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진행된 8일 새벽 1시.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되던 시위는 이 때를 기점으로 격렬해지기 시작했다. 쇠파이프와 각목이 시위 현장에 처음 등장했으며 전경버스에 오르려는 시민과 경찰이 몸싸움을 벌이는 등 경찰과의 격한 대치 상황이 지속됐다. 결국 새벽 5시, 경찰은 강제 진압 작전으로 시민 11명을 연행했으며 이 과정에서 시민과 경찰 등 모두 60여명이 부상을 당했다.

8일 방송 3사는 메인뉴스를 통해 지난 새벽 광화문 네거리에서의 시민들과 경찰의 격한 대치 상황을 일제히 보도하며 우려의 목소리를 함께 전했다.

SBS, "평화시위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와"

▲ 6월 8일 SBS <8뉴스>.
먼저 SBS는 '밤새 격렬 대치'에서 “새벽 1시, 시민들이 버스 위로 올라오는 걸 보고, 전경 한 명이 방패로 버스 천장 위를 내리찍으면서 시위는 걷잡을 수 없이 격해졌다"며 "일부 시민은 근처 지하철 공사장에서 가져온 쇠파이프와 주변 도로에서 가져온 표지판을 전경 버스와 경찰에 휘둘렀다"고 보도했다.

SBS는 이어 "경찰이 자극"을 통해 경찰이 폭력시위를 유도하고 있다고 반박하는 광우병 국민대책회의와 시위 참가 시민들의 입장을 언급한 뒤 "인터넷 등에서는 평화시위 기조를 지켜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KBS, "시위 과열 양상 띠면서 곳곳에 생채기 남아"

KBS도 '쇠파이프 등장'에서 "촛불집회에서 오늘 새벽 또다시 시위대와 경찰이 격렬하게 충돌했다"며 "처음으로 쇠파이프가 등장했다"라고 대치 상황을 시간대 별로 언급했다.

▲ 6월 8일 KBS <뉴스9>.
KBS는 이어 72시간 릴레이 촛불집회가 남긴 의미와 과제를 짚은 '무엇을 남겼나?'를 통해 "시위가 과열 양상을 띠면서 곳곳에 생채기도 남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MBC, "평화시위 기조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 확산되고 있어"

MBC 또한 '충돌..수십명 부상'을 통해 "72시간 촛불집회는 비교적 평화롭게 진행됐지만 오늘 새벽에는 과격시위로 변했다"며 "쇠파이프와 각목이 처음으로 등장했고 부상자가 속출했다"고 보도했다.

MBC는 이어 '과격시위 엄단'에서 불법 폭력시위를 엄단하겠다는 정부의 입장을 전한 뒤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등은 경찰의 욕설과 모욕행위 때문에 빚어진 우발적인 상황이었다고 해명했지만, 시위 참가자 가운데도 일부 과격 시위대의 폭력행위에 우려의 뜻을 나타냈다"고 전했다.

▲ 6월 8일 MBC <뉴스데스크>.
MBC는 이에 덧붙여 "많은 분들이 (폭력 시위를)원치 않으셨다. 많은 분들이 뒤에서 '비폭력'을 외쳤고 저희는 평화시위를 하고 싶어서 있었다"는 촛불집회 참가자의 발언을 전한 뒤 "광우병 국민대책회의 홈페이지에도 '평화시위의 기조를 지켜야 한다'는 공감대가 확산되고 있다"고 말했다.

어제(8일) 하루 동안 시민과 경찰 모두 60여명이 크고 작은 부상을 입었다. 방송 3사가 전한 것처럼 '평화 시위'를 유지했던 거리 시위가 점차 격한 양상으로 치닫는 것은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물론 시위가 격해진 데에는 경찰의 '강경진압'도 한 원인이 됐다.

8일 새벽 시위는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대다수 시민들의 행동이 아닌, 극히 '일부 시위대'의 돌발 행동이다. (일부 시위대와 관련해 여러 가지 논란도 인터넷에서 제기되고 있지만 일단 여기서는 논외로 하자.) 광우병대책회의와 인터넷에서도 과격 시위 자제를 요구하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실제 현장에서는 일부 시위대들의 격한 행동이 있을 때 마다 '비폭력'이라는 구호가 연신 등장했다. 방송3사의 '우려'도 이 점에 방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의경, 저희도 쇠고기 먹는 거 솔직히 겁나"

MBC는 이 밖에도 "우리도 힘들다"를 통해 시위대들의 시위를 막을 수밖에 없는 입장인 전·의경들의 생각을 담았다.

▲ 6월 8일 MBC <뉴스데스크>.
의경 A: "저희도 쇠고기 먹는 거 솔직히 겁나고 하는데. 막상 쇠고기는 뒷전이고 우리 지금 당장 출동을 나가서 밤새도록 막고 들어와야 되는데, 그게 싫은 거니까..."

의경 B: "12시간 근무서고 들어가서 자는데 한 시간만에 나왔어요. 그 다음에 48시간 또 근무 섰어요. 당연히 저희도 신경이 곤두 서 있죠. (그럴 때 자극하니까 사고가 터지는 거죠..)"

MBC는 이에 대해 "촛불 시위의 함성은 청와대를 향하고 있지만 현장에서 그 함성에 책임있게 답할 사람은 아무도 없다"면서 "대답없는 정부에 분노하는 시민들과 자신들의 신념과는 관계없이 이들을 막아서야 하는 젊은이들의 몸싸움만 계속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추부길 청와대 비서관 '사탄'발언 논란

한편 추부길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은 지난 5일 한국미래포럼이 주최한 기도회에서 촛불집회를 배후세력을 주장하면서 '사탄의 무리'라는 말을 언급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방송 3사는 '배후는 '사탄' 논란', '"사탄"발언 논란', '"사탄" 발언 파문'을 통해 이를 상세 보도했다.

이 자리에 참석한 김홍도 목사(뉴라인트전국연합 상임의장)는 "경찰, 검찰, 국정원 등을 동원해 빨갱이들을 잡아들이면 촛불시위를 하는 사람들이 쑥 들어갈 것"이라며 촛불집회 배후설을 제기했다.

이어 축사에 나선 추부길 비서관은 "촛불집회가 정치집회로 변질되고 있다"면서 "과장과 거짓으로 무장한 세력에 의해 이명박 정부가 위기에 처했다"며 배후세력설을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들이 이 땅에 판을 치지 못하도록 함께 기도해 달라"는 말도 덧붙인 것으로 드러났다.

논란이 일자 추 비서관은 "사탄의 무리는 기도문 말미에 통상적으로 쓰는 말"이라면서 "촛불집회에 참석한 사람을 비하하거나 지칭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해명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MBC는 8일 클로징멘트를 통해 "국정홍보를 맡고 있는 청와대 홍보기획비서관이 촛불집회를 비난하면서 과장과 거짓으로 무장한 세력,심지어 사탄의 무리 운운한 것을 보면 섬뜩한 느낌마저 든다"면서 "동시에 청와대의 전면적인 인적쇄신이 시급하다는 확신을 갖게 한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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