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동안 좀 바빴습니다. 촛불문화제 때문입니다. 경찰의 강경진압으로 많은 시민들이 다쳤지요. 그래서 더 바빴습니다. 다른 기자분들도 그렇겠지만 <미디어스> 기자들 역시 새벽에 퇴근하고 새벽에 일어나는 그런 생활이 계속 됐습니다. 물론 밤새워 촛불문화제를 이어가는 분들에 비하면 아무 것도 아닙니다. 아무튼 ‘누구’ 때문에 정말 여러 사람 고생한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촛불문화제 때문에 제가 바쁘긴 했지만 아무래도 취재를 하는 입장이다보니 시민들의 구체적인 표정이나 이런 것들을 세세히 관찰하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지난 5일부터 시작된 72시간 릴레이 촛불문화제가 축제의 장으로 이어지면서 저도 오늘(6일) 한숨 돌릴 수 있게 됐습니다. 다소 느긋한 마음으로 시민들의 표정이나 그동안 보지 못했던 것들을 차근차근 볼 수 있게 됐다는 말입니다.

▲ 광화문 네거리 누워 책을 읽고 있는 시민 ⓒ민임동기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시민들의 표정을 바라보니 정말 지금 서울시청과 광화문은 ‘거리의 예술가·비평가’들이 한데 어우러진 문화축제의 마당인 것 같더군요. 광화문 네거리 한복판에 드러누워 여유있게 책을 읽는 사람, 전경버스의 철창에 꽂혀 있는 꽃들, 각종 이색적인 표어와 푯말들, 패러디한 ‘작품’ 등이 이곳저곳에 ‘전시’돼 있었습니다.

▲ ⓒ 민임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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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들은 미 쇠고기 문제와 촛불문화제, 조중동 비판 등 현재 전개되고 있는 각종 이슈들에 대해 자신들의 생각을 자유롭게 그리고 거리낌 없이 ‘거리’에서 표현하고 있었습니다. 그것도 심각한 표정이 아니라 즐거운 표정으로 말이죠.

이른바 ‘언론쟁이’와 학자들은 이런 현상을 해석해 내느라 바쁩니다. 각종 분석들을 내놓습니다. 그런데 전 이런 생각을 합니다. 지금 이런 현상을 제대로 해석해 내는 게 가능한가. 왜 굳이 해석을 해야 하나. 뭐 이런 생각들 말이죠.

▲ ⓒ 민임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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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전 오늘 오후 좀 차분하게 광화문과 청계천 일대를 돌아다녔습니다. 그리곤 이런 생각을 하며 웃었습니다. “아! 나도 이곳에 자리 깔고 음악 들으며 책 읽었으면 좋겠다.”

▲ 서울시청과 광화문 네거리 주변은 미디어비평이 치열하게 전개되는 '현장'이기도 하다 ⓒ 민임동기

▲ 일민미술관 옆에 배치된 동아일보 게시판이 '안티 동아일보'로 바뀌어 있다 ⓒ 민임동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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