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돌고 돌아 문희상 의원이 민주통합당 비대위원장이 됐다. 9일 민주통합당 의원총회·당무위원회 연석회의에서 박기춘 원내대표가 문희상 의원을 비대위원장으로 추천해 만장일치로 추대됐다. 애초에 우려된 경선은 진행되지 않았으나 박병석, 박영선, 원혜영, 정대철, 이낙연 등의 인사가 세간의 평에 오르내리던 상황이라 다소 의외라는 여론도 SNS 등의 공간에서 나타나고 있다.

▲ 문희상 민주통합당 신임비대위원장 ⓒ뉴스1

지난 8일 박기춘 원내대표가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와의 인터뷰를 통해 "정대철 대 박영선 구도가 유력하다는 보도 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혀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으며 계파 색이 엷고 충청 출신인 4선의 박병석 의원이 비대위원장에 추대될 것이라는 예상이 대두됐다.

박병석 의원의 경우 국회 부의장을 맡고 있는 상황에서 제1야당의 비대위원장까지 겸임하는 것이 정치적으로 부담이 된다는 지적도 있었으나 2010년 지방선거 직후 정의화 당시 국회 부의장이 한나라당 비대위원장을 겸임한 전례가 있으므로 예외적으로 인정되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 상황이어서 경선이 치러질 경우 박병석 대 박영선의 구도가 짜여 지지 않겠느냐는 예상도 나왔다.

하지만 박영선 의원을 지지했던 486 등 초·재선 그룹은 박영선 의원이 당의 분열을 우려해 경선을 포기하는 바람에 뜻을 접었고, 상대적으로 친노에 가까우면서도 전통적인 민주당 지지층에게 인지도가 있는 문희상 의원을 박기춘 원내대표가 추천하면서 초·재선 그룹과 원로들 간에 그간 벌어진 갈등은 일시적으로 봉합되는 모양새다.

당 내 갈등 봉합 국면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1980년 정계에 입문한 뒤 평민당 외곽조직이었던 ‘민주연합청년동지회’ 중앙회장을 3차례 역임했으며 자신의 고향인 의정부에서 국회의원에 다섯 번 당선된 중진 의원이다. 국민의 정부 시절 청와대 정무수석과 국정원 기조실장을 맡았으며 참여정부 시절에는 청와대 비서실장, 당시 여당이던 열린우리당 의장, 18대 국회 부의장 등을 역임했다. 경력으로 보면 상대적으로 구-민주계의 영향력이 강한 비주류와 친노그룹이 영향을 행사하고 있는 주류의 입장을 중간에서 잘 조정할 수 있는 인사라는 점이 크게 강조됐을 것이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특히 문희상 위원장은 대선 캠프에 별다른 관여를 하지 않았고 18대 국회에서는 국회 부의장을 맡으면서 당 내 계파 간 대결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웠던 측면이 있기 때문에 현 상황에서 비대위원장으로 추대될만한 인사라는 게 민주통합당 의원들 사이에서의 일반적인 평가인 것으로 보인다.

문희상 위원장 본인도 이러한 점을 잘 알고 있는 분위기다. 문희상 위원장은 지명 직후 발언에서 "내 마음 속의 정치적 스승은 김대중 대통령 한 분"이라면서도 "나는 원조 친노이기도 하다. 두 분 대통령의 서거 이후 사실상 정치를 접었다"라고 말해 민주통합당 내의 뿌리 깊은 계파 갈등이 파국적 결말로 이어지지 않게 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했다.

이후 전망은?

또 문희상 위원장은 ‘빠른 시일 내에 전당대회를 소집해 지도부를 선출 하겠다’는 뜻을 밝히기도 했는데, 이것은 소위 ‘혁신형 비대위’보다는 ‘관리형 비대위’의 구성에 중점을 둔 발언으로 읽힌다. ‘전당대회에 출마하실 분들이 함께 비대위를 구성했으면 좋겠다’는 발언도 이러한 해석에 무게를 싣게 한다. 실질적으로 이 비대위에서 다음 번 지도부를 선출할 규칙을 정하게 되기 때문이다.

비주류 일부가 비대위원장 추대 논란에서 ‘모바일 투표 축소와 당원의 권리 보장’ 등을 굳이 언급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고 할 수 있다. 비대위원장의 성향과 비대위의 구성 등에 따라 어느 계파에 유리한 규칙이 정해지는 지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비주류 세력은 문희상 위원장에 대해서도 친노·주류와 가깝다는 이유로 여전히 의혹의 눈길을 거두지 않고 있는 상황이나 일단은 문희상 위원장이 먼저 모든 계파가 만족할 수 있는 지도부 선출 규칙을 정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따라서 이후 상황은 당권선거를 둘러싼 각 계파 간의 힘겨루기와 당 혁신을 둘러싼 지리한 샅바싸움으로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임시 조직인 비상대책위원회의 체계 상 어쩔 수 없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빠른 시간 안에 큰 잡음 없이 지도부를 선출해내는 것이 문희상 비대위에 맡겨진 가장 큰 임무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 문희상 비대위원장은 '겉은 장비, 속은 조조'라는 평가를 듣기도 하며, 일부 언론을 통하여는, 이유를 알 수 없으나 '조조의 감각과 제갈량의 지략을 갖췄다'는 엄청난 평가를 받기도 하였다. ⓒ뉴스1

일각에서는 문희상 비대위원장을 ‘겉은 장비인데 속은 조조이다’라고 평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조조가 나와서 당 조직을 영리하게 수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장비가 등장해서 힘을 밀어 붙이게 될 지는 조금 더 지켜보아야 알 수 있을 것 같다. 문희상 위원장의 어깨가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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