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서울 시민 '김모 씨'의 하루일과는 길어졌다. 퇴근길에 시청 광장으로 향해 촛불문화제에 참석한 후 새벽까지 광화문 일대를 걸으며 촛불 행진을 한다. 귀가 후 컴퓨터를 켜고 인터넷 생방송으로 '서울시내 거리행진' 상황을 지켜보다가 잠이 든다.

거리 촛불 시위 한달째, 변화된 대한민국의 일상에서 '인터넷 생방송 시청'은 하나의 '습관'으로 자리잡았다. 이 가운데 올해 봄 진중권 중앙대 교수 등을 리포터로 내세우며 등장한 인터넷방송 '진보신당 칼라TV'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

▲ 지난 8일 밤 서울 시청광장에서 진보신당 칼라TV 방송에 모여든 시민들. 이날은 진보신당 당원인 변영주 영화감독이 사회를 보고 있다. ⓒ 정영은
진보신당에 따르면 최근 들어 하루 최대 시청자가 31만명에 육박할 정도로 큰 반향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에 '진보신당 칼라TV(이하 칼라TV)'는 시민들의 관심과 응원에 힘입어 지난 5일 일요일 오후 5시부터 9일 새벽 6시까지 장장 85시간에 걸친 촛불항쟁 연속생방송을 진행했다.

72시간 릴레이 촛불시위의 막바지 촛불문화제가 열리고 있는 8일 저녁, 서울 시청광장 앞 진보신당 칼라TV 부스에서 총기획PD 조대희씨를 만나봤다.

칼라TV는 지난 4월 18대총선 기간동안 진보신당 당원인 조대희씨와 처절한 기타맨 등 두명이 "왜를 설명해주지 않는 기존언론과는 다른 방송을 기획해보자"고 의기투합해 시작하게 됐다고 한다. 조대희씨는 "칼라TV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만들어 꾸려가고 있는 인터넷방송으로, 진보신당에서 운영하는 것이 아니다"면서 "당에서 지원받은 것은 책상 몇개 정도뿐"이라고 털어놓았다.

조 PD는 "비싼 임대료 때문에 동시접속 1500명 정도가 가능한 서버를 임대하여 빌려온 방송장비들로 진행중"이라면서 "대다수가 비전문가들이라 서버다운이나 방송음량 불량 등의 돌발상황이 자주 발생해 아쉽다"며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열광적으로 시청해주는 애청자들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 이야기손님들과 방송중인 진보신당 칼라TV. 사진 왼쪽부터 변영주 영화감독, 노회찬, 심상정 진보신당 대표, 정태인 교수. ⓒ 정영은
인기 진행자들의 섭외 사연을 묻자 조PD는 "진중권 교수, 정태인 교수와는 같은 지역(서울 양천구)에 사는 당원들이라 쉽게 섭외했고 이명선 아나운서의 경우는 본인이 직접 자원봉사를 하겠다고 연락해왔다"고 전했다. 그는 또 현재 칼라TV의 20여명 자원봉사자들 대부분이 직장인이라 심각한 수면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많은 시민들의 응원 덕에 재미있게 방송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85시간 연속 생방송도 휴일인 덕분에 가능한 기획이었다고 덧붙였다.

조 PD는 "칼라TV를 포함해 웹캠을 들고 다니는 개인까지도 그 자체가 '메세지를 전하고 있기 때문에 모두가 미디어"라면서 칼라TV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광장을, 마이크를 시민에게 돌려주자"라고 밝혔다. 기존의 집회나 방송들을 보면, 중앙무대 중심으로 마이크가 독점되어 있어서 문제라는 지적이다. 그는 또 "칼라TV는 그저 판을 벌여놓기만 할 뿐, 함께 수다떠는 형식의, 대본도 없는 날방송"이라고 강조했다.

경쟁상대가 '오마이 TV'냐는 질문에 조PD는 "오마이는 거대언론사이니 경쟁이 안될 것"이라면서도 "우리의 진짜 경쟁상대는 KBS,MBC 등 공중파 방송"이라는 포부를 밝혔다. 오마이TV 등에 비할 수 없는 수많은 진보신당 당원들의 자발적 참여가 있는데다가 단순 생중계 이상의 다양한 콘텐츠들과 스타급 진행자가 있기 때문에 자신있다는 얘기다.

다음은 조대희 PD와의 인터뷰 전문이다.

- 진보신당 칼라TV의 인기가 폭발적이다. 시작은 어떻게 된 것인지.

"당원인 나와 기타맨님이 함께 지난 4월 18대 총선기간동안에 뭔가 해보자고 기획했다. 기존 언론들은 기계적 중립을 지키는 데 급급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당 정책을 설명하는 프로그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이다. 진중권 교수는 그때부터 진행자로 함께 했다."

