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언론법학회(회장 권영설) 주최로 지난 5일 열린 '방송법의 개정방향' 토론회에서 공영방송이 제대로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해서는 '민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영성 강화'가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토론자로 참석한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구조개편에 대해 "현재 제기되고 있는 방송 민영화주장은 정치적으로 '지상파 방송 길들이기' 차원에서 제기되고 있다는 점에서 타당성이 없다"며 "공영방송이 제대로 그 기능을 다하기 위한 방법은 '민영화'가 아니라 오히려 '공영성 강화'"라고 주장했다.

윤 교수는 "공영방송의 부실한 운영성과를 문제삼아 공영방송 제도 자체에 대한 신뢰 및 관용을 철회할 수는 없다. KBS2, MBC 민영화론은 공영방송을 포기하는 것과 진배 없으며 이는 건강한 시민 민주주의, 국가발전을 포기하는 것과 동의어이기 때문에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21세기 한국사회가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모든 면에서 안정화될 수 있는가의 여부는 우리가 제대로 된 공영방송을 만들어낼 수 있느냐 없느냐에 달렸다"고 강조했다.

▲ 한국언론법학회(회장 권영설) 주최 '방송법의 개정방향' 토론회가 서울 대한출판문화협회 출판문회회관에서 열렸다.ⓒ곽상아
"공영방송 개편론, 일부 방송사에 대한 보복 아냐"

하지만 '방통융합시대의 국가기간방송의 운영체계'를 주제로 두 번째 발제를 맡은 지성우 단국대 법학과 교수는 "공영방송 구조개편 문제는 보수·진보 등 이념을 불문하고 지속적으로 제기되어온 것이기 때문에, 현재 시점에서 이 논의를 단순히 권력교체과정에서 비협조적이었던 일부 방송사들에 대한 보복 차원으로 폄하해선 안 된다"며 "공영방송 구조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쪽을 '파쇼와 자본의 전위대'쯤으로 매도하는 것은 온당한 태도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광고기반 방송의 민영화는 논리적으로 타당할 뿐 아니라 잘못됐던 과거의 관행을 바로잡는 것이다. 민영화야말로 표리가 일치하는 현 상태의 정직한 모습"이라며 "민영화를 통해 독점 사기업이 탄생하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적어도 소비자들에게는 민영화에 따른 큰 부작용도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 ⓒ곽상아
서정보 동아일보 미디어담당 기자 역시 "공영방송인 KBS가 현재 과연 잘하고 있는지는 의문이 든다. 미디어담당 기자로서 그 안에서 흘러나오는 얘기들을 취재해보면 '이런 비용을 주고 이런 사람을 써야 하나'는 의문이 드는 부분들이 너무나 많이 있다"며 "공영방송이 스스로 어떻게 할지에 대해 고민해야 하고, 그게 안되면 민영화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케이블이 지상파 역전한 대만, '문화산업 공동화현상' 일어나"

반면 최용수 한국PD연합회 정책실장은 "많은 이들이 현재의 공영방송 체제가 바뀌어야 한다는 것에는 동의하고 있지만 국민들과의 사회적 합의를 통해 구체적인 상이나 실현 방법을 논의하는 과정은 결여됐던 것 같다"며 "그래서 극단적이고 편향된 논리들이 나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최 실장은 지상파와 케이블이 역전된 대만의 사례를 들며 "케이블이 외국의 값싼 콘텐츠를 들여와서 방송하다보니까 굳이 쇼, 오락, 드라마 등에 자국의 문화적 정체성을 담을 동기가 사라져 대만 문화산업에서는 공동화현상이 일어났다"며 공영방송의 중요성에 대해 역설했다.

순천향대 장호순 교수 "신방겸영 허용해도 보수·진보가 전망하는 결과 도출되지 않아"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신문·방송 겸영 및 교차소유, 그 정당성과 위험성'을 주제로 첫 번째 발제를 맡은 장호순 순천향대 신문방송학과 교수는 "신문방송 교차소유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보수진영이 기대하거나 진보진영이 전망하는 결과가 도출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며 "이 문제는 보수·진보라는 이데올로기적 접근이 아니라 국민의 언론자유 보장과 여론다양성 보장이라는 방송정책의 기본원칙에 입각해야 한다. 공익성과 시장기능의 조화를 추구하는 방향의 접근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이어 "1차적 수혜대상은 교차소유 기업이 아니라 방송시장경쟁 체제하에서 도태되고 외면당하는 시청자, 즉 소수자와 약자가 되야 한다"며 "이러한 경우에야 시장경쟁상황 하에서도 방송의 다원주의와 방송을 통한 여론다양성 확보가 가능해진다"라고 덧붙였다.

'지상파 방송의 민영화: 쟁점, 방법 및 한계'를 주제로 세 번째 발제를 맡은 김진영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는 "수신료를 받는다고 해서 정부에 대해 독립적이라고 할 수 없고, 정부로부터의 독립이 자동적으로 정치적 중립성을 의미하는 것으로 볼 수도 없다. 방송의 정치적 중립성을 달성하기 위한 방안으로 거의 모든 국민들에게 특별부과금 형태의 수신료를 강요하는 것은 실효성이 매우 의심스럽고 논리적으로도 정당화하기 어렵다"며 공영방송의 수신료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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