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창중은 사라졌지만 채널 A의 '막말'은 계속되고 있다. 채널A의 간판 시사프로그램 <박종진의 쾌도난마>는 지난 8일 시사평론가 이봉규씨를 불러, '정치권에 기생하는 진보진영 5대 선동가'를 뽑는 촌극을 펼쳤다.

▲ 이봉규 시사평론가가 선정한 '정치권에 기생하는 진보진영 5대 선동가' - 채널A 화면 캡처

이봉규씨가 뽑은 진보진영 5대 선동가 1~5위는 표창원 전 교수, 이외수 작가,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공지영 작가, 영화배우 김여진씨였다. 특히 이씨는 1위로 뽑힌 표창원 전 교수에 대해 "나머지 네 명은 애교로 봐줄 수준이다. 왜냐면 그들은 정치적 소신 때문에 발언한 것"이라며 "그러나 표 전 교수는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정치적 선동을 하고 있다. 히틀러 처럼 정치적 선동을 한다"고 막말을 쏟아냈다.

이씨는 "히틀러도 자기 식대로 통치를 하려는 강렬한 목적이 있었다"며 "표창원은 교수직을 한 방에 때려 쳤다. 표창원은 정치를 하려고 나오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치를 정정당당하게 해야지"라며 "경찰대 교수가 자기가 가르쳤던 경찰관들을 향해 엉터리라고 말하는 건 참으로 배은망덕하다"고 비판했다.

▲ 이봉규 시사평론가 - 채널A 화면 캡처

이씨는 "투표참여를 촉구하며 대선이 끝난 후에는 광주에서 프리허그쇼를 했다"며 "표창원은 차기 안철수를 노리고 있다. 앞으로 정치를 하는지 하지 않는지 두고 보라"고 호언장담하기도 했다. 그는 또 "표창원 교수는 완전한 선동가 넘버 원"이라며 "선동가와 비판자 차이는 한 끗"이라고 덧붙였다. 사회를 맡은 박종진씨도 이씨의 자극적 발언을 제재하기보다 그의 발언을 부추기는 태도를 보였다.

'진보진영 선동가 3위'로 꼽힌 조국 서울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9일 <미디어스>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선거 끝나고 나면 진 사람에 대해 이긴 사람이 놀리고 야유하고 바보 만드는 건 표현의 자유"라고 허탈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종편은 언론으로서의 품격을 잃었다"고 비판했다.

조 교수는 "공영방송은 아니더라도 (언론으로서) 최소한이라도 정제된 모습을 보여줘야 하지만 시청률을 올리기 위한 전략에만 골몰한다. 조중동의 이러한 행태는 우리나라에만 있는 현상"이라며 "프랑스의 사르트르, 미국의 폴 크루그먼 등 많은 학자들이 정치적 발언을 강하게 하고 있다. 조중동의 만행은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고 평했다.

이어 조 교수는 "윤창중은 나를 '지성의 탈을 쓴 더러운 강아지'라고 말하기도 했다"며 "조중동의 이러한 막말은 진보진영 인사들에 대해 정치판에 나오지 말라고 겁박하는 것이며 발언력을 축소시키고자 하는 의지라고 표현할 수 있다"고 밝혔다.

아래는 조국 교수 인터뷰 전문.

미디어스(아래 미) : 채널A가 선정하는 '진보진영 5대 선동가' 중 3위에 등극했다.

조국(아래 조) : (웃음) 선거 끝나고 나면 진 사람에 대해서 이긴 사람이 놀리고 야유하고 바보 만드는 건 표현의 자유다. 승자가 기세등등한 상태에서 패자를 야유하고 겁박하는 건 한국 정치에서 보면 일상 아닌가?

미 : 종편의 '막말'이 연일 계속되고 있다.

조 : 채널A의 패널이자 현 당선인의 대변인인 윤창중은 나보고 '지성의 탈을 쓴 더러운 강아지'라고 하더라.(웃음) 종편뿐 만이 아니다. 조중동의 칼럼과 사설을 포함해 10개가 넘는 기사가 나를 공격했다. 특히 동아일보는 선거 끝나고 내 수강생 일부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모든 학생이 교수를 좋아하는 건 아니잖나? 중앙일보의 경우 김진 논설위원이 '조국을 분열시키는 조국'이라는 칼럼을 써댔다. 조선일보가 의외로 점잖더라(웃음). 이러한 흐름이 종편까지 이어지면서 딱히 뉴스가치가 없더라도 낙인을 찍고 장사를 한다.

▲ 지난해 11월 5일자 중앙일보 김진 논설위원 칼럼

미 : 종편의 이러한 전략은 의도적이라고 보는가?

조 : 종편은 보수 시청자들이 듣고 싶어하는 말만 들려준다. 그러다 보니 매우 자극적이고, 진보진영을 야유화하기 위해서 패널을 배치한다. 이러한 프레임이 대선 때 큰 영향력을 미쳤다고 본다. 방송과 팟캐스트라는 측면에서 동일 비교는 불가능하지만, 진보진영에서 나꼼수를 들으며 즐거워했다면 종편을 즐기는 보수 측 시청자들이 있지 않겠나? 극우 논객으로 꼼꼼하게 채워진 미국의 FOX 방송을 보는 것 같다.

미 : 어떤 측면에서 종편의 전략이 적중했다고 보는가?

조 : 이들이 진보진영 인사들의 인신을 공격하는 목적 자체가 '정치 과정에서 튀지 말라, 나오지 마라'이다. '나오면 내가 너희들을 씹을 것이니 조용히 있어라' 이런 뜻 아니겠나? 고소하고 고발하며 성가시게 구는 것과 다를 게 없다. 또, 수구진영의 지지층을 결집시키는 의도도 있고 진보진영 인사들의 발언력과 신뢰를 떨어뜨리려는 의도도 보인다. 나에 대해서도 '정권이 바뀌면 한 자리 차지할 것'이라며 비판한다. 복잡한 논쟁이 아니라 단순한 논리로 공격을 한다. 장기적으로 보면 박근혜 당선인에 대한 보호막일 수도 있는 것이고.

미 : 언론의 정도를 벗어난 것으로 보이는데.

조 : 종편 목표를 되짚어보면, 이들은 언론의 역할을 정치적으로만 이용한다. 보도 내용과 패널 등을 보면, 이미 최소한의 기계적 중립성 자체를 상실한 것이다. 한마디로 품격을 잃었다. 자극적인 용어를 섞어가며 시청률 올리기에 급급하고 황색 저널리즘을 기획한다. 그리도 내가 미웠나?(웃음)

미 : 지식인들의 정치 참여와 관련해 외국 사례를 듣고 싶다.

조 : 조중동의 이런 프레임은 다른 나라에서는 찾을 수 없는, 유례 없는 일이다. 예를 들어 프랑스 철학자 사르트르와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과 영국의 버트런드 러셀만 봐도, 지식인의 정치 참여와 발언은 일상화됐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우리처럼 정치적인 발언을 했다고 논문을 뒤지거나 인신 공격을 하지 않는다. 항상 느끼는 거지만 참 희한하다. 조중동과 종편의 만행은 분석해볼 만한 가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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