- '칼라TV' 이름은 어떻게 지은 것인가.

"진보신당이 평등평화생태연대를 표방하는, 색깔있는 당이다. 그래서 '색깔있는 진보, 칼라TV' 이런 컨셉이다. 솔직히 급하게 지었다.(웃음)"

- 촛불집회 방송은 언제부터 한 것인지.

"지난 5월 9일부터다. 당시 막 촛불집회가 시작되면서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었는데, 거리에 오픈 스튜디오를 열어보자는 제안이 나왔다. 정태인 교수 등이 합류해서 시민들에게 "왜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오는지"에 대한 얘기를 들어보기로 했다. 촛불을 밝히는 게 무엇 때문에 중요한 일인지에 대해 시민들의 생생한 목소리로 알리고 싶었다.

그러다가 5월 24일쯤, 우연히 "와이브로(Wi-Bro:2.3GHz 주파수를 사용하는 초고속 휴대용 인터넷)도 생겼으니 한번 거리행진에 나가보자"는 얘기가 있어서 진중권 교수가 출동했는데, 그때부터 관심이 폭증한 것 같다."

▲ 진보신당 칼라TV의 조대희 총기획 PD ⓒ 정영은
- 칼라TV의 인기 진행자들에 대해서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섭외는 어떻게 했는지.

" 진중권 교수나 정태인 교수는 나와 같은 지역(서울 양천구)의 당원이라 종종 만날 기회가 있어서 쉽게 섭외했다. 이명선씨 경우는 본인이 직접 나한테 참여하고 싶다며 문자를 보내왔다."

- '진보신당은 안 보이고 진중권만 떴다'는 평가도 나오던데.

"진빠(진중권 교수를 지지하는 사람들을 일컫는 은어. '진중권 오빠부대'의 줄임말)들이 폭발적으로 늘어났다고들 한다. 같이 다니는 이명선 리포터가 요즘 진빠들에게 위협당한다는 소문도 돈다.(웃음)

어차피 우리 방송은 진중권 교수가 일방적으로 가르치는 식이 아니다. 진중권 교수가 건네는 마이크를 통해 다양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형식이다. 이로 인해서 촛불집회의 중요성과 의미가 많이 알려지고, 그래서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게 된다면 좋은 일 아닌가.

그리고 우리 칼라TV는 진보신당이 운영하는 방송이 아니다. 그저 진보신당 당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여서 자기 돈내고 자기 시간내서 꾸려가고 있는 방송이다. 우리 칼라TV 팀 중에는 당직자도 없다. 개개인이 빌려온 방송장비와 십시일반 모은 약간의 돈으로 시작한 '날방송'이다.(웃음)"

- 현재 진보신당 칼라TV의 인력은 어느 정도인지.

"알음알음으로 모인 당원들로 현재 20명 정도다. 대다수가 비전문가에다가 직장인들이라 애로사항이 많다.

그래서 방송음량이 끊기기도 하는 '방송사고'가 종종 난다. 그럴때마다 속터져 죽을 지경이다.(웃음)

서버도 임대 사용하고 있는데 동시접속 인원이 1500명 정도 가능하다. 거리 생중계 이후 폭발적으로 늘었는데 서버가 감당이 안되는 상황이라 안타깝다. 서버 임대료가 워낙에 비싸다."

- 인터넷 생중계 방송에 대한 기존 언론매체의 관심이 뜨거운데.

"실제로 취재 요청도 많고 보도도 꽤 많이 나왔다. 그래서 칼라TV가 더욱 알려진 것 같기도 하다.

언론에서 흥분하고 있는데, 실 인터넷 방송은 예전부터 있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기존의 스포츠나 게임 중계가 아닌 정치적 현안에 대한 생중계라는 점이 특이한 것이다. 이는 최근 와이브로 출현으로 이동중 인터넷 접속이 가능해졌고, 다음이나 아프리카TV를 통해 서버에 대한 접근성이 높아지면서 활성화된 것이다.

지금이 어느정도 거품이라는 생각도 든다. 단순히 CCTV 화면같이 현장을 보여주기만 하는 생중계라면 사건이 발생하지 않을 경우 금새 사그라질 수 있다. 그래서 칼라TV는 현장 속으로 들어가서 생생한 시민들의 목소리를 듣는 형식으로 가려고 하는 것이다. 앞으로 공용서버나 자유소프트웨어 등 인프라에 대한 논의도 시작됐으면 좋겠다. 현재 시민들 개인 차원의 생중계가 활발한 곳은 아프리카TV나 다음 등 상업사이트인데 이 때문에 제약이나 한계도 존재한다."

- 촛불 정국에서 거리 미디어들의 역할이 상당히 중요하다고 보는데.

