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조직 개편안이 발표됐다. 대통령실의 이름을 비서실로 환원하고 정책실은 폐지, 국가안보실을 신설하여 2실 9수석제로 개편한다는 것이 핵심 내용이다. 인수위 측은 ‘새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에 대해 선제적 이슈를 발굴하고 행정부에서 놓치는 일을 챙기며 사전 사후적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역할에 집중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용준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차기 정부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사실상의 축소

이는 사실상 기존 대통령실을 축소하는 것을 의미한다. ‘대통령실’에서 ‘대통령 비서실’로 명칭이 환원되는 게 이러한 개편 방향을 상징적으로 나타낸다. 대통령실의 경우 대통령의 의지가 보다 직접적으로 관철되는 곳으로 느껴질 수 있지만 대통령 비서실은 단지 대통령을 보좌하는 기구라는 느낌이 강하기 때문이다.

정책실 폐지의 경우 경제부총리직이 신설되면서 자연스럽게 이어질 조치로 예상됐다. 결국 청와대 정책실장은 국가 경제의 운용과 큰 방향에 대한 틀을 잡는 직책으로 이 역할이 경제부총리가 담당해야 할 영역과 겹치기 때문이다.

국가안보실 신설은 안보를 강조해온 당선인의 국정철학이 반영된 것으로 보이며 청와대 비서실이 사실상 축소되더라도 외교·안보 등의 정책 방향은 대통령이 직접 결정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반영한 것으로 풀이된다.

내각과의 관계는?

▲ 제18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김용준 위원장이 21일 오후 서울 종로구 삼청동 대통령직인수위원회 기자회견장에서 차기 정부 청와대 비서실 조직개편안을 발표하고 있다. ⓒ뉴스1
미래전략수석과 국정기획수석의 신설도 흥미롭게 볼 수 있는 부분이다. 인수위 측은 미래전략수석실 신설에 대해 ‘미래의 성장 동력, 기후변화 등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국가미래전략을 강화하고자 한다’고 밝혔는데, 이는 내각의 미래과학창조부 신설과 대당하는 것임을 추측케 한다. 국정기획수석의 경우 '국정 전반을 기획조정하고 국정 어젠다를 책임있게 관리하겠다'는 인수위 측 설명으로 미뤄봤을때 미래전략수석과 비교하여 좀 더 미시적이고 세부적인 차원의 기획업무를 담당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이명박 정부 출범 시에는 내각은 작게, 청와대는 크게 하는 방향의 개편이 이루어졌다고 이해할 수 있었는데 이번 인수위의 발표 내용을 보면 상대적으로 내각의 권한이 커지고 청와대의 권한은 줄어드는 모양새라고 할 만 하다. 이에 대해 인수위 측은 ‘국무위원이 정책을 수립하고 집행할 수 있는 권한을 최대한 보장하겠다’며 ‘청와대 비서실은 국정운영의 선제적 이슈를 발굴하고 행정부가 놓치는 일을 챙기며 사전 사후적인 대책을 마련하는 등 대통령의 역할에 집중하겠다’는 설명을 덧붙이기도 했다.

이렇게 되면 각 부처 업무의 전문성을 부처의 장관이 직접 챙겨야 하는 상황이 되기 때문에 장관들은 최대한 전문성 있는 인사로 구성될 가능성이 커진다. 과거처럼 개국공신을 챙겨주거나 중요한 정치인을 장관자리에 앉히는 것 보다는 전문인으로서 상징성이 있거나 관료 생활을 오래 한 인사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는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책임장관제 시행되나?

내각의 권한이 커지는 그림이기 때문에 장관의 역할도 중요해진다. 박근혜 당선인이 ‘책임장관제’를 구상하는 것으로 알려졌다는 사실을 상기해보면 새 정부에서는 총리가 내각을 총괄하면서 각 부처 장관들이 상당한 책임과 권한을 지게 되는 형태의 개편이 이루어질 것으로 생각된다. 대통령은 외치와 안보를 담당하고 내치의 상당부분에 장관들의 권한이 행사되는 형태의 구상인 것이다.

물론 경제부총리가 신설된 상황이기 때문에 복지부총리 등을 추가로 신설해서 복수의 부총리제를 병용해서 운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국무총리가 각 부의 장관들과 부총리를 총괄해야 하기 때문에 국무총리의 역할이 더욱 중요한 상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결국 총리로 누구를 임명할 것인가가 남는 문제가 된다. 박근혜 당선인이 밝힌 구상에 따르면 국무총리는 국무위원 지명 및 추천권을 갖기 때문에 당선인의 의중과 국정철학을 가장 잘 표현하고 관철할 수 있으면서 최대한 내각에서의 전문성을 담보할 수 있는 인사가 총리를 맡을 수밖에 없다. 출신 지역 등의 문제나 비리 전력, 사생활 등의 논란에서도 자유로워야 한다. 어려운 인사가 되겠지만 이것이 잘 진행되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긍정적 평가가 이루어질 가능성이 크다. 긍정적 평가는 국정 운영 동력이 된다. 누가 새 정부의 초대 국무총리를 맡게 되는 지의 문제가 더욱 더 중요해진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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