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조선·채널A·JTBC·MBN이 종합편성채널사업자(아래 종편) 승인을 받고 2011년 12월 1일 첫방송을 내보낸 지 1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종편에 대한 시민사회의 평가는 혹독하다.

언론개혁시민연대는 22일 서울 중구에 위치한 환경재단에서 좌담회 <종편 1년, 시민사회의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를 열어, 종편의 현황과 시민사회의 대응 방향에 대해 논의했다.

"종편, 미디어 생태계 파괴 주범"

<종편도입 1년, 시민사회의 종편 대응 평가와 앞으로의 과제>를 주제로 발제를 진행한 최진봉 성공회대 교수는 "종편 1년은 참혹한 실패"라면서 "시사 프로그램으로 도배하고 막말 방송을 통해 효과를 노린 '그들만의 잔치'였다"고 비판했다.

최 교수는 "대선 기간 동안 막말 방송으로 시청률을 올렸지만 대선을 기점으로 시청률이 하락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시청률 확대를 위한 종편의 '대선 올인 정책'은 많은 부작용을 낳고 말았다. 보수 신문의 논조를 여과 없이 방송을 통해 전달하면서 보수층을 결집시키고 진보진영을 상처내며 스스로의 정체성을 드러냈기 때문에 더이상 객관성을 기대하기 어렵다"고 평했다.

▲ 언론개혁시민연대가 21일 주최한 좌담회 <종편 1년, 시민사회의 대응과 앞으로의 과제>가 서울 중구 환경재단에서 열렸다. ⓒ미디어스

최 교수는 "종편은 이명박 정권의 특혜 결정판이자 약탈적 광고영업과 싸구려 콘텐츠, 편파 왜곡 보도 등 미디어 생태계 전반을 황폐화시키는 주범"이라면서도 "이들에 대항하기 위해 각종 특혜, 이를 테면 종편 의무전송, 특정채널배정, 차별적 광고정책과 같은 것을 없애는 운동을 시민단체와 언론단체 그리고 정치권이 함께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종편이 종합편성채널 허가를 받을 때 방통위에 제출한 사업계획서를 충실히 구현하고 있는지에 대한 검증 작업을 벌여 사업계획서를 지키지 않을 경우 국민에게 알리고 방통위에 방송 허가 취소와 같은 책임을 종편에 물을 수 있도록 요구해야 한다"며 "종편 재허가 취소를 관철시킬 수 있도록 종편의 편파 왜곡 보도에 대한 지속적인 문제제기와 종편의 사회적 폐해에 대한 체계적인 조사와 분석, 홍보를 통해 국민들을 설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종편에 광고를 내보내는 기업에 대한 불매운동 전개도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이다"라고 덧붙였다.

"엄격한 재승인 심사 위해 감시와 견제 필요"

또 다른 발제 <종합편성채널 1년과 그 효과>를 맡은 김동원 공공미디어연구소 연구팀장은 "현재 종편의 상황은 대선을 기점으로 시청자들에게 하나의 '채널군'으로 인지되고 있다"며 "그 결과 4개 채널이 각기 다른 방법으로 편성을 하겠지만 4개의 채널이 '하나의 종합편성 채널'로 모습을 드러내고 있음은 확실하다"고 밝혔다.

김 연구팀장은 "이런 점에서 향후 조중동 담론이 만들어 낸 언론 지형의 이분법적 대립구도는 방송 영역으로까지 확대될 공산이 다분하다"면서 "그러나 이런 담론의 측면과 달리 현재 종편의 수익구조는 지극히 취약하다"고 설명했다.

김동원 연구팀장도 최 교수와 같이 2014년에 예정된 '재승인 심사'를 주목했다. 김 연구팀장은 "현재 종편은 사업자 선정을 위해 제출한 사업계획서의 상당부분을 이행조차 못하고 있는 형편"이라며 "2012년 10월 국정감사 때 방송통신위원회가 노웅래 의원실에 제출한 종편 사업자들의 사업계획 이행실적을 보면 그 이행률이 40%에도 못 미치는 것으로 나왔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방송법 준수, 주요주주 3년간 지분 처분 금지, 승인장 교부 3개월 이내 출연금 납부, 경영의 투명성·효율성 확보 등 승인조건 자체가 종편을 감시하고 견제할 수 있는 중요한 근거"라며 "뿐만 아니라 가장 많은 플랫폼에 진입해 있는 공영방송의 정상화에도 골몰해야 한다"고 말했다.

"학계는 침묵 깨야"

좌담에 참석한 전규찬 언론개혁시민연대 대표는 "종편 1년은 보수진영 입장에서 보면 '이긴 게임'으로 평가할 수 있다"며 "단순 일개 정권의 일회적 출현이 아니라, 조중동을 중심으로 한 기득권의 재편과 보수 정권의 장기 집권까지 구현하고자 하는 욕망이 담긴 1년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전 대표는 "지상파 방송장악을 막고, 종편까지 빠르게 대처할 수 있는 동력이 지난 2012년 시민사회에는 없었다"며 "조중동과 종편, 그리고 장악된 지상파 TV 연합에 어떻게 대응하고 공정 방송을 실현시킬지 너무나 어려운 문제"라고 우려를 표했다.

전 대표는 "시민사회, 언론노조, 언론연대, 민언련과 같은 단체의 역할도 중요하겠지만 학계도 중요한 역할을 담당해야 한다"며 "종편 출범과 보수 이데올로기 확산에 대해 학계가 침묵한 측면이 많다"고 밝혔다.

또 다른 패널이었던 김서중 민언련 정책위원은 종편이 창출했다는 일자리 문제를 지적했다. 김 정책위원은 "신산업성장 동력으로서 방송 산업 확대와 일자리 창출에 기여했다고 할 수 없다"며 "종편 도입 시 예상 수치와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낮은 수준의 일자리가 생겼다. 자격 미달의 정치 평론가나 진행자 등장을 일자리 창출이라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김 정책위원은 "그들이 주장했던 여론독과점 완화 효과도 미미한 것으로 분석된다"며 "매체 수의 단순 증가가 여론 다양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것은 상식이며 기존 매체에서 소외된 집단의 목소리가 반영될 수 있는 여지가 확장돼야 한다"고 밝혔다.

김 정책위원 역시 엄격한 재승인 심사가 필요하는 것과 감시를 통해 종편의 확장을 저지하는 것에 동의했다. 김 정책위원은 "정상적인 시장이라면 자동 퇴출돼야 하는 실적"이라며 "특혜 환수를 목표로 시민사회와 학계가 대응해야 한다. 또, 개혁 언론들과 시민 단체가 종편에 대한 자료를 축적하는 작업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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