"그렇다. 기존 언론매체 뿐 아니라 웹캠 들고 다니는 1인도 미디어고 칼라TV도 미디어다. 왜냐하면 그 행위 자체가 메세지이기 때문이다. 오히려 기존의 거대 언론들은 '기계적 중립'에 매몰되어 구경만 하고 있다. 반대가 절대다수로 모인 상황에서 반대쪽 한명, 찬성쪽 한명 의견을 전달하는 데 그치기 십상이다. 왜 모였는지에 대해서는 별 관심이 없다."

▲ 8일 칼라TV의 노래손님으로 출연한 가수 손병희 씨 ⓒ 정영은
- 칼라TV가 전하고 싶은 메세지는 무엇인지.

" 간단하다. "광장을 시민에게! 마이크를 시민에게 돌려주자" 이다. 그동안 기존 미디어들은 자신들이 마이크를 잡고 놓지 않았다고 본다. 관찰자로 구경꾼으로 서있지 말고 마이크를 시민들 속으로 던져보라는 얘기다. 그러면 그 속에는 쇠고기반대만 있는 게 아니고 대운하 반대, 교육정책 반대, 민영화 반대 등 다양한 목소리가 있다.

기존의 집회문화도 마찬가지로 '중앙집중적,마이크 독점적'이었다. 이러한 고질적인 '중앙 무대식'은 현재 촛불문화제에서도 반복되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시민들은 단상만 바라보고 지휘당하면서 연설만 듣고 싶지 않다. 광장에서 거리에서 자유롭게 삼삼오오 토론하며 수다를 나누면서 함께하고 있다. 제발 방송차로 민중가요 크게 틀면서 대오를 이끌고 지도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칼라TV는 철저히 '지방 방송'으로 '마이크 공유'를 지향한다.(웃음)"

- 최대의 경쟁상대는 누구인지. 오마이TV인가.

"오마이TV는 거대 언론사니까 우리와는 다른데 경쟁상대가 될 수 없다. 사실 칼라TV의 진짜 경쟁상대는 'KBS, MBC'다. 그만큼 진보신당 칼라TV는 엄청한 파급력을 지니고 있다고 본다.

우리의 경쟁력은 '자발성'이다. 종근 기자인 진중권 교수와 부드러운 베테랑 정태인 교수, 발랄한 이명선씨에 변영주 감독 등 스타 진행자들이 있지 않은가. 거기에 오마이기자 숫자를 능가하는 진보신당 당원들이 든든히 버티고 있다. 게다가 단순 생중계 이상의 콘텐츠가 많이 준비되어 있다. 이야기 손님으로 출연하겠다는 선수들이 상당수 대기중이다.(웃음) "

- 솔직히 인터뷰 내내 말걸기 조마조마할 정도였다. 돌발상황도 잦은 것 같은데 상당히 피곤해보인다.

" 가장 큰 애로사항이 잠이다. 칼라TV 스텝 대부분이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들이라 다들 눈이 벌겋다. 옆에서 보시면 알겠지만 휴대폰에 불이 난다. 체력이 딸리고 잠을 못자니 스트레스도 많고 담배도 늘었다. 그래도 나름 재미가 상당하다. 시민들이 부스로 도시락도 넣어주시고 음식들 사들고 오셔서 힘내라고 응원도 많이 해주신다. 오픈 스튜디오의 자유발언에서도 시민들의 반응이 뜨겁다.

사실 진보신당이 설치한 천막은 우리와 반대편에 위치해있는데, 시민분들이 우리(칼라TV) 쪽으로만 음식을 갖다주셔서 우리가 당쪽에 배식해주고 있다.(웃음)"

▲ 8일 밤 촛불 거리행진 취재를 준비중인 진보신당 칼라TV 팀. 이날은 진중권 교수와 변영주 영화감독, 이명선 리포터가 함께 생중계를 진행했다. ⓒ 정영은
- 그 상황에서 85시간 생중계를 감행하다니, 무모한 것 아닌지.

" 이명선 씨가 제안한 기획인데, 마침 휴일이기도 하니 "한번 가보자"고 했다. 사실 72시간 릴레이 농성은 나중에 안 사실이다. 이게 대본도 없는 '날방송'의 무모함일지 혹은 매력일지.(웃음) 85시간 연속방송에 대한 반응은 상당히 좋다. 시민 자유발언대도 재미있었고. 단지 처음 기획했던 '시민난상토론' 등이 패널들 일정조율이 안 맞아 불방돼 아쉽다."

- 85시간 연속 생중계 이후 계획은.

일단 좀 쉬고 9일 저녁 7시부터 방송 재개다. 9일에는 문화예술인들이 나와 함께 한다. 연속방송은 당분간은 좀 생각해봐야겠고 우선은 저녁 7시부터 시작하는 밤 방송은 계속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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