 같이 받을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 시점 정도에 청와대에 대한 태도를 틀어서 차별화를 해야 했던 것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해볼 수 있다.

두 번째는 청와대와 박근혜 당선인 측이 일종의 역할분담을 하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의 측근 비리 문제는 박근혜 당선인으로서는 일종의 ‘털고 시작해야 할’ 문제다. 정치적인 관계들 때문에 박근혜 정부의 임기가 시작되면 감옥에 있는 전임 대통령들의 측근 사면 문제에 맞닥뜨리게 될 확률이 높다. 그렇게 손에 피를 묻히느니 밖으로는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면서 이명박 대통령 손에 피를 묻히게 하는 게 낫다는 것 아니냐는 호사가들의 입방아가 있다. 즉, 누이 좋고 매부 좋은 것 아니냐는 거다.

사면권 논란을 바라보는 우리의 자세

하지만 지금 우리에게 무엇보다 필요한 것은 사면권 그 자체에 대한 논의일 수 있다. 대통령이 법의 구멍을 보완하기 위해 부여된 힘인 사면권을 남용해 자기 측근의 정치사회적 생명을 되살릴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을 그냥 두는 것보다는 사면권 자체는 제한하고 좀 더 완벽한 체제와 안정적인 정치적 환경을 조성하는 데 전력투구하는 것이 더 나은 방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민주주의 사회에서 다양한 집단에 권력을 배분하는 것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작동해야 최선의 결과를 도출할 수 있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이다. 이런 측면에서 볼 때 입법부가 만든 법률을 바탕으로 한 사법부의 판단을 오로지 대통령의 권리 행사로 뒤집을 수 있는 사면권 자체에 대한 논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라고 주장할 수 있겠다.

▲ 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국금융연수원에 마련된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앞에서 용산참사유가족과 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가 박근혜 당선인 면담 촉구 기자회견을 마친 뒤 서한 전달을 위해 인수위 진입을 시도하던 중 경찰과 충돌하고 있다. ⓒ뉴스1

이번 사면에는 용산참사와 관련해 유죄를 선고받았던 철거민 8명이 포함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들은 힘든 삶을 버티기 위해 싸움을 시작해야 했던 사회적 약자였다. 이들이야 말로 특별사면의 대상자가 될 자격을 가진 사람들이다. 어차피 특별사면을 할 거면 이런 모습이라도 좀 많이 보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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