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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의 중도행과 진보정치의 앞날민주통합당 비대위 첫 회의의 논란에서 예상할 수 있는 것들
김민하 기자 | 승인 2013.01.14 14:57

민주통합당 비상대책위원회 첫 회의가 열렸다. 비대위는 각 계파별 안배로 구성됐다는 후문이다. 어떤 사람은 ‘사진만 봐도 답답하다’라고 평가했다. 선거에 패배한 당이 ‘비상’한 상황에서 구축한 리더십이라고 볼 수는 없는 모양이기 때문이다.

현재 비대위는 문희상, 박기춘, 배재정, 설훈, 김동철, 문병호, 박홍근, 이용득, 오중기 위원으로 구성돼있다. 여기에 약간 명의 외부 인사를 추가할 예정이라고 한다. 배재정, 박홍근 위원이 주류에 가깝다는 평인데 말 그대로 주류의 핵심이라기 보단 그저 가깝다고 평가할 정도라는 얘기다.

친노, 운동권, 좌클릭, 선거패배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첫 회의에서 “60년 정통야당의 자랑스러운 역사만 빼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라고 말했다. 형식적인 얘기인 것 같지만 ‘60년 정통야당’이라는 ‘워딩’이 예사롭지 않다. 14일 아침 MBC라디오 ‘손석희의 시선집중’에 출연한 김동철 위원은 ‘민주당은 운동권이 아니다’라며 ‘민주당은 현실을 직시하고 현실과 이상의 조화를 추구해야 하는데 그러지 못해 국민들에게 불안감을 안겼다’고 자평했다. 문병호 위원은 ‘모바일 투표는 위헌적인 제도’라고 발언하는 한편 ‘친노가 총선과 대선을 주도했다고 생각한다’고 말해 당 내에 여전히 존재하는 ‘친노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했다.

   
▲ 14일 오전 서울 영등포 민주통합당사에서 제1차 비상대책위원회의가 열렸다. ⓒ뉴스1

이런 발언들을 종합하면 다수 비대위원들은 ‘친노=운동권=좌클릭=선거패배’라는 등식을 세워놓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 실제 이용득 비대위원은 ‘과거 민주화세력들이 이미 기득권의 권위주의에 빠져 있어 50대가 등을 돌린 것’이라며 ‘중도층이 중심이 되는 방향으로 가야한다’고 발언하기도 했다.

‘친노책임론’이 당 내·외에 확산되자 친노의 상징들은 반발했다. ‘좌희정 우광재’라 불리던 이광재 전 강원지사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각각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친노책임론’의 부당함을 주장한 것이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12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를 통해 ‘선거대책위원, 위원장, 본부장 등의 직책에 친노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었다’면서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평이 좋았을 때는 친노를 넘어 칭노를 하다가 어려워지면 친노책임론을 제기하는 행태는 이제 중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 역시 평화방송라디오 ‘열린세상 오늘, 서종빈입니다’에 출연해 ‘친노라는 개념은 실체가 없는 개념’이라며 ‘지난 총선 등 각종 선거에서 공보물에 김대중·노무현 대통령을 계승한다고 쓴 정치인들이 친노라는 이름을 가지고 민주당을 분열시키는 것은 안 된다’는 요지의 발언을 하기도 했다.

중도 수렴?

하지만 중요한 문제는 친노냐 아니냐를 넘어서서 선거에서 패배한 민주통합당이 취해야 할 정치적 노선이 어떤 것이냐의 문제일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민주통합당 주류나 비주류나 모두 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것 같다.

이광재 전 강원지사는 앞서의 인터뷰를 통해 ‘친노책임론이 아니라 민주당의 실질적인 모습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면서 ‘전쟁으로 말하면 중원이 중요하고, 경제적으로 말하면 중산층이 중요하고, 정치로는 중도가 중요한데 민주당의 정책은 중도를 잃어버린 정책이었다’고 발언했다. 말하자면 친노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중도이냐 아니냐가 중요한 것 아니냐는 항변이다.

   
▲ 좌희정 우광재 ⓒ뉴스1

그의 이런 생각은 새로운 것이 아니다. 이미 2011년 이광재 전 지사는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들을 통해 야권의 대표선수로 손학규 전 의원과 문재인 의원이 경쟁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며 중도에서 진보를 포괄할 수 있는 전략을 마련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중도층에 대한 접근 전략이 먼저 세워져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주장해왔기 때문이다.

지금은 미국에 체류하고 있는 안철수 전 후보의 존재를 떠올려 볼 때 민주통합당의 중도 노선은 불가피한 상황이라는 인식도 존재하는 것 같다. 문병호 위원은 비대위 첫 회의에서의 발언을 통해 ‘미국 민주당 수준의 진보연합당을 만들어야 한다’며 ‘국민연대 참여세력, 안철수 지지세력, 심상정 전 후보의 진보세력 등 모든 민주개혁세력이 함께 모여 새로운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해 사실상 안철수 전 후보를 포함한 야권의 전면적인 재편을 민주통합당이 주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진보정치는 태풍의 눈 속에

민주통합당이 중도로 수렴하는 과정이 진행되면 진보정치는 어떻게 될까? 민교협 상임의장인 이도흠 한양대 교수는 ‘안철수의 당이 생길 경우 민주당 중도파는 이 당에 흡수될 것’이라며 ‘진보 정당이 단일화 할 경우 민주당은 제3당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판단을 제시했다.

노회찬 진보정의당 공동대표 역시 이러한 전망에 대한 일정한 판단을 갖고 있는 듯하다. 노회찬 대표는 11일 SBS라디오 ‘서두원의 시사초점’ 인터뷰를 통해 ‘민주당이 야권단일화에만 안주했다’라면서 ‘백화점식 정당보다는 정책적인 입장이 분명한 그런 방향으로 분별정립하는 것이 좋다’는 입장을 밝혀 ‘민주대연합’ 식의 야권단일정당 보다는 진보정치세력으로서 자기 자리를 지킬 것임을 분명히 했다.

   
▲ 진보정의당 노회찬 공동대표 ⓒ뉴스1

하지만 여전히 진보정치가 통합진보당, 진보정의당, 진보신당 등 여러 갈래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에 다시 진보정치가 과거와 같은 영향력을 갖는 것은 쉽지 않은 과정이 전제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도흠 교수는 ‘통합진보당과 진보정의당을 제외한 진보좌파세력을 모아야 한다’고 주장하며 ‘여기에 다시 구성된 민주노총이 결합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하였으나 소위 ‘진보좌파세력’ 각자의 역량이 한계에 다다르고 있고 민주노총도 지도부조차 선출하지 못하는 어려운 상황에 빠져있기 때문에 이러한 구상 역시 쉽게 이루어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앞서 보았듯이 민주통합당의 중도행은 기정사실화 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진보정치의 재편기가 찾아오리라는 점은 확실한 상황인 것 같다. 이러한 과정이 어떤 결말로 이어질지 계속 지켜볼 필요가 있다.

김민하 기자  acidkiss@